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조영준 기자]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과 갈라쇼가 열린 2015 4대륙선수권 마지막 날. 늦게 마감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기자에게 두 명의 일본인이 다가왔다.

일본 아사히신문 소속 기자와 프리랜서 피겨 전문 칼럼니스트인 이들은 김연아(25)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프리랜서 칼럼니스트라고 밝힌 이는 제법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구사했다. 우선 이들은 소치 올림픽이 끝난 지 1년이 다 되가는 시점에도 불구하고 판정 문제에 불만을 표시하는 팬들의 시위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 피겨 팬들의 열정적인 문화와 김연아에 대한 사랑은 일본 취재진들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지 1년이 다 된 시점에서 아직도 시위를 펼치고 있는 점에 대해 신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김연아가 은퇴한 뒤 한국 피겨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는데 사실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이번 대회가 열린 서울 목동아이스링크는 경기 기간 내내 썰렁했다. 경기장을 꾸준히 찾는 일부 팬들이 있었지만 대중적인 관심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15일 열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펼쳐질 때도 곳곳에 빈자리가 있었다.

한국 피겨 사를 논의할 때 김연아라는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피겨는 100년이 넘는 역사동안 거북이가 토끼를 쫓듯 꾸준히 전진했다. 세계무대에서 늘 변방의 위치에 있었지만 김연아의 등장으로 인해 피겨에 대한 관심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연아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여자싱글 사상 최고 점수인 228.56점을 받으며 금메달을 획득할 때 한국 피겨는 정점에 올라있었다. 대중들은 월드컵 경기를 지켜보듯 김연아의 모든 동작에 시선을 고정시켰고 금메달이 확정될 때 한국 스포츠의 역사는 새롭게 쓰였다.

김연아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까지 출전해 두 대회 연속 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올림픽 2연패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쳤다. 김연아가 걸어온 길은 한국 피겨의 하이라이트였다. 하지만 김연아가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뒤 한국 피겨의 축제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이번 4대륙선수권을 취재하기 위해 몰린 해외 취재진들 중 일본에서 온 이들이 가장 많아 보였다. 남자싱글에서 메달리스트가 나오지 않자 이들은 아쉬워했다. 또한 여자싱글이 끝난 뒤 프레스 컨퍼런스룸에는 은메달을 획득한 미야하라 사토코와 3위에 오른 혼고 리카와 라운드 인터뷰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얼마 되지 않은 미국 취재진들은 그레이시 골드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골드가 예상 외로 부진하자 우승을 차지한 폴리나 에드먼즈에게 시선을 돌렸다. 미국의 피겨스케이팅 전문사이트인 아이스 네트워크는 15일 에드먼즈의 4대륙선수권 우승을 크게 다뤘다.

해외의 시선은 김연아=한국 피겨라는 관념은 여전했다. 국내에서 열린 이번 4대륙선수권은 김연아 외에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한국 선수가 있다는 점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한국 피겨는 '김연아 이후'에 대한 준비가 여전히 미흡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은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다음달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보약같은 경험을 치렀다. 여전히 성장 중인 선수들이지만 기대주의 꼬리표를 털고 한 계단 도약할 수 있는 성장이 필요하다. 

김연아가 한국 피겨에 남긴 발자국은 거대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곳에만 머물면 밝은 미래는 없다. 해외에서 새롭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나타날 때 한국 피겨는 새로운 도약을 내딛을 수 있다.

[사진 = 박소연 김해진 미야하라 사토코 폴리나 에드먼즈 혼고 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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