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기자] 3일(한국 시간) 많은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의 메이저리그 공식 첫 경기는 싱겁게 끝났다.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젯블루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 시범경기에서 6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박병호는 세 타석 모두 삼진을 당하며 좋지 않은 의미의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벌써부터 우려와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메이저리거 선배 강정호의 연착륙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박병호에게 필요한 2가지를 살펴봤다.  




지난해 강정호의 시범경기도 성공적인 편은 아니었다. 홈런 2개를 포함해 0.444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파워를 자랑했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인 스윙으로 많은 삼진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규 시즌에서는 전혀 달라진 타격으로 반전을 만들었는데 그 바탕에는 시범경기에서 보여 준 적극성이 있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인 2014년 시즌 강정호의 배트 적극성은 38.5%로 KBO 리그에서 최하위권 수준(규정 타석 타자 48위/54명)이었으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그는 타석당 평균 2개 정도의 공만 지켜봤을 정도로 공격적인 스윙을 보여 줬다. 말로만 듣던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추려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둘렀으며 시범경기에서 다소 배트가 밀리며 많은 뜬공 아웃을 기록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규 시즌에서는 그보다 더 빠른 타이밍에 공을 맞추기 시작했다.

시즌 초 극단적으로 3루, 유격수 방면의 땅볼이 늘어나긴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과제였던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에 대한 적응을 단시간에 해결하고 이후 더 많은 공을 지켜보면서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었다.



2015년 시즌을 앞두고 박병호는 ‘삼진이 많아져도 4번 타자로서 적극적인 스윙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실제로 3.3%p 증가된 스윙 비율로 자신과 약속을 지켰다. 헛스윙 비율의 증가(25.8→27.7%)로 정확도는 조금 감소했으나 커리어 하이 타율(0.343)과 개인 최다인 53홈런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시즌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미네소타에서도 중심 타선(또는 6번)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박병호에게 팀이 기대하는 활약상은 많은 삼진에 관계없이 20~30개 정도의 홈런을 때려 내는 것이다. 그래서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3삼진에 위축되지 말고 ‘선배’ 강정호의 활약, 또는 지난 시즌 자신의 스윙처럼 기회가 있을 때 마음껏 배트를 휘둘러 봐야 한다.



강정호의 성공적인 적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바로 ‘패스트볼 적응’이다. KBO 리그 통계 사이트 STATIZ(www.statiz.co.kr)에 따르면 강정호가 2014년 시즌 상대한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141km(약 87.6마일)였다.

지난해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상대한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보다도 빠른 약 150km(93.2마일)다. 그러나 강정호가 KBO 리그에서 보였던 빠른 공에 강한 스윙(vs포심 패스트볼 타율 0.400, 장타율 0.845) 덕분인지 빠른 공이 그의 눈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면서 '패스트볼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빠르고 예리한 변화구에는 아직 강정호도 적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록에서 알 수 있었다.



가장 큰 폭으로 강정호의 타율이 떨어진 슬라이더의 경우를 보자. 강정호가 KBO 리그에서 상대한 평균 구속은 128.9km 였으나 메이저리그의 슬라이더는 이보다 약 시속 8km가 빨랐다. 또 장타율이 크게 떨어진 체인지업 역시 KBO 리그보다 시속 7km는 빠른(127.3km/134.3km) 공이다. 변화구의 움직임이 비슷하다고 가정해도 7~8km 더 빠른 공이 날아왔기 때문에 패스트볼보다 적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박병호 역시 강정호 못지않게 포심 패스트볼 상대로 강한 타격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해는 보다 더 빠른 포심 패스트볼을 상대로도 오히려 나은 타격 내용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8일 프리미어12 일본과 개막전에서 오타니 쇼헤이(닛폰햄)의 시속 153km 몸쪽 빠른 공을 강한 허리 회전으로 밀어내며 안타를 만들어 낸 스윙, 본인은 행운이라고 했지만. 어쨌든 안타를 돌아보자. 일단 배트에 맞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외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힘과 타격 기술이 있어 팬들의 우려는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다. 오히려 우려할 수 있는 것은 변화구에 대한 대응이다.

최근 구사 비율이 줄어들고 있으나 메이저리그에서 여전히 포심 패스트볼(36.5%) 다음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슬라이더(14.6%)를 상대로 좋은 타격을 보일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 지난 시즌 박병호는 스플리터(0.129)를 제외한 변화구 가운데 슬라이더를 상대로 가장 낮은 타율(0.270)을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25일 한화전에서 에스밀 로저스와 겨뤄 3타수 3삼진을 당할 때 12구를 상대하며 기록한 5번의 헛스윙 가운데 4번이 슬라이더였다.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미국 대표팀 투수 브룩스 파운더스의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장면 등 시속 130km대 후반의 슬라이더에 속수무책인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KBO 리그에서 슬라이더 구속이 기록된 240명의 투수 가운데 평균 구속 135km 이상은 1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슬라이더 평균 구속은 135.5km다. 박병호와 같은 아메리칸리그 중부 지구에서 상대하게 될 투수들 가운데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는 평균 구속 85.8마일(약 138.1km)의 슬라이더를 던지며 카를로스 카라스코(클리블랜드)와 카를로스 로돈(시카고W)의 슬라이더 평균 구속은 각각 87.8마일(약 141.3km), 87.2마일(약 140.3km)이다. KBO 리그 웬만한 투수들의 포심 패스트볼 스피드와 비슷하다. 

그리고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는 너클커브 평균 구속 84.5마일(약 136km)을 기록했다. 스피드는 명품 슬라이더 수준인 빠른 커브다. 많은 사람들이 메이저리거 박병호에 대해 더 빠른 포심, 끝이 지저분한 커터, 투심 등 패스트볼에 대한 적응이 최우선 과제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정말 ‘빠른’ 공을 조심해야 한다면 박병호의 배트를 끊임없이 유혹할 ‘빠른 변화구’를 더욱 경계해야 한다.

[사진1] 포수에게 태그당하는 박병호 ⓒ Gettyimage.

[사진2] 강정호 ⓒ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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