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 트라웃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기자] 4일(이하 한국 시간) 메이저리그 개막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경기. 1회말 홈팀 피츠버그의 선두 타자 존 제이소가 2루수 땅볼로 아웃된 두 팬들에게는 다소 낯선 상황이 펼쳐졌다. ‘해적 선장’ 앤드류 맥커친이 3번 타자가 아닌 2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것이다. 지난해 단 한 경기도 2번 타자로 출전한 적이 없으며, 통산 1,038번의 경기 가운데 2번 타자 경험은 20경기밖에 되지 않는 맥커친은 새로운 타순이 어색했는지 볼넷 한 개만을 골라 내고 무안타에 그쳤다. 

그리고 5일 미네소타 트윈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두 팀의 리더이자 간판 타자인 조 마우어와 애덤 존스의 이름이 나란히 2번 타순에 이름이 올랐다. 조 마우어는 2013년부터 2번 타자로 자주 등장해 지난해에도 22경기 출전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존스는 맥커친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한 경기도 2번 타순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한 시즌 가장 많은 81경기의 2번 타순 출전 경험을 찾으려면 풀타임 2년째(데뷔 4년째)인 200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말하는 2번 타자의 임무는 1번 타자가 출루하면 한 베이스를 더 보내 중심타선에 찬스를 연결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강한 2번 타자’를 선호하는 추세이며 2014년과 2015년 아메리칸리그 MVP로 뽑힌 두 선수로 그 효과를 입증했다.

▲ 2014 / 2015 아메리칸리그 MVP *( ): 아메리칸리그 순위
2012년 타율 0.326, 30홈런 49도루라는 믿기 힘든 기록으로 신인왕에 오른 마이크 트라웃은 그해 139경기 가운데 138경기를 1번 타자로 출전했다. 이듬해인 2013년 장타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타순 변경을 시도했고 1번 18경기, 2번 89경기, 3번 50경기에서 큰 편차 없는 활약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4년 157경기 가운데 155경기를 2번 타자로 출전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아메리칸리그 MVP에 선정됐다. LA 에인절스는 트라웃을 앞세워 전체 최고 승률로 2009년 이후 5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오클랜드의 조시 도날드슨은 158경기 가운데 112경기를 3번 타자로 출전했다. 나머지 34경기 역시 중심 타선인 4번과 5번 타순이었다. 시즌이 끝난 후 트레이드를 거쳐 토론토로 이적한 도날드슨은 이전까지 통산 34경기밖에 경험해 보지 못한 2번 타순에 배치됐다. 호세 바티스타, 에드윈 엔카나시온 두 거포 앞에서 우산 효과를 받은 도날드슨은 데뷔 첫 40홈런,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며 토론토를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팀으로 만들었다. 22년 만에 팀을 아메리칸 동부지구 우승으로 이끈 도날드슨은 1년 전 ‘강한 2번 타자’ 변신에 성공했던 트라웃을 제치고 MVP의 영광을 차지했다.

▲ 2015 메이저리그 타순별 OPS 순위
지난해 2번 타순은 중심 타선에 포함되는 5번 타순보다 높은 OPS를 기록했다. 여전히 전형적인 작전, 주루가 뛰어난 2번을 선호하는 감독들도 있다. 그러나 ‘희생번트 무용론’과 함께 좀 더 생산적인 공격을 위해서는 2번 타자의 소임이 연결 고리를 뛰어넘어 해결사 노릇까지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5년에는 조시 도날드슨뿐만 아니라 여러 명의 성공적인 2번 타자들이 있었다. 부상에서 돌아와 내셔널리그 MVP 투표 3위에 오른 신시내티의 조이 보토, 텍사스의 후반기 질주를 이끈 추신수, 데뷔 첫해 포스트시즌에서 5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시카고 컵스의 카일 슈와버 등 장타력을 갖춘 강한 2번 타자들은 팀 공격의 활력소가 됐다.

2016년 개막전부터 중심 타선이 어울리는 타자들이 낯선 2번 타순에서 얼굴을 보이고 있다. 피츠버그의 맥커친, 볼티모어의 애덤 존스뿐만 아니라 내셔널리그의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코리 시거 역시 개막전에서 2번 타자로 출전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2번 타자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또 한 명의 '2번 타자 MVP'가 탄생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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