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빈 가메이로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송영주 해설위원] 세비야는 29일 (이하 한국 시간) 우크라이나 리비프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5-16시즌 유로파리그 4강 1차전에서 샤흐타르 도네츠크와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는 마를루스와 타라스 스테파넨코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고전했지만 비톨로와 케빈 가메이로가 연속골을 넣은 결과. 세비야는 원정에서 2골을 넣어 2차전에서 승리하거나 0-0 또는 1-1 무승부를 거두면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그만큼 결승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섰다.

세비야가 보여주는 유로파리그에서의 행보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의 주역이었던 카를로스 바카가 여름에 떠났고, 그의 빈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치로 임모빌레는 실패작으로 판명됐다. 한 마디로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약화된 것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D조에선 2승 4패를 기록하며 조 3위로 간신히 유로파리그에 진출했다. 이에 더해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서 3전 전패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원정 경기에서 9무 8패를 기록했을 정도로 시즌 내내 ‘원정 징크스’로 고생했다.

그럼에도 세비야는 유로파리그 준결승에 진출하며 우승에 도전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준결승 1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둔 그들의 시선은 이제 유로파리그 3시즌 연속 우승을 향해 있다. 여러 불안 요소에도 결승 진출에 근접했을 뿐 아니라 우승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세비야는 왜 유로파리그에 유독 강한 것일까?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전술과 용병술

세비야가 유로파리그의 강자로 우뚝 선 것은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등장과 관련이 깊다. 물론, 세비야는 후안데 라모스 감독의 지휘 아래 2005-06, 2006-07시즌에 2시즌 연속으로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07년 10월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 떠나면서 유럽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세비야는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2013년 1월 지휘봉을 잡으면서 다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나이 에미리 감독은 탁월한 지도력과 전술적 역량을 발휘하며 지휘봉을 잡은 지 1시즌 만에 세비야를 유로파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우승 경험이 일천했던 에메리 감독은 전력이 불완전함에도 바카와 이반 라키티치를 앞세워 공격력을 극대화했고 행운까지 따르면서 세비야의 영광을 재현한 것이다. 지난 시즌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세비야를 공수에서 완성도 높은 팀으로 변모시키면서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패배는 단 1번만 기록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은 세비야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유로파리그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유로파리그를 치르는 법을 보여주고 있다. 소위 말하는 운도 따르고 있다. 샤흐타르 도네츠크의 미르체아 루체스쿠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세비야에게 운이 따르고 있다. 이제 그 운이 우리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점을 극대화, 단점을 최소화

올 시즌을 돌아볼 때, 세비야는 크게 3가지 문제에 직면했었다. 그것은 케빈 가메이로 외에 확실한 득점원이 없다는 점과 포백의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점, 원정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장점을 극대화하면서도 단점을 최소화하면서 세비야의 경기력을 높이고 있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올 시즌 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수비력이 뛰어난 공격형 미드필더로 하여금 스트라이커를 보좌하게 했다. 이는 전진 압박을 강하게 가져가면서도 빠른 공수 전환을 보여줬다. 수비 불안, 특히 공격을 전개할 때 수비대형이 무너지면서 상대의 역습에 오히려 흔들리는 점을 전진 압박을 강하게 구사하면서 해결했다. 또한 빠른 공격 전개 상황에서 여러 선수에게 동시다발적인 쇄도를 주문하면서 가메이로의 득점력을 최대한 활용했고 윙어들의 득점지원을 꾀하고 있다.

시즌 내내 발목을 잡았던 ‘원정 징크스’는 프리메라리가에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유로파리그에선 이미 타파했다. 빌바오와의 8강 1차전에서 2-1로 승리하면서 원정에서도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샤흐타르 도네츠크와의 준결승 1차전에서도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세비야에 이제 원정 경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비야가 유로파리그 결승에 진출한다면 오는 5월 18일 스위스의 상크트 야콥 파크에서 경기를 치르겠지만 이는 중립지역의 경기이고, 세비야는 결승전에 진출할 경우 패한 적이 없다.

선수들의 자신감과 야망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우리는 역사를 만들 기회를 잡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라고 말하며 유로파리그 우승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선수들도 자신감과 욕심을 동시에 표출하며 유로파리그 우승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고 있다.

세비야가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게 되면 역사상 처음으로 유로파리그 3시즌 연속 우승을 하게 되고, 유로파리그 총 5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유럽대항전 3시즌 연속 우승은 바이에른 뮌헨이 1973-74시즌부터 3시즌 연속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후 사라진 엄청난 기록이기도 하다.

세비야는 이번 시즌 3경기가 남은 프리메라리가에서 승점 52점으로 7위에 올라있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선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는 방법밖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선수들의 우승에 대한 열망은 2013-14시즌이나 지난 시즌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유로파리그 DNA를 보유한 팀이자 유로파리그의 최강자인 세비야가 과연 올 시즌에도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이제 우승까지 단 2경기만이 남아 있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과 세비야는 모든 전력을 이 2경기에 집중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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