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로마 스팔레티 감독 ⓒ 게티이미지

[스포티비뉴스=송영주 해설위원] 축구의 세계에서는 “결국 올라올 팀은 올라오고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전력과 경기력은 운에 따라 특정 경기의 승패를 결정할 수 없더라도 리그를 포함한 장기레이스에서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이것은 이번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제대로 나타나고 있다. 

‘세리에A의 강자’유벤투스는 초반 6경기에서 단 1승 밖에 거두지 못하며 위기론이 대두됐지만 11라운드 토리노 더비부터 15연승을 포함한 20경기 무패(19승 1무)를 기록하며 1위를 탈환했다. 여름 동안 절치부심하며 전력을 보강했던 밀라노 형제들은 서서히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한계에 부딪친 모양새다. 그리고 ‘유벤투스의 강력한 대항마’라 평가받은 AS로마는 가장 극적인 반전을 꾀하고 있다. AS로마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1위 유벤투스를 추격하고 있다. 

◆전술가 스팔레티가 돌아오다

AS로마는 지난 1월 루디 가르시아 감독을 경질했다. 이유는 성적부진. 가르시아 감독은 2013년부터 로마의 지휘봉을 잡고 지난 2시즌 연속으로 로마를 세리에A 2위로 이끌었던 인물이다. 로마가 2009-10시즌 2위를 기록한 뒤 2010-11시즌부터 3시즌 동안 6~7위를 오고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가르시아 감독의 지도력은 높게 평가받을 만 하다. 

그러나 유벤투스가 세리에A 4연패에 성공할 동안 2시즌이나 2위를 기록하며 강력한 대항마로 자리잡았지만 그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가르시아 감독 밑에서 9승 7무 3패를 기록하며 5위에 머물렀고 1위 나폴리와 승점 차가 7점으로 서서히 우승경쟁에서 밀려나고 있었기에 로마는 가르시아 감독의 경질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로마의 선택은 과거 프란체스코 토티를 제로톱으로 기용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스팔레티였다. 스팔레티 감독은 2005년부터 약 4시즌 동안 로마를 이끈 경험이 있으므로 로마에게 낯선 인물이 아니다. 그리고 로마에서 코파 이탈리아 우승 2회, 제니트에서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우승 2회를 기록해 우승할 줄 아는 감독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로마는 선수 구성보다는 측면을 활용한 속공과 에딘 제코를 활용한 공중전 등 단조로운 전술에 문제를 드러냈으므로 소위 말하는 전술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렇다. 제임스 팔로타 회장을 비롯한 로마의 선택은 탁월했다. 

AS로마의 변신은 무죄

스팔레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로마는 비록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2패를 당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세리에A에서 8승 2무 1패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1월 유벤투스와의 맞대결에서 0-1로 패했고, 지난 세리에A 30라운드에서 인테르와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연승 행진을 마감했지만 최근 9경기에서 8승 1무로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상승세의 중심에는 언급했듯 스팔레티 감독이 자리잡고 있다. 스팔레티 감독이 1월 중순에 부임하자마자 로마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새 감독의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영입했다. 그 결과 디에고 페로티와 스테판 엘 샤라위, 에르빈 주카노비치 등이 합류했다. 비록 야심차게 영입한 제르손이 비유럽 선수 등록 제한에 걸려 출전할 수 없지만 제르비뉴와 세이두 둠비아, 후안 이투르베 등을 정리하고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을 영입한 것은 바로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스팔레티 감독은 가르시아 감독이 추구했던 기존의 4-3-3 전형 뿐 아니라 4-2-3-1, 3-4-2-1, 4-3-1-2 등 다양한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상대에 따라 맞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공격과 미드필드에서는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 경기마다 변화를 주고 있지만 빠른 공수 전환과  날카로운 측면 공격과 함께 상대의 배후 공간을 파괴하는 공격은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수비도 중앙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가 부상에서 회복함에 따라 기존의 포백을 유지하면서도 심심찮게 스리백으로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스팔레티 감독도 포백과 스리백을 혼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특히 스팔레티 감독이 부임한 뒤 AS로마의 득점력이 급상승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스팔레티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앞두고 최전방 화력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모하메드 살라와 엘 샤라위, 페로티, 에딘 제코 등을 앞세운 공격은 리그에서 파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살라는 최근 리그 10경기에서 6골, 엘 샤라위는 최근 리그 8경기에서 5골, 그리고 에딘 제코도 득점력에 대한 비판은 존재하지만 최근 리그 6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다. 

여전히 불안요소는 있다

AS로마가 완벽하다고 단언할 순 없다. 일단 스팔레티와 토티가 모두 부인했지만 둘 사이의 불화설은 로마 내부적인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스팔레티 감독 체제에서 전력 외로 간주되는 토티는 제한된 출전 기회에 불만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스팔레티와 토티의 불화가 발생한다면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흔들릴 뿐 아니라 팬들의 지지도 약해질 수 있다. 팔로타 회장 뿐 아니라 스팔레티 감독은 “토티는 로마의 역사고 이탈리아 최고의 선수”라고 말하며 그의 커리어가 최선의 방식으로 마감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상황이지만 토티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또한 레알 마드리드와의 2차례 대결에서 드러났듯 수비에서의 집중력 부족을 노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기에 마놀라스와 주카노비치, 뤼디거가 버티고 있음에도 최근 5경기 연속으로 실점을 허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수비불안은 소위 강팀을 상대로 문제를 노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남은 8경기를 소화하는 동안에 라치오, 나폴리, AC밀란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 대적해야 한다는 사실도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로마는 스팔레티 감독과 함께 원래 자신들의 위치로 올라섰다. 물론 세리에A 1위를 탈환하는 것은 불가능한 임무에 가깝다. 여전히 세리에A 1위인 유벤투스와 승점 10점 차이고, 2위인 나폴리와 승점 7점 차이기 때문. 하지만 지금의 기세라면 남은 8경기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단할 수 없다. 유벤투스가 수비수들의 부상을 비롯해 전력 누수로 경기력이 흔들리고 나폴리가 시즌 중반에 노출한 득점 기복을 보여준다면 로마는 마지막 기회를 잡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로마가 현재의 3위보다 더 높은 곳에서 이번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남은 8경기에서 AS로마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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