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앞으로 중요한 대회가 많이 남아 있는데 하나하나 잘 풀어 나가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싶습니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 갔을 때는 최대치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 드리고 싶어요. 정말 잘해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입니다."

당차고 야무지다. 13살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성숙하다.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열정이 큰 만큼 목표에 대한 의지는 구체적이고 확고했다.

지난 겨울,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김연아(26)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열기는 처음이었다. '제 2의 김연아'를 꿈꾸는 세 명의 유망주들의 기량과 재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임은수(13, 한강중)는 유영(12, 문원초) 김예림(13, 도장중)과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피겨스케이팅 팬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진 이는 유영이다.  올해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정상에 오르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이 대회 여자 싱글 3위에 오른 임은수는 지난 2월 동계체전 여자 초등부 A조에서 우승했다. 이 조는 유영과 임은수 그리고 김예림이 출전해 경쟁했다. 쇼트프로그램 2위에 오른 임은수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역전하며 승자가 됐다.

2015~2016 시즌을 마친 임은수는 다음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아이스링크에서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전에는 새 프로그램 연습에 들어가고 오후에는 드미트리 드미트렌코(43, 우크라이나) 코치에게 스트로킹 수업을 받고 있다.

▲ 임은수 ⓒ 스포티비뉴스

김연아와 스케이트가 좋아 스스로 선택한 선수의 길

2003년에 태어난 임은수는 6살이던 2009년 스케이트를 처음 신었다. 어머니 이규숙(41) 씨는 "어릴 때 (임)은수가 몸이 약해서 운동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김연아 선수 열기가 한창 뜨거울 때여서 피겨스케이팅을 했는데 그때가 6살 겨울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추운 빙판에서 연습하기가 쉽지 않았다. 감기로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도 갔지만 스스로 스케이트에 재미를 붙였다. 이 씨는 "(은수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피겨스케이팅을 그만뒀다. 그런데 은수는 계속 스케이트를 타고 싶어 했고 8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임은수는 "처음에는 어려서 (김)연아 언니가 입는 의상이 예뻐 보였다. 그렇게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거 같다"고 말했다.

남다른 재능을 보인 그는 2014년부터 지현정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그리고 2014년과 2015년 회장배랭킹대회 2그룹(주니어)에서 2년 연속 우승했다. 어느덧 국가 대표가 된 그는 지난 1월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3위에 올랐고 동계체전에서는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여자 초등부 A조에서 정상에 올랐다.

▲ 태릉아이스링크에서 스트로킹 훈련을 하고 있는 임은수 ⓒ 스포티비뉴스

가장 좋아하는 김연아 프로그램은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어릿광대를 보내 주오'

지난 시즌에 대해 임은수는 "지난해와 지지난해에는 경기를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는지 잘 안 됐다. 점프 실수를 해도 그 다음에는 잘해야 하는데 흔들릴 때가 많았다. 올 시즌에는 실수를 해도 그 다음을 잘 연결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잘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동계체전이 열린 경기도 안양시 아이스링크에는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일본 언론까지 김연아의 뒤를 이을 유망주들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이제 겨우 시작하는 단계에서 큰 조명을 받다 보니 아직 어린 이들에게는 적지 않는 부담감이 따를 법했다. 그러나 임은수는 "많은 분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좋다"며 0관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피겨스케이팅은 뛰어난 기술과 표현력 그리고 큰 무대에서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이 모두 필요하다. 임은수는 경험을 쌓으며 긴장을 풀고 경기에 집중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를 할 때 긴장이 아예 없을 수는 없죠. 어떻게 잘 풀어 가느냐가 중요한데 한 경기 한 경기 하면서 (집중하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긴장할 때 호흡을 크게 한다든지 아니면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죠."

임은수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비거리가 뛰어난 점프다. 표현력도 풍부하다.

▲ 임은수 ⓒ 스포티비뉴스

"제가 힘이 좋은 편이 아니라 스피드를 이용해 점프를 날려 뛰는 방법으로 하고 있어요. 저에게 편하고 안정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받으면 어떤 스토리인 것을 듣죠. 그 이야기를 생각해 보고 해석해 보면서 생각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생각을 많이 한다고 아이스링크에서 그대로 나오는 것은 아니죠. 관중들이 보고 있는 점이 잘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지난해 7월 임은수는 김연아의 후배들이 오마주 공연을 펼치는 무대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제임스 본드 메들리'를 연기했다. 임은수는 "연아 언니 프로그램 가운데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어릿광대를 보내 주오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본드 메들리는 김연아가 2009~2010 시즌 연기했던 쇼트프로그램 곡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때 이 프로그램을 연기했다. 어릿광대를 보내 주오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연기한 쇼트프로그램 곡이다. 임은수는 김연아의 장점 가운데 표현력을 많이 닮고 싶다고 밝혔다.

"표현력을 할 때 손동작이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있고 기본이 있어도 표현력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연아 언니는 기본을 갖춘 동작에 표현력까지 더해져서 사람들이 보기에 멋있고 웅장하게 보이죠."

임은수는 김연아를 가장 좋아하지만 애슐리 와그너(25, 미국)도 존경한다고 밝혔다. 와그너는 지난 3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임은수는 "표현력도 좋고 스케이트를 탈 때 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고 말했다.

▲ 김연아(가운데)와 임은수(오른쪽) ⓒ 한희재 기자

1차 목표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 그리고 최종 목표는…

쿠키와 빵을 만들기를 좋아하는 임은수는 주말에 요리하며 피로를 푼다. 음악을 듣는 것도 즐기는 데 좋아하는 가수로 시아준수를 꼽았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임은수는 오는 8월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있다. 만 13살인 임은수는 본격적으로 주니어 국제 대회에 도전할 나이가 됐다.

그는 "중요한 대회인 만큼 단단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연아 언니 이후로 우리나라에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선수가 없었다. 꼭 잘해서 연아 언니 뒤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어린 나이 때문에 임은수는 김예림, 유영과 마찬가지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무대에 서서 깨끗한 연기를 펼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는 것이 임은수의 꿈이다.

구체적이고 확고한 목표를 가진 임은수의 꿈은 살아 있었다. 미래의 결과와 상관없이 뚜렷한 의지를 갖추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는 진정한 '유망주'였다. 임은수는 아직까지 큰 부상이 없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며 최대 고비인 성장기를 잘 보낼 경우 임은수는 물론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미래는 밝다.

▲ 임은수 ⓒ 스포티비뉴스

[영상] 임은수 인터뷰, 훈련 장면 ⓒ 촬영, 편집 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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