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안산, 김민경 기자] "사실 별로 괴롭지 않았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24일 OK저축은행이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장면을 보면서 전혀 씁쓸하지 않았다. 상대 실력을 인정했다. 현대캐피탈은 OK저축은행의 기세를 꺾지 못하면서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최 감독은 "OK저축은행이 삼성화재 초창기 느낌이 난다. 정말로, 앞으로 5연속 우승도 가능할 거 같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홈에서) 2연패 했을 때는 정말 괴로웠는데, 오늘(24일)은 정말 축하하고 싶었다. 우리가 뚫을 수 없을 만큼 탄탄한 팀이었다"고 덧붙였다.

OK저축은행이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을 때였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플로어에 앉아 몸을 풀자 최 감독은 선수들을 일으켜 세웠다. 포스트시즌 미디어 데이 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최 감독은 "이제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남을 짓밟는 게 아니라 동업자로서 손뼉을 치는 게 아름다운 2등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통합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으나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V리그에 충분히 큰 울림을 줬다. '업템포 1.0'으로 불리는 스피드 배구를 시도하면서 '몰빵 배구'에 지친 배구 팬들을 달랬다. 후반기 18연승을 달리며 꿈 같은 시간을 보낸 현대캐피탈은 7년 만에 정규 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스피드 배구, 정말 안 될 거라고 다들 이야기하고, 막막했던 걸 헤치고 정규 시즌 우승을 했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현대캐피탈의 자존심을 지켜 줘서 감사했다. 정말 막막하고 아무것도 안 보일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구단에서 부담 주지 않고 저랑 선수들 믿고 편안하게 끝까지 지지해 주셔서 감사하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최 감독은 "중간에 다시 예전 배구를 할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코칭스태프들이 '그러면 왜 시작했냐. 끝까지 하자'고 해서 흔들리지 않고 저희 팀만의 색깔을 만들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변화 끝에 수확이 있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생각했던 거보다 더 단단하게 뭉쳐 있었다. (문)성민이를 주축으로 하나가 된 게 큰 수확"이라며 계속 끈끈하게 뭉치길 바랐다.

한 시즌을 마무리한 시점에서 달콤한 휴식을 떠올릴 만도 한데 최 감독은 다음을 생각했다. "시간이 없어서 외국인 선수를 더 봐야 한다. 휴가를 더 못 낼 거 같다. 트라이아웃을 신청한 선수가 70~80명 된다는데 1주일 안에 보기 힘들 거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현대캐피탈은 다음 시즌 스피드 배구를 더 가다듬어 '업템포 2.0'으로 돌아오겠다고 예고했다.

[영상] OK저축은행 축하하는 현대캐피탈 ⓒ 스포티비뉴스 정찬 인턴

[사진] 최태웅 감독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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