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송영주 해설위원] 벤피카에 두고두고 아쉬울 한 판이었다.

벤피카는 1989-199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벤피카는 무려 26년 만에 다시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진출할 기회를 잡았지만 바이에른 뮌헨과 전력 차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이후, 에스타디오 다 루즈를 찾은 약 6만 명의 팬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기립박수를 보냈다. 팬들은 벤피카의 투지와 가능성을 봤고, 벤피카의 도전이 아름다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벤피카는 14일(이하 한국 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에스타디오 다 루즈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치러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벤피카는 1,2차전 합계 2-3으로 패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간판 스트라이커 코스타스 미트로글루와 에이스 니콜라스 가이탄은 부상으로, 해결사 조나스는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라울 히메네스와 탈리스카가 골을 기록했지만 아르투로 비달과 토마스 뮐러의 골을 막지 못했다.

벤피카의 팬들은 벤피카가 1960년대 에우제비오 시대에 결승 진출을 5차례 했고, 우승을 2차례나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1987-88시즌과 1989-1990시즌 결승전에서 각각 PSV와 AC밀란에게 아쉽게 패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팬들이 과거의 영광을 떠올렸더라도 벤피카와 바이에른 뮌헨의 전력 차는 인정했을 것이다. 경기 전 벤피카의 후이 비토리아 감독은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하는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로 공격적인 전술만을 구사할 수 없다. 수비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반 27분 엘리세우의 절묘한 크로스를 라울 히메네스가 환상적인 헤딩슛으로 연결했을 때, 달콤한 꿈을 꿨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벤피카의 감독과 선수들, 팬들 모두는 “이제 한 골만 더”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반 38분 아르투로 비달의 슈팅이 골로 연결되는 순간, 준결승 진출팀은 결정되고 말았다. 줄리우 세자르의 부상으로 골문을 지켰던 에데르손 골키퍼와 자르델과 빅토르 린델로프의 단단했던 중앙 수비가 무너지는 순간 이미 벤피카는 4강으로 가는 길을 잃고 만 것이다.

벤피카가 8강에서 그들의 행진을 멈췄지만 그 누구도 ‘실패’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벤피카는 2012-13시즌과 2013-14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에 진출했지만 최근 25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경험하지 못한 짜릿한 순간을 경험했다. 이미 준결승 진출이 어려운 시점에서 비토리아 감독이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했을 때, 팬들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던 장면에서 알 수 있듯 벤피카의 챔피언스리그 행보는 실패보단 만족이란 단어가 더 어울린다.

비토리아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끝까지 싸웠다. 당연히 난 우리 선수들과 경이적인 팬들에게 축하를 보내야 한다. 정말 위대한 경기였다. 우리는 그들과 대등하게 싸울 것을 약속했고 이를 지켰다"며 경기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벤피카가 조별리그에서 AT 마드리드를 상대로 원정에서 2-1로 승리하고, 8강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홈 경기 무승부를 거뒀으므로 비토리아 감독의 자부심은 타당하게 보인다. 그만큼 벤피카의 올 시즌 행보는 특별했다.

벤피카의 선전은 챔피언스리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프리메이라리가 2연패의 주인공이었던 호르헤 헤수스 감독이 라이벌인 스포르팅으로 떠나면서 후이 비토리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벤피카는 전반기에 스포르팅에 밀리며 고전했다. 하지만 25라운드 스포르팅과의 맞대결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1위를 탈환했고, 이번 시즌 5경기가 남은 현재 리그 3연패에 근접한 상황이다. 타카 데 포르투갈(FA컵)에서는 32강에서 스포르팅을 만나 1-2로 패해 탈락했지만 타카 데 리가(리그컵) 준결승에 진출한 상황이다.

결과뿐 아니라 내용도 나쁘지 않다. 공격에선 조나스가 리그에서 30골을 넣으며 지난 시즌에 이어 파괴력을 과시했고, 수비에서는 루이장의 부상에도 자르델의 중심을 잡으며 제 역할을 했다. 이 외에도 가이탄과 피치, 페이사, 사마리스 등은 미드필드에서 건재함을 보여줬다. 그리고 헤나투 산체스와 린델로프, 곤살루 게데스, 탈리스카 넬손 세메도, 누누 산토스 등 어린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서서히 세대교체도 진행 중이다.

벤피카의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도전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비토리아 감독이 지휘하는 벤피카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 시즌 남은 기간 동안 2개의 우승 트로피(프리메이라리가와 타카 데 포르투갈)를 위해 전력질주를 할 것이 분명하다. 벌써부터 다음 시즌 벤피카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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