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송영주 해설위원] 감독 한 명이 클럽의 역사뿐 아니라 현대 축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대답은 “Yes." 우리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등장 후 바르셀로나의 역사가 바뀌는 것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떠난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몰락하는 것을 목격했다. 축구 역사를 돌아보면 엘레니오 에레라와 리누스 미헬스, 아리고 사키 등의 등장으로 축구의 흐름을 바꿨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EPL에서는 레스터 시티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을 임명하면서 우승을 차지하지 않았는가? 이것은 아틀리테코 마드리드(이하 AT)의 감독 디에고 시메오네에게도 적용된다.

AT는 4일(이하 한국 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15-201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1-2로 패하며 1,2차전 합계 2-2를 기록했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2013-14시즌 이후 2년 만에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할 기회를 맞았다. AT의 우승을 장담할 수 없지만 8강에서 바르셀로나를, 4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제압하면서 우승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AT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이변이라고 볼 수는 없다. 1995-96시즌 라 리가 우승 이후, 몰락을 거듭해 세군다 리가로 강등됐다가 승격했지만 2011년 12월 디에고 시메오네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시메오네 감독이 부임한 후, AT는 말 그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시즌 무관에 그쳤지만 2011-12시즌 유로파리그, 2012년 UEFA 슈퍼컵, 2012-13시즌 코파 델 레이, 2013-14시즌 라 리가, 2014년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등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시메오네의 AT가 오르지 못한 정상은 2013-14시즌 결승전에서 아쉽게 놓쳤던 챔피언스리그가 유일하다. (FIFA 클럽월드컵도 있지만 이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해야 출전할 자격이 주어진다.)

일부에선 ‘수비가 강한 팀이 토너먼트 대회에 강하다’는 말을 인용해 AT가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코파 델 레이 등에서 거둔 성과를 가볍게 넘기곤 한다. 하지만 AT는 2013-2014시즌 라 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이번 시즌 라 리가 2위이지만 1위 바르셀로나와 승점이 동률일 정도로 우승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다시 말해 시메오네 감독의 등장으로 라 리가의 양강 구도가 깨진 것이다.

과거 스페인 언론이 세비야의 우나이 에메리 감독에게 “코파 델 레이와 유로파리그 중 어느 대회가 우승을 차지하기 어려운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직답을 피하면서 “우리는 2010년 이후 코파 델 레이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시즌 동안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했다”고 답했다. 그만큼 라 리가에서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라는 양강을 넘어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시메오네 감독은 AT를 이끌고 양강 구도를 타파했다. 이제 모두가 라 리가는 삼강 구도라고 보고 있다.

시메오네 등장이 AT의 역사와 라 리가의 흐름만을 바꾼 것은 아니다. 시메오네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가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펼친 티키타카와 점유율 축구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그 결과 현대 축구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도르트문트 감독 시절에 소위 ‘게겐 프레싱’이라 불리는 전진 압박을 통해 점유율 축구에 대항하는 방법을 찾았듯 시메오네 감독은 ‘두 줄 수비’를 앞세워 공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공간을 소유하면서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점유율 축구가 아스날, 바이에른 뮌헨 등 여러 팀들에 영향을 줬듯 시메오네의 두 줄 수비는 비야레알, 레스터 시티 등에 영향을 주며 현대 축구에서 유행을 일으키고 있다.

AT와 시메오네 감독은 이제 빅 이어를 손에 쥘 기회를 잡았다. AT는 챔피언스리그에서 1973-74, 2013-14시즌 결승에 진출했지만 우승에 실패했고, 시메오네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제외한 모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과연 시메오네 감독은 AT를 이끌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AT의 오랜 한을 풀어줄까?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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