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기자] LA 다저스의 선발진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류현진의 재활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브렛 앤더슨도 허리 수술 후 복귀까지 3~5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알렉스 우드도 왼팔 통증을 호소해 선발로 나설 예정이던 지난 13일(이하 한국 시간) 시카고 컵스전에 등판하지 않았다. 다저스는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에 큰 구멍이 생겼다. 

지난 3시즌 동안 클레이튼 커쇼와 원투 펀치를 이루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잭 그레인키(애리조나)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그러나 그레인키의 FA(자유계약선수) 이적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쏠쏠한 노릇을 해 줄 것으로 기대 받았던 스콧 카즈미어가 시범경기에서 부진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새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올 시즌 카즈미어는 시범경기에 2차례 나섰는데 평균자책점이 17.18에 이른다. 이닝당 출루 허용 수(WHIP)는 3.82다.

많은 베테랑이 그렇듯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성적이 아니라 카즈미어의 패스트볼 시속이다. 좀처럼 구위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 미국 지역 매체 ‘LA타임즈’에 따르면 지난해 카즈미어의 패스트볼 평균 시속은 147.2km였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138~143km에 그치고 있다. 카즈미어는 “팔 상태는 좋다. 아직 3월 중순밖에 되지 않았다. 올 시즌 개막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즈미어는 햄스트링, 어깨 부상 등으로 구위 저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0년 시즌에 9승 15패 평균자책점 5.94를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허리도 다치며 단 한 경기에 출전에 그쳤다. 1⅔이닝 동안 5실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방출됐다. 이후 독립리그에서 뛰며 재기의 칼을 갈던 그는 2013년 클리블랜드와 계약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재입성을 이룬 카즈미어는 그해 10승을 거두며 부활을 알렸다. 패스트볼 평균 시속은 전성 시절보다 더 높게 나왔다.

부상으로 구위가 떨어지고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던 2011년 시즌과 건강한 몸으로 예전 기량을 되찾아 재기에 성공한 2013년 시즌을 비교하면 올해 카즈미어를 향한 적신호는 타당성이 있다.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패스트볼 평균 시속이 3.2~4.8km 정도 낮게 나오고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점은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의존도가 높았던 예전과 달리 구종을 다양하게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투심 패스트볼, 커터, 싱커 등 다양한 패스트볼을 던지고 있고 커브와 체인지업 구사 비율도 높이고 있다. 또 최근 3년간 9이닝당 볼넷 수(BB/9)가 2.64에 머물고 있다. 안정된 제구력을 지니고 있기에 빠른 공 시속에만 신경 쓰면 된다.

다저스는 그레인키 이적, 이와쿠마 히사시 영입 실패의 대안으로 카즈미어를 선택했다. 그에게 3년 4,800만 달러가 적힌 계약서를 안기며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다저스는 2선발로서 카즈미어가 선발진 중심을 잡아 팀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선발진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크게 흔들리고 있다. 2선발 중책을 맡은 카즈미어까지 위험 신호를 보이고 있다. 4월 4일까지 카즈미어가 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다저스는 시즌 초반을 어렵게 보낼 가능성이 크다. ‘기둥 투수’ 커쇼가 홀로 짊어져야 할 무게가 너무 커진다.

◆ 기록 참고: MLB.com, 팬그래프닷컴, LA 타임즈, CBS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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