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가장 고민하는 종목 가운데 하나는 피겨스케이팅이다.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는 김연아(26)가 있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물론 동계스포츠에 기적을 만들었던 김연아의 경기에 전 국민이 열광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는 김연아가 없다. 그의 뒤를 따르는 후배들이 출전하지만 메달 획득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자체적으로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메달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유망주 유영(11, 문원초) 임은수(12, 응봉초) 그리고 김예림(12, 군포양정초)의 등장에 흥분했다. 10대 초반의 나이에 고난도 점프와 스핀 기술을 해내며 발전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2018년에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2년 뒤 올림픽 무대에 서기에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 기대주로 평가 받는 이들은 박소연(19, 단국대 입학 예정)과 최다빈(16, 수리고) 김나현(16, 과천고) 등이다. 어느덧 유망주에서 후배들을 이끄는 언니가 된 이들은 올해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동생들이 일으킨 돌풍에 가려졌다.

하지만 박소연과 최다빈 그리고 김나현은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날개를 펼쳤다. 박소연은 지난해 종합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며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간판이 됐다. 그는 2014년 도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9위를 차지했다. 김연아 이후 이 대회 처음 10위 안에 진입하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았다.

박소연은 올 시즌 다소 부진했다. 2015~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대회에 두 번 출전했지만 9위(스케이트 아메리카)와 8위(컵 오브 차이나)에 그쳤다. 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5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달 초 열린 전국동계체전 여자 대학부에서 우승하며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16.43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인 62.49점과 합친 총점 178.92점을 받은 박소연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박소연은 늘 꾸준하게 자신의 기량을 유지해 왔다. 한때 1997년생 유망주들이 주목을 받은 시절이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부상과 체형 변화를 이기지 못하며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박소연은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걸었다. 올 시즌 부진에 빠졌지만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부활했다.

박소연은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동메달을 획득한 혼고 리카(20, 일본, 181.78)의 점수에 2.86점이 모자랐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박소연은 트리플 플립에서 넘어지는 실수를 했다. 만약 이 실수가 없었다면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4대륙선수권대회 메달 획득이 가능했다.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지만 박소연은 자신의 종전 ISU 공인 개인 최고 점수인 176.61점(2014년 세계선수권대회)을 넘어섰다. 비거리가 뛰어난 점프가 장점인 그는 프리스케이팅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1.2점의 높은 가산점(GOE)를 받았다. 실수가 잦았던 트리플 러츠도 쇼트프로그램에서 깨끗하게 뛰었다.

이번 대회에서 박소연은 자신감을 얻었다. 어느덧 한국 피겨스케이팅 국가 대표 맏언니가 된 그는 다음 달 말 미국 매사추세츠 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A급 시니어 대회에 처음 출전한 최다빈은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최다빈은 총점 173.71점으로 8위에 올랐다. 최다빈도 자신의 종전 최고 점수인 172.38점(2015년 주니어 그랑프리 오스트리아)을 넘었다.

최다빈은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물론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루프를 깨끗하게 뛰었다.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는 후속 점프가 회전수 부족으로 언더 로테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과제는 깨끗하게 해냈다.

최다빈은 박소연과 함께 보스턴 세계선수권대회에 도전한다. 그동안 기술은 좋지만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 최다빈은 한층 다양해진 안무를 보여 줬고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김나현도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의 개인 최고 점수를 갈아 치웠다. 총점 170.7점으로 9위에 오른 김나현은 종전 개인 최고 점수인 146.25점(2015 주니어 그랑프리 폴란드)을 크게 넘어섰다.

김나현은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었다.  러츠가 롱에지(e로 표시 : 잘못된 스케이트 날로 뛰는 점프에 대한 판정)를 받았다. 이는 김나현이 보완해야 한다. 트리플 루프-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0.6점의 가산점을 받았고 3가지 스핀은 모두 레벨 4를 기록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이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출전 선수 3명이 10위권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소연은 2009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김연아와 2008년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이 대회 4위에 오른 김나영(26) 이후 최고 성적을 올렸다.

박소연과 최다빈 그리고 김나현이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올린 성과는 꺼져 가던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의 희망을 살렸다. 이들의 선전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큰 부상 없이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이들의 과제다.

[영상] 최다빈 2016 동계체전 프리스케이팅

[사진1] 박소연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사진2] 최다빈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사진3] 김나현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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