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진보다 맞춰 잡는 투구에 눈을 뜬 크리스 세일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기자] 야구에서 타자가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화려한 퍼포먼스는 ‘홈런’이다. 상대 투수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겨 버리는 호쾌한 스윙은 한여름의 에어컨 바람보다 시원하다. 타자에게 ‘홈런’이 있다면 투수에게는 ‘탈삼진’이 있다. 위기의 순간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거나 타석에 그대로 얼어붙게 만드는 스트라이크는 퇴근 후 야구를 보며 마시는 한 잔의 맥주만큼이나 짜릿하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크리스 세일은 화려했다. 선발로 전환한 2012년 192개의 탈삼진으로 아메리칸리그 9위에 올랐고, 이후 3시즌 연속 200탈삼진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아메리칸리그 탈삼진 1위(274개)를 차지했으며,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하며 1999년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5경기 연속 12탈삼진 이상’이라는 기록 역시 메이저리그 역대 타이 기록(1998년 랜디 존슨, 1999년 페드로 마르티네스)이었다.

그러나 화려한 탈삼진 기록 뒤에는 그림자도 있었다. 세일이 지난해 기록한 평균자책점 3.41은 2010년 데뷔 후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또한, 타석당 투구 수 3.89개는 규정 이닝 투수 78명 가운데 61위, 이닝당 투구 수는 15.9개는 43위로 탈삼진을 위해 비교적 더 많은 공을 던져야 했다.

2016년 시즌을 앞두고 세일은 변화를 예고했다. 돈 쿠퍼 코치의 조언으로 많은 공을 던져 삼진을 노리는 것보다 적은 투구 수로 맞춰 잡는 효율적인 투구로 방향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효과는 놀라웠다. 세일은 28일 현재 5경기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66의 완벽한 투구를 보여 주고 있다. 이닝당 투구 수는 지난해보다 2개 이상 줄어든 13.8개로 올해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109명 가운데 3위다.

효율적인 투구 수 관리는 이닝의 증가로 연결됐다. 지난해보다 경기당 투구 수는 2개 정도 줄어든 반면 이닝은 1이닝 가까이 늘었다.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 9이닝 완봉승 한 차례를 포함해 모든 경기를 7이닝 이상 던졌다. 지난해 31경기 가운데 절반 정도인 15경기에서 110구 이상을 던졌지만, 올해는 더 긴 이닝을 던지며 아직까지 110구 이상을 던진 경기가 없다. 최다 108구다.
지난해 세일의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11.82개로 규정 이닝 투수 78명 가운데 1위였다. 올해는 이보다 4개 이상 줄어든 7.58개로 규정 이닝 투수 109명 가운데 60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9이닝당 볼넷 역시 1.81개에서 1.18개로 줄어들며 탈삼진/볼넷 비율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K/BB- 2014년: 6.52, 2015년: 6.40)

세일은 2010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3위로 화이트삭스에 지명된 뒤 두 달 만에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다. 지난해까지 6시즌을 치르며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4회 선정, 4년 연속 두 자릿수 선발승, 3년 연속 200탈삼진 이상 기록 등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 왔지만 팀은 단 한번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2016년 시즌 초반 화이트삭스는 세일을 필두로 한 투수진의 활약으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 MLB 전체 승률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 부진(5승 7패 평균자책점 4.33 / 전반기 8승 4패 평균자책점 2.72)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화려한 투구보다 실리를 택한 세일의 선택은 생애 첫 사이영상 수상과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최고의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 기록 출처: MLB(MLB.com), 팬그래프닷컴(fangraphs.com), 베이스볼레퍼런스(baseball-reference.com)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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