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덩크 시도하는 '킹' 르브론 제임스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서로 다른 '봄의 온도'를 보였다. 동부 콘퍼런스는 팽팽했고 서부 콘퍼런스는 일방적인 시리즈 흐름이 이어졌다. 1일(이하 한국 시간) 서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대승으로 시작을 알린 가운데 올 시즌 미국 프로 농구(NBA) 봄 무대 제 1장을 간략하게 살펴봤다.  

◆ 예상대로 팽팽한 '동부의 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4승) VS 디트로이트 피스톤스(4패)

클리블랜드는 디트로이트를 4연승으로 따돌리고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안착했다. 르브론 제임스는 마이애미 히트 시절을 포함해 '봄 농구' 1라운드에서 17연승을 챙겼다. 자신의 세 번째 우승 반지를 위한 첫 무대를 깔끔하게 마쳤다. 카이리 어빙과 JR 스미스의 외곽슛 감각도 훌륭했다. 두 선수는 지난달 25일 열린 시리즈 4차전에서 3점슛 9개를 합작하며 팀의 100-98, 진땀승에 이바지했다. 지난 시즌 케빈 러브와 어빙이 부상에 신음하며 플레이오프에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제임스의 부담을 확실히 덜어 주는 동료들이 클리블랜드의 순조로운 항해를 돕고 있다. 경험, 전력, 승부처 집중력 등 동부에서 가장 안정적인 짜임새를 자랑하고 있는 팀이 클리블랜드다.

*애틀랜타 호크스(4승 2패) VS 보스턴 셀틱스(2승 4패)

애틀랜타는 보스턴을 시리즈 스코어 4-2로 꺾고 클리블랜드와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다. 수비 위주의 느린 농구와 확률 높은 3점슛, 이타적인 패스 게임으로 보스턴의 로테이션 농구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상대의 강한 1선 압박을 주전 포인트가드 제프 티그가 노련하게 뚫어 내면서 자신이 왜 동부 콘퍼런스 최고의 1번 후보로 꼽히는 확실히 증명했다. 데니스 슈뢰더의 부진은 2라운드에 앞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재 크로우더, 자레드 설린저, 마커스 스마트 등이 바지런히 움직이면서 애틀랜타 1선을 강하게 몰아붙였지만 그때마다 양 코너에 넓게 퍼져 있는 카일 코버, 켄트 베이즈모어에게 깔끔한 패스가 이뤄졌다. 티그의 질 좋은 패스를 받은 코버, 베이즈모어의 높은 공격 생산성은 5차전 27점 차 대승의 밑바탕이 됐다. 어떤 팀을 만나도 특유의 리듬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농구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애틀랜타의 최고 장점이다.

*7차전 승부 앞두고 있는 4팀

토론토 랩터스와 인디애나 페이서스, 마이애미 히트와 샬럿 호네츠는 '7차전 끝장 승부'의 길목에 다다랐다. 4팀은 3승 3패 호각세를 이루며 6차전까지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시작 전부터 동부에는 클리블랜드의 2년 연속 파이널 진출을 저지할 '잠룡'이 많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4구단은 예상대로 동부를 팽팽한 전쟁터로 이끌었다.

토론토는 사정이 급하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워싱턴 위저즈에 시리즈 스코어 0-4로 힘없이 무릎을 꿇었던 아픔이 있다. 동부 2번 시드를 얻은 올 시즌에도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다면 드웨인 케이시 감독의 입지가 미세하게 흔들릴 수 있다. 카일 라우리-더마 드로잔 콤비도 팀을 파이널로 이끌기엔 2퍼센트 부족한 선수들이란 평가가 스멀스멀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인디애나는 '돌아온 1옵션' 폴 조지가 빼어난 경기력으로 중심을 잡아 주면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이어 상위 시드의 발목을 잡는 두 번째 '업셋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샬럿과 마이애미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두 에이스 가드의 1대1 대결이 불을 뿜고 있다. '대장 말벌' 켐바 워커와 '마이애미의 심장' 드웨인 웨이드가 눈부신 경기력으로 연일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제레미 린-마빈 윌리엄스와 루올 뎅-하산 화이트사이드가 벌이는 조력자 싸움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 다소 싱거웠던 서부 'PO 1라운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4승 1패) VS 휴스턴 로키츠(1승 4패)

▲ 레이업 슛을 올려놓는 클레이 톰슨 ⓒ Gettyimages
2연속 NBA 파이널 우승을 노리는 골든스테이트는 현역 최고의 슈팅가드 제임스 하든의 휴스턴을 4승 1패로 꺾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스테픈 커리의 '2차 부상'이라는 악재를 만났지만 클레이 톰슨-드레이먼드 그린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열을 재정비하며 무난하게 1라운드를 통과했다.

