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세 번째 아치를 그린 박병호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기자] 19일(한국 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 인터리그 첫 경기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박병호는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으로 활약했다.

초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3-3 동점을 허용한 뒤 4회말 선두 타자로 등장한 박병호는 밀워키 선발투수 체이스 앤더슨의 시속 90마일(약 145km) 바깥쪽 낮은 코스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오른쪽 관중석 상단을 때리는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5회말 2사 1루에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첫 타석에서 안타를 빼앗은 상대의 수비 시프트를 무력화하는 우전 안타로 데뷔 첫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하며 팀의 4연승에 힘을 보탰다.

전날 LA 에인절스와 경기 5타수 무안타(1삼진)의 부진을 하루 만에 만회했다는 것도 긍정이지만 그보다 더 고무적인 것은 메이저리그 진출 전 우려했던 내용을 스스로 하나씩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 당겨친 타구 비율과 메이저리그의 수비 시프트

메이저리그 진출 전 박병호를 향한 우려의 시선 가운데 하나는 지나치게 높은 ‘당겨친 타구의 비율’과 이에 대응하는 메이저리그 수비 시프트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실제 박병호는 2015년 KBO 리그 규정 타석을 채운 51명의 타자 가운데 4번째로 높은 53.7%의 당겨친 타구 비율을 기록했다. 같은 해 메이저리그에서 3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30명의 타자 가운데 당겨친 타구 비율이 50%를 넘는 타자는 단 4명이었다.

당겨친 타구 비율이 50%를 넘는 타자 가운데 박병호와 같은 우타자인 호세 바티스타와 에드윈 엔카나시온은 지난해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로 큰 손해를 봤다. 바티스타는 시프트가 없을 때 타율이 0.254로 시즌 타율인 0.250과 큰 차이가 없었던 반면 시프트 상황에서 타율 0.214로 4푼이 낮아졌다. 엔카나시온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시프트가 없을 때 0.323의 높은 타율을 기록한 반면 시프트 상황에서는 이보다 1할 정도 낮은 0.229의 타율을 기록한 것이다. 

좌타자 상대로 주로 사용됐던 내야 수비 시프트는 최근 당겨치는 비율이 높은 우타 거포 유형의 타자를 상대로도 적극적으로 사용되면서 비슷한 유형의 박병호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실제 19일 경기 첫 타석에서 2루 베이스 방향으로 강한 타구를 때렸지만 1-2루 사이를 비우고 2-3루 사이에 3명의 내야수가 배치된 수비 시프트에 걸려 병살타로 연결됐다. 박병호의 두 번째 타석에서 바깥쪽 공에 홈런을 허용한 밀워키는 세 번째 타석에서 또 한 번 극단적인 시프트를 펼친 뒤 몸쪽 승부를 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박병호는 아무도 없는 1-2루 사이로 여유 있게 안타를 때려 냈다.

단 한 타석의 결과로 시프트를 극복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극단적인 내야 수비 시프트로 병살타를 기록하고 바로 그 경기에서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였다는 것은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나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시프트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순발력을 본 상대 팀들은 박병호에게 시프트를 사용할 때마다 한번 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 타깃 필드의 오른쪽 담장을 넘겨라

지난해 11월 13일 미네소타 지역지 스타트리뷴은 '타깃 필드에서도 박병호의 파워가 나올까’라는 제목 아래 데이터와 영상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박병호의 연착륙 가능성을 분석했다. 스타트리뷴은 2015년 KBO 리그에서 박병호의 홈런 타구 분포도를 보면 왼쪽 26.6%, 가운데 56.6%, 오른쪽 16.6%로 중앙에서 우측으로 밀어친 홈런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중간 111m, 우측 100m의 거리와 7m의 높은 펜스를 보유한 미네소타의 홈구장인 타깃 필드에서 박병호의 파워가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타깃필드에서 기록된 홈런 가운데 81.5%는 왼쪽으로  넘어갔다.(가운데 1.3%, 오른쪽7.3%)  이 기간 오른손 타자가 우측으로 홈런을 친 것은 29번(박병호 포함)에 불과하며 지난해에는 5번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퍼 스윙으로 공을 높게 띄우는 유형의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을 상대한다면 타깃 필드에서는 뜬공이  많아지고 홈런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현재 박병호가 때려 낸 3개의 홈런으로 보여 준 가공할 만한 파워는 이러한 의심의 시선을 지우기에 충분하다. 스탯캐스트 기록을 기준으로 3개의 홈런의 평균 타구 속도인 시속 108.1마일(약 174km)은 올 시즌 2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102명의 타자 가운데 12위에 해당하는 빠른 속도다. 평균 비거리 역시 15위에 해당하는 418.6피트(약 127.6m)로 타구 속도와 비거리 모두 상위권의 기록을 보이며 파워만큼은 기존 메이저리그 거포들에 견줘도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 나가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 자신에게 붙어 있는 물음표를 하나씩 지워 나가고 있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며 여전히 타격의 정확성과 많은 삼진 등 약점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9일  경기에서 보인 해결 능력은 앞으로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 기록 출처: 스탯티즈(statiz.co.kr), 팬그래프닷컴(fangraphs.com), 브룩스베이스볼(brooksbaseball.net), 베이스볼 서번트(baseballsavant.com)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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