▲ 두산 베어스 최원준(왼쪽)과 박세혁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박)세혁이 형한테 미안하게 많았는데, 오늘(21일) 경기를 잘해서 기분 좋아요."

두산 베어스 최원준(27)에게 2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소감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개인 기록을 달성한 기쁨보다 안방마님 박세혁(31)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게 먼저였다. 

최원준은 2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팀간 시즌 13차전에 선발 등판해 포수 박세혁과 호흡을 맞췄다.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0승(2패)째를 챙겼다. 두산은 12-2로 완승하며 시즌 성적 53승51패5무를 기록해 NC를 5위로 밀어내고 4위로 올라섰다. 

최원준은 박세혁에게 무엇이 미안했을까. 두 선수는 지난 2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다. 최원준은 1회말 1사 1루에서 최정과 승부했다. 볼카운트 0-2로 유리하게 시작했다가 볼 3개를 연달아 던져 풀카운트가 됐고, 6구째 시속 139km짜리 직구를 던져 최정에게 우중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박세혁은 2회말 수비를 앞두고 장승현과 교체됐고, 경기는 1-10으로 졌다. 

최원준은 "SSG전에서 내가 최정 선배한테 고집을 부려서 던지다가 홈런을 맞았고, 세혁이 형이 교체되는 바람에 미안했다. 내 실수인데 세혁이 형이 그렇게 돼서 미안한 마음이 계속 있었다. 그런데 세혁이 형이 역으로 미안하다고 하더라. 오늘(21일)은 세혁이 형을 믿고 투구를 했던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며 10승을 리드해준 파트너에게 공을 돌렸다. 

경기 초반부터 타선이 폭발하면서 최원준을 든든하게 지원했다. 1회 3점, 2회 5점을 뽑으면서 최원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반성해야 할 점은 있었다. 최원준은 넉넉한 점수 차에 안심하고 편하게 승부를 하다 4회초 노진혁에게 우월 투런포를 허용했다. 이때도 최원준을 달랜 건 박세혁이었다. 

최원준은 "내가 점수 차가 많이 나다 보니까 안일하게 승부를 한 것 같다. (더그아웃에) 들어와서 세혁이 형이랑 이야기를 했다. 세혁이 형이 '조금 더 집중해서 던지자'고 이야기했고, 덕분에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 뒤 "최원준이 국내 에이스답게 호투를 펼치며 승리에 이바지했다. 10승을 축하한다"고 총평했다. 

최원준은 김 감독이 붙여준 '국내 에이스'라는 호칭과 관련해 "시즌 시작하기 전에는 나보다 좋은 선발투수들이 많았다. 내가 5선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된 건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시고 내가 잡으려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감독님께서 늘 편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쓴소리를 해주시지만, 다 도움이 되는 말씀이다. '공도 좋은데 왜 너 혼자 스스로 어렵게 가려 하냐'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너무 쉽게 들어가려다 맞기도 했지만(웃음), 감독님께서 한마디씩 해주시는 게 가장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는 시즌 중반 대체 선발투수로 합류해 10승을 채웠다면, 올해는 선발투수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면서 챙긴 10승이라 더 의미가 있다. 

최원준은 "선발로 풀타임을 처음 하다 보니까 힘든 것도 있지만, 달성할 때마다 더 기분 좋고 책임감도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시즌 중간에 사실 (체력적으로) 힘든 적도 있었는데, 내가 준비를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하면서 힘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실히 팀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다. 타자 형들도 초반부터 활발하게 쳐주고, 투수들도 분위기가 좋다. 전반기보다는 확실히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다. 팀이 연승을 하다 보니까 연승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팀 승리에 기여를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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