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고영표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수원, 신원철 기자] 도쿄 올림픽 전에도 좋은 투수였지만, 올림픽 후에는 완전히 급이 달라졌다. 이제 고영표는 리그 최고 선발투수다.

기록이 그렇게 말한다. 고영표는 후반기 7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했다. 전반기에는 이 부문 16위(3.87)이었던 투수가 후반기 평균자책점 1위가 됐다. 9월만 보면 더 위력적이다. 4경기 33⅓이닝 동안 단 2점만 내줬고, 이 가운데 1점만 자책점이다. 25일 수원 LG전에서는 8이닝 무실점 호투로 6년 만의 0-0 무승부를 이끌었다.

들여다볼수록 놀랍다. 9월 4경기는 전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고영표의 지배력을 다 설명하기 어렵다. 12일 SSG전 9이닝 무실점 완봉승을 포함해 4경기 모두 8이닝 이상 던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볼넷은 단 2개만 내줬다. 경기 운영과 제구 다 고영표 마음대로 된다.

통산 152승, 언더핸드투수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kt 이강철 감독 눈에도 고영표는 분명 달라졌다. 그는 `고영표가 100구 이내 완투를 해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아~야구 (잘)되나 보다. 그런 여유가 있다는 건 좋은 거다. 그만큼 구위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좋은 거다"라며 웃었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초반 실점이 줄었다. (초반 실점이)루틴 같은 거였는데, 그게 없어지면서 편하게 간다"면서 초반 실점이 줄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좌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왼손투수 상대로도 몸쪽을 던져야 산다. 거기에 투심 패스트볼을 바깥쪽으로 던지니까 효율적이다. 예전에는 체인지업, 또 체인지업이었다. 타자들 눈에 익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가끔 하나 `쓰윽` 던지니까 위력이 더 산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도 들려줬다. 그는 "나는 현역 시절에 왼손타자에게 약했다. 선발로 나갈 때는 완봉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2사 3루라도 왼손타자들 거르고 오른손타자와 승부했었다. 그런데 중간으로 보직을 바꾸면서 패턴을 바꿨다. 전에는 `이강철은 왼손타자에게 바깥쪽 직구를 던진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몸쪽 높은 코스에 패스트볼을 던지니까 헛스윙이 나오더라. 그때 구속이 130km 초반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던졌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의 경험은 고영표의 발전을 설명하는 좋은 사례다. 이강철 감독은 "타자들이 어떤 인식이 있는 것도 나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가끔 거꾸로 던지면 효과가 좋았다"며 고영표가 체인지업 투수라는 인식을 얻은 것이 요즘에는 오히려 더 역이용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고 봤다. 고영표도 25일 경기를 마치고 "결정구로 직구를 사용한 것이 효과적이었다. 왼손타자 상대로는 커브를 던지는 등 공격적인 투구를 한 것이 많은 범타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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