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구 해설위원]지난달 10일(한국시간) 선덜랜드를 꺾은 레스터 시티가 5경기를 남겨놓고 2위 토트넘과의 승점차를 7점차로 벌려놓은 시점 영국 공영방송 'BBC' 는 팀 셔우드를 방송에 섭외했다. 토트넘과 애스턴 빌라의 전 감독인 셔우드는 1995년 선수 시절, 블랙번 로버스의 주장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일궈낸 바 있다. 셔우드는 이날 레스터 시티의 경기를 분석하며 입을 열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레스터가 끝까지 1위를 지켜낼 수 있을까, 뭔가 반전이 있지 않을까 라는 말을 한다. 나는 이런 현상이 레스터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 같은 팀이 4월에 승점 7점을 앞서고 있어도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것인가. 우리는 깜짝 성과를 낸 팀이 아니라 시즌 내내 단 3번 밖에 지지 않은 팀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은 결국 해낼 것이다.”
정말 그랬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3일 레스터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첫 1부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좁은 4-4-2 전형
레스터가 시즌 내내 4-4-2 포메이션과 20개 팀 가운데 가장 적은 로테이션 멤버를 이용해 조직력을 극대화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4-4-2의 좌우 폭에 있다. 레스터는 수비시 좌우 폭을 굉장히 좁힌다. 상대에게 기꺼이 크로스를 허락한다. 4-2-3-1 형태의 적 크로스를 방해, 횟수를 최대한 줄이는 현대축구의 흐름에 반하는 것이다. 대신 레스터는 올라온 크로스를 끊어낸다. 즉 중앙 지역의 제공권을 장악하는데 주력한다. 좁게 웅크린 레스터의 수비 형태는 크로스가 올라오는 것은 허락할하더라도 정작 올라온 크로스가 연결될 공간은 허락하지 않는다.
두 센터백 로버트 후스와 웨스 모건은 이같은 임무에 최적화한 수비수들이다. 끊어낸 세컨드볼이 '여우'들의 발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리그 최고 속도의 무자비한 역습이 시작된다. 시즌 내내 모든 팀들이 알고도 당했다. 어쩌면 과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전략과 닮은 점이 있다.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카를로스 테베즈-웨인 루니로 이어지는 세계최고 수준의 역습 스피드를 가진 맨유는 일부로 상대를 끌어들여 수비 뒷공간을 노출시켰고 이후 위협적인 역습을 즐겨 썼다. 일부 감독들은 "훨씬 나은 선수들을 가지고도 역습 위주의 전술을 쓰는 것은 반칙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캉테-드링크워터 '개미지옥' 중원
다니엘 드링크워터는 7개의 어시스트를 성공시켰고 은골로 캉테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태클을 성공했다. 캉테를 볼 때면 더 빠른 박지성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강하게 슛 때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사실 박지성은 강한 슛 보다는 정확하게 양쪽 구석으로 보고 차는 슛을 더 선호했다.
◆8부리그 출신의 위엄 제이미 바디
레스터에 이보다 어울리는 공격수가 있을까. 쉐필드 웬즈데이에서 방출된 바디가 2007년 스톡스브릿지에서 받은 주급은 30파운드(약 5만원)였다. 그리고 2016년 바디는 팀을 2부에서 1부로 승격시킨 걸로도 모자라 2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리그 최고의 수비수들은 바디의 특징을 알고도 늘 당했다. 수천억원이 오가는 영국 축구판에는 당연히 최고 주급을 받는 통계 분석관들이 즐비하다. 그들에게 바디의 장점을 물어보면 늘 같은 말을 한다. 하지만 바디를 막는 법을 알려줄 수 있었던 스태프는 올시즌 나타나지 않았다.
바디나, 과거 레딩에서 뛰었던 데이브 킷슨(마트 점원으로 일하다 프리미어리그 420경기 출전)같은 선수들을 보면 영국의 축구 환경이 너무 부러웠다. 엘리트 체육에서 멀어진 선수들이 다시 복귀하고 정상을 향해 올라갈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게임 위너' 마레즈
25살에 불과한 리야드 마레즈는 현재 17골 11도움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득점과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마레즈의 가장 두드러진 기록은 그가 터트린 결승골 숫자다. 17골 가운데 무려 8골이 결승골이다. 야구의 WAR과 같은 지표(선수가 한 경기에 미친 영향을 하나의 숫자로 나타내는 세이버매트릭스 통계)가 있다면 프리미어리그의 'TOP5'에 마레즈의 이름이 빠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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