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하는 만큼의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한 양현종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미국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태평양을 건넜지만, 양현종(33·텍사스)의 길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구단 계획에서 사실상 제외된 상태로, 2021년은 강제 안식년이 되는 분위기다. 던지고 싶지만 기회가 마땅치 않다.

양현종은 지난 9월 16일(한국시간) 텍사스로부터 양도지명(DFA) 된 뒤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라운드락으로 내려갔다. 양현종은 이번이 올 시즌 두 번째 DFA로, 첫 번째 DFA와는 다르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신청할 수 있었으나 일단 구단 조직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현실적으로 시즌 내 타 팀 이적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뒤로도 특별한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텍사스는 리빌딩 팀이다. 8월부터 일찌감치 내년 준비에 들어갔다. 트리플A팀에도 더블A서 올라온 유망주 투수들이 먼저 기회를 얻고 있다. 양현종은 그 과정에서 트리플A팀 선발 로테이션에서도 밀렸다가 잠시 MLB 재승격을 이뤄내기도 했다.

마이너리그 시즌도 이제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다, MLB 시즌도 이제 일주일이 남았을 뿐이다.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이대로 2021년 시즌이 끝난 것이 유력하다. 양현종으로서는 아쉬움이 짙게 남을 만한 시즌이다.

안락한 한국에서의 대우를 박차고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마이너리그 계약까지 감수한 양현종이다. 그러나 예상대로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MLB에서 자리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가뜩이나 팀 합류가 늦었던 탓에 MLB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했고, 첫 번째 찾아온 승격 기회를 놓친 게 결정적이었다. 한 번 한계를 드러낸 양현종에게 텍사스는 호의적인 시선을 보여주지 않았다.

텍사스는 7월 트레이드 이적 시장에서 주축 선수들을 대거 떠 보냈다. 현지 언론들은 결국 텍사스에 있던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이적했고, 지금은 남아있는 선수가 별로 없다는 데 주목한다. 조이 갈로, 카일 깁슨이 이적했고 양현종과 아리하라 고헤이는 DFA되는 등 내년 판을 새로 짜고 있다. 양현종의 자리가 더 이상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양현종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철완이었다. 2007년 데뷔한 이래 2020년까지 1군 통산 1986이닝을 소화했다. 특히나 2014년부터 2020년까지는 7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텍사스가 양현종에 매력을 느낀 것도 이런 이닝소화능력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메이저리그에서 35⅓이닝, 마이너리그에서 45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합쳐도 80이닝 남짓이다. 몸 상태에 특별한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던 만큼, 어쩌면 어깨가 한 해 충분히 쉬어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했던 결과는 아니지만, 그나마 내년을 생각하면 한가닥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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