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보스턴으로 이적한 데이비드 프라이스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기자] 지난해 12월 2일(이하 한국 시간) 메이저리그 FA 최대어로 꼽히던 데이비드 프라이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7년 총액 2억17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종전 투수 최고액인 클레이튼 커쇼의 7년 2억1500만 달러 계약을 뛰어넘는 역대 투수 최고액이었으며 평균 연봉 역시 3100만 달러로 미겔 카브레라와 공동 1위에 해당하는 높은 금액이었다. 평균자책점 1위(2.45)를 차지하고도 두 번째 사이영상을 놓친 아쉬움을 거액의 FA 계약으로 달랬다.

불과 3일 뒤 잭 그레인키가 평균 연봉 3442만 달러(6년 총액 2억650만 달러)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하면서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선수의 주인공은 바뀌었지만, 프라이스로는 아쉬울 것이 없었다. 2008년 데뷔 후 가장 오랜 기간 뛰면서 익숙해진 아메리칸 동부지구에 머무를 수 있었고, 홈 구장이 될 펜웨이파크는 좋은 기억이 많은 편안한 구장이었기 때문이다.

계약 규모만큼이나 큰 기대를 받으며 시작한 올 시즌 초반 성적은 아직 실망스럽다. 프라이스는 6경기에서 4승 무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평균자책점이 6.14에 이른다. 퀄리티 스타트와 대량 실점 경기를 반복하는 기복 있는 경기력이다. 2억 달러의 사나이에게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일까.

- 구속 하락, 일시적인 현상?

프라이스가 올 시즌 6경기에서 기록한 평균 구속은 지난해보다 약 1.5마일 정도 낮아졌다. 2년 전인 2014년 역시 시즌 초반 구속이 떨어져 4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24, 피OPS 0.790로 부진한 경험이 있다. 5월 초를 기점으로 평균 구속을 회복했던 그해 경험을 떠올리면 올해 역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 겪고 있는 구속 감소 현상은 2년 전과는 다소 다르다. 2014년 4월 평균 구속은 93.5마일로 전년도 평균보다 1마일 가량 낮았다. 반면 체인지업은 오히려 0.5마일 정도 빨라졌고, 커브도 0.5마일 정도만 느려졌을 뿐 큰 차이가 없었다. 그해 구속 감소 현상은 패스트볼 계열에서 주로 나타났고 시간이 갈수록 구속이 살아나면서 다른 구종들도 회복세를 보였다.

이와 달리 올해에는 변화 폭이 크다. 최저 1.2마일에서 최고 1.7마일까지 평균 1.5마일 정도 떨어졌다. 패스트볼뿐만 아니라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모든 구종에서 구속이 떨어진 사실은 30대에 접어든 프라이스의 구속이 본격적인 내림세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게 한다.

- 지나친 체인지업 의존도

데뷔 초 시속 90마일 중반의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과 브레이킹 볼 위주의 투구를 했던 프라이스는 2013년부터 롱런 가능성을 높이는 체인지업의 비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체인지업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우타자 공략은 효과적이었다. 처음으로 체인지업 비율이 20%를 넘긴 지난해에는 체인지업의 구종 가치가 11.3으로 규정 이닝 투수 6위에 오를 정도로 위력적이었으며 주 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의 10.5보다도 높았다.

완성도를 높인 체인지업의 비율은 올해도 높아졌다. 그러나 더 높은 비율로 구사한 체인지업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우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의 비율을 26.7%까지 높였지만 피안타율은 0.303에 달했다. 지나치게 체인지업 의존도를 높여 단순해진 투구 패턴은 상대에게 익숙해졌다. 다소 위력이 떨어진 체인지업이 우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돼 버린 것이다.

- 내 집 같지 않은 펜웨이 파크

보스턴의 데이브 돔브로스키 사장이 프라이스를 영입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가 ‘펜웨이파크의 절대 강자’라는 점이었다. 2015년까지 통산 13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승 1패 평균자책점 1.95의 성적을 올린 프라이스는 적으로 두면 너무 위험하고 아군으로 만들면 홈 팬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존재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여 준 투구 내용은 같은 투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4경기에서 2승 무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평균자책점은 8.34에 이르고 22.2이닝을 책임지면서 27피안타 4피홈런 21실점이라는 몸값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록을 남겼다.

시즌 초반 유난히 추운 날씨 탓에 일시적인 구속 감소와 컨디션 저하가 왔을 수 있다. 빠른 공의 위력을 되찾고 변화구의 비율을 적당히 조절해 가며 투구 패턴을 바꿔 본다면 반등의 기회는 충분히 있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로 지금의 부진이 기량의 내림세를 알리는 신호라면 프라이스와 계약은 유난히 장기 계약 실패가 많은 보스턴에는 또 하나의 쓰라린 상처가 될 수도 있다.

※ 기록 출처: MLB(MLB.com), 팬그래프닷컴(fangraphs.com), 베이스볼레퍼런스(baseball-reference.com), 브룩스베이스볼(brooksbaseball.net), ESPN(espn.go.com)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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