LA 클리퍼스를 제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2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커리는 서부 콘퍼런스 결승 2~3차전쯤 복귀가 가능하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커리 없어도 괜찮아(No Curry, No problem)' 모드를 포틀랜드와 시리즈에서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톰슨은 자신이 커리의 '사이드킥'에 머물 선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는 각오다. 커리 대신 선발로 나설 숀 리빙스턴의 슛 감각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호재다.

*샌안토니오 스퍼스(4승) VS 멤피스 그리즐리스(4패)

샌안토니오는 주축 선수가 여럿 빠진 멤피스를 시리즈 스코어 4-0으로 가볍게 눌렀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 오른 16팀 가운데 가장 먼저 2라운드 진출을 알렸다. 라마커스 알드리지가 1라운드 평균 14.5득점 8.0리바운드 1.8슛블록 야투 성공률 51.1%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인사이드 중심을 잡았다. 카와이 레너드는 평균 21.5점 4.8리바운드 2.8가로채기 야투 성공률 52.7%를 쓸어 담으며 팀 내 해결사로서 제 몫을 다했다.

데이비드 예거 멤피스 감독은 1라운드가 끝난 뒤 "마크 가솔, 마이클 콘리 등 주축 선수의 줄부상 탓에 올 시즌은 너무 힘들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이 정말 고맙다. 그들은 멤피스의 자존심을 지켰다. 빈스 카터, 잭 랜돌프 등 베테랑들은 물론 올 한 해 우리 팀 로스터에 한번이라도 이름을 올렸던 28명의 선수들 모두 축복만이 가득하길 빈다"며 눈물을 보였다.

*오클라호마시티 선더(4승 1패) VS 댈러스 매버릭스(1승 4패)

오클라호마시티는 더크 노비츠키가 이끄는 댈러스를 4승 1패로 따돌리고 2라운드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일격을 당한 2차전을 제외하고 승리를 거둔 4경기 모두 108점 이상을 챙기는 화끈한 '득점쇼'를 보였다.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 러셀 웨스트브룩-케빈 듀란트가 지난달 26일 5차전에서 각각 36점, 33점을 퍼부으며 118-104 승리를 이끌었다. 두 선수는 통산 9번째 한 경기 동반 3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LA 레이커스의 레전드 콤비 제리 웨스트-엘진 베일러에 이어 이 부문 NBA 플레이오프 역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격형 센터' 에네스 칸터는 4차전에서 28점을 수확하는 등 시리즈 내내 더블 더블에 가까운 평균 성적을 챙기면서 유능한 3옵션 노릇을 톡톡히 했다. 1라운드 5경기서 평균 15.2점 7.0리바운드를 거뒀다. 야투 성공률은 70.7%에 이른다. 하이 포스트에서 웨스트브룩, 디온 웨이터스와 펼친 2대2 게임은 이번 시리즈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하는 공격 무기였다. 미국 중계진은 "지금 댈러스를 무너뜨리고 있는 건 등 번호 0번이나 MVP가 아닌 칸터다"고 말할 정도로 빼어난 생산성을 보였다. 페인트 존에서 평균 두 자릿수 점수를 꾸준히 올리면서 빌리 도노반 감독이 다양한 '전술 선택지'를 꺼내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4승 2패) VS LA 클리퍼스(2승 4패)

주전 포인트가드와 빅맨을 한꺼번에 잃은 변수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클리퍼스가 크리스 폴-블레이크 그리핀의 부상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2연승 뒤 4연패하며 힘없이 무너졌다. 자말 크로포드, 디안드레 조던이 내·외곽에서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1선 수비수인 폴이 빠지자 '올스타에 뽑히지 못한 슈퍼스타' 데미안 릴라드의 움직임을 제어할 선수가 사라졌다. 고비마다 릴라드에게 돌파 점수를 허용했고 CJ 맥컬럼, 알-파룩 아미누 등이 스크린을 받은 뒤 슈팅 공간을 확보하고 던지는 점프 슛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다. 

폴은 또다시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에 실패하면서 선수 생활의 분수령을 맞았다. 올 시즌 빼어난 성적으로 전성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1985년생인 그는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33살이 된다. 가드에게 32~33살은 기량 하락 징후가 조금씩 엿보이는 시기다. 자신이 주축이 된 팀을 이끌고 대권에 도전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클리퍼스 전력을 봐도 3~4년 전과 비교할 때 골든스테이트, 샌안토니오 등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평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일 '클리퍼스가 실망스러운 시즌 마무리를 보였다. 부상 악령을 결국 떨쳐 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 CJ 맥컬럼(가운데)을 막아서는 디안드레 조던(왼쪽)과 크리스 폴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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