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호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기자] 박병호(30, 미네소타 트윈스)는 지난 9일(이하 한국 시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경기에서 호아킴 소리아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 홈런을 신고했다. 많은 팬들은 박병호의 마수걸이포가 그의 빅리그 연착륙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생각했다. 팬들은 박병호의 시즌 두 번째 홈런 소식을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2경기 동안 홈런이 아닌, 삼진 소식만 들렸다. 미국 언론도 조금씩 박병호를 향해 비판적인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많은 삼진과 빠른 변화구 적응력에 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5년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타자는 104명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평균인 7.7% 이상의 볼넷 비율을 기록한 5명의 선수를 추렸다. 이들의 마이너리그 시절과 빅리그 데뷔 시즌의 볼넷․삼진 비율을 살펴봤다.

5명의 타자는 대부분 빅리그 데뷔 시즌에 마이너리그 때와 비교해서 볼넷 비율은 떨어지고 삼진 비율은 늘어나는 변화를 겪었다. 미네소타의 미겔 사노는 유일하게 볼넷 비율이 늘어났지만 5명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삼진 비율 증가세를 보였다. 강정호도 예외 없었다. 그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KBO 리그 대비 볼넷 비율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마이너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타자들은 빠른 구속이 어느 정도 눈에 익은 선수들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강정호는 상황이 달랐다. KBO 리그보다 평균 구속이 약 6~8km 정도 더 빠른 빅리그에서 볼넷을 고를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데뷔 첫해 다른 신인들에 비해 볼넷은 많이 골라 내지 못했지만 삼진 비율은 다른 신인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시즌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카를로스 코레아는 좋은 선구안을 지녔다. 헛스윙 비율도 낮았다. 그러나 변화구 대처에는 미숙했다. 변화구가 들어왔을 때 패스트볼보다 2~3배 높은 헛스윙 비율을 기록했다. 또 포심 패스트볼 다음으로 슬라이더에 가장 많은 삼진을 뺏겼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뽑힌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삼진과 헛스윙이 많은 거포 유형의 선수다. 박병호와 비슷하다. 브라이언트도 변화구에 약점을 보였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세 구종에서 50% 이상의 헛스윙 비율을 기록했다.

강정호도 변화구 대처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슬라이더, 체인지업에 대한 타율은 각각 0.197와 0.208에 그쳤다. KBO 리그에서 기록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박병호도 올 시즌 12개의 삼진 가운데 슬라이더, 체인지업에 각각 3개씩의 삼진을 뺏겼다.

스탯티즈 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KBO 리그에서 메이저리그 평균인 시속 135.5km 이상의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투수는 모두 13명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평균에 속하는 것이 KBO 리그에선 상위 5%에 자리한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서 경험하고 있는 체인지업은 국내에서 상대했던 투심 패스트볼 구속과 거의 비슷하다. 즉, 박병호가 현재 고전하고 있는 공은 투심 패스트볼의 구속을 지닌 변화구로 볼 수 있다.

미국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의 성적 예측 시스템 ‘ZiPS’는 박병호의 예상 볼넷 비율을 7.9%, 삼진 비율을 28.6%로 예측했다. 미네소타 구단이 기대하고 있는 바는 박병호가 많은 삼진을 당하더라도 25개 이상의 홈런과 80타점을 기록하는 것이다. 삼진이 나오더라도 빼어난 배팅 파워와 득점권 기회에서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해결사 본능을 원하는 것이다.

강정호의 지난해 기록을 고려할 때 박병호가 올 시즌 ZiPS의 예상대로 약 8%의 볼넷 비율과 30% 안팎의 삼진 비율을 거둔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첫해 성적이라 볼 수 있다. 지금 겪고 있는 과정도 새로운 리그를 경험하는 신인으로서 충분히 겪는 ‘성장통’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기록 출처 : 스탯티즈(statiz.co.kr), 팬그래프닷컴(fangraphs.com), 브룩스베이스볼(brooksbaseba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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