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송영주 해설위원] 수원 블루윙즈에 대한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해보다 전력이 하락했다는 우려와 매탄고 출신 젊은 선수들의 등장에 대한 기대. 그리고 그 갈림길에 서정원 감독이 서 있다. 

지난 7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미디어데이가 개최됐다. 전북의 최강희 감독과 서울의 최용수 감독이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2강 설전을 펼치는 동안 수원의 서정원 감독의 표정에는 걱정과 자신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그는 ‘위기’라는 질문에 “항상 위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승후보에서도 제외되지만 우리는 이미 위기설에 내성이 생겼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수원은 올 시즌 공식 2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AFC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에서 감바 오사카와 0-0 무승부를, 2차전에서 상하이 상강에 1-2 패배를 기록했다. 수원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확신으로 바뀌는 듯했다. 하지만 감바 오사카, 상하이 상강과 경기를 치르면서 수원은 우려 만큼 내용에서 기대감을 높였던 것도 사실이다. 과연 서정원 감독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수원의 저력을 입증할 수 있을까. 

◆계속되는 긴축 정책, 변화가 많다

수원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한때 수원은 그 어느 팀보다 많은 스타 선수들을 보유한 팀이었다. 여전히 수원은 찬란한 우승 트로피와 화려한 선수단, 열정적인 팬들을 데리고 있지만 2014년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 긴축 정책을 단행했고 그 결과 이적시장이 열릴 때마다 스타 선수들이 팀을 떠나고 있다. 이는 이번 겨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원은 이고르, 김종민, 이정수, 조원희 등을 영입했지만 그 누구도 수원이 지난 해보다 더 강해졌다고 단언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정성룡, 오범석, 일리안, 카이오, 최재수 등이 타 팀으로 이적했을 뿐 아니라 조성진, 김은선, 조지훈 등은 입대했고 서정진은 울산으로 임대됐기 때문. 즉 전체적인 전력이 지난 해보다 하락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수원 외에 우승을 노리는 팀들의 전력 보강도 간과할 수 없다. 수원은 지난 2시즌 동안 K리그 클래식 2위를 기록하며 1위 전북을 압박했다. 하지만 전북은 지난 겨울 대대적인 영입으로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다. 전통의 라이벌 서울도 전북이 경계할 정도의 전력 보강을 이뤘다. 이는 이미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원의 시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서정원 감독은 목표는 우승이라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전지훈련의 효과

서정원 감독은 동계훈련을 시작할 때 걱정이 많았다. "지난 몇 년 보다 올 해가 더 걱정스러웠다. 그 걱정이 동계훈련으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하며 전지훈련에서 얻은 것이 많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수원은 지난 1월 21일부터 약 3주 동안 스페인 말라가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했고 이 기간 동안 동유럽, 아프리카 클럽들과 8차례 평가전에서 5승 3패를 기록했다. 수원과 평가전을 치렀던 팀들 가운데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디나모 키예프처럼 명문 구단들도 있었다. 

서정원 감독은 전지훈련 동안 팀에 맞는 시스템과 전술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고 지난 해 자리매김한 4-1-4-1 포메이션뿐 아니라 4-4-2, 4-2-3-1, 제로톱 등도 실험했다. 수원이 자랑하는 2선 공격력 극대화와 지난 시즌 전반기 내내 발목을 잡았던 수비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러한 전지훈련의 성과는 지난 AFC 챔피언스리그 2경기에서 나타났다. 마무리 능력과 수비 집중력에 문제를 드러냈지만 전체적인 조직력과 공격 전개는 점점 안정화됐다.

매탄고 출신 신예들의 등장

전지훈련의 또 다른 효과는 신예들의 발굴이다. 지난 해 권창훈이라는 히트 상품을 낸 수원은 주축 선수들이 떠난 올 시즌에도 팀의 주축으로 활약할 새로운 얼굴이 절실했다. 따라서 서정원 감독은 지난 시즌 임대를 통해 경험을 쌓았던 양형모, 이종성, 김종우 등을, 그리고 신인 선수들인 김건희, 은성수, 유한솔, 장호익 등을 바로 전력으로 활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서정원 감독은 “동계훈련 기간 동안 평소 리그 경기에 투입해도 되겠다고 느낀 선수들이 많았다”라고 말했고, 권창훈도 ”유스 출신이 많기 때문에 한층 젊은 팀으로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매탄고 동문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매탄고 출신으로 대학시절 득점왕을 차지했던 김건희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커 보인다. 수원은 지난 해 K리그 클래식 득점 1위를 기록했지만 정대세 이후, 이렇다할 최전방 해결사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스트라이커 이고르와 김건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김건희는 지난 AFC 챔피언스리그 2경기에 출전해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효과적인 움직임과 날카로운 슈팅을 보였다. 권창훈도 "두 차례 공식 경기를 소화했는데 공격수로서 능력이 뛰어나다“고 김건희를 주목할 신예로 추천하기도 했다. 

◆승부는 여름부터 

서정원 감독이 무턱대고 신예 선수들의 활약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염기훈, 권창훈, 산토스로 대변되는 공격과 지난 해 후반기 실력이 급성장한 연제민과 구자룡의 수비에 이정수나 조원희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가세했다. 서정원 감독도 “이정수와 조원희, 조동건, 곽광선, 이용래같은 선수들이 시즌 초반에는 팀에 많이 녹아들지 못하겠지만 봄이 지나면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라며 시즌 초반 다소 불안할 지라도 5월 이후부터는 경기력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팀에 대한 애착, 하고자 하는 의욕 등 동기부여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도 잊지 않았다. 

해결책은 언제나 그렇듯 정확한 현실 인지에서 나온다. 수원이 전북과 서울처럼 겨울동안 스타 선수들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면 좋겠지만 이는 이미 지난 일이다. 서정원 감독은 그 누구보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그는 ‘위기’라는 단어를 직접 꺼냈고 그에 대한 방안도 직접 설명했다. 수원의 현 상황은 복잡하지만 서정원 감독의 머릿속엔 시즌 전체를 위한 그림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듯하다. 오는 12일 성남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을 시작하는 수원을 주목해야 한다. 

[사진]서정원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영상] 서정원 ⓒ 스포티비뉴스, 편집 배정호 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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