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반기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한 다르빗슈 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0년 메이저리그(MLB)의 키워드 중 하나는 ‘아시아 투수들’이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투수들이 나란히 좋은 모습을 선보이며 사이영상 레이스에서도 선전했다.

201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류현진(34·토론토)은 이적 후 첫 번째 시즌에서도 좋은 모습을 선보이며 토론토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류현진은 2년 연속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 내에 올랐다. 마에다 겐타(미네소타)는 자신에 대한 저평가를 완전히 벗어던지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를 차지했다.

또한 다르빗슈 유(당시 시카고 컵스, 현 샌디에이고)는 완전한 부활을 알리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 세 명이 동시에 사이영상 포디움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기에 김광현(세인트루이스)도 선발 연착륙에 성공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그 기세가 1년을 더 가지 못했다. 올 시즌 아시아 투수들 중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를 기록한 선수가 없을 판이다.

사실 전반기까지는 괜찮았다. 다르빗슈와 류현진은 건재했다. 마에다가 잦은 부상과 슬라이더 위력 저하로 고전하기는 했지만, 90마일대 중·후반의 강속구를 거침없이 던진 기쿠치 유세이(시애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완전한 투수는 아니지만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도 등판할 때마다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후반기 성적이 좋지 않다. 마에다가 팔꿈치 수술로 완전히 이탈할 것에 이어, 규정이닝을 채울 것으로 보이는 세 선수(류현진, 다르빗슈, 기쿠치) 모두 후반기 들어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

류현진은 전반기 1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했지만 후반기 12경기 성적은 5.61이다. 다르빗슈는 후반기 평균자책점(6.23)이 전반기(3.09)의 두 배 이상이다. 기쿠치는 전반기 16경기에서 3.48을 기록하며 류현진의 최고 좌완 자리를 노렸지만, 후반기 12경기에서는 5.82에 그치고 있다. 이 탓에 네 선수 모두 현재 평균자책점이 4점대다. 

김광현은 선발 로테이션에서 밀려났고, 아리하라 고헤이(텍사스)는 수술과 부진으로 시즌을 망쳤으며 오타니는 대단한 성적과 별개로 규정이닝을 채우기는 어렵다. 

목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간 류현진(4.34)의 3점대 진입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쿠치(4.32) 또한 잔여 경기에서 거의 완벽한 투구를 펼쳐야 한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다르빗슈(4.13)지만, 한 경기라도 삐끗하면 3점대 진입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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