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김)연아 언니는 정말 완벽해요. 그래서 연아 언니의 모든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26)가 금메달을 차지할 때 전 국민은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김연아의 연기는 피겨스케이팅을 몰랐던 어린 소녀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피겨스케이팅 국가 대표 김예림(13, 도장중)도 김연아의 경기를 보고 스케이트를 신은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무남독녀인 김예림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평범한 소녀였다. 7살이던 2010년 2월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펼치는 연기를 보며 피겨스케이팅에 흠뻑 빠졌다.

김예림의 어머니 유경하(45) 씨는 "(김)예림이는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보기 전까지 스케이트를 타고 놀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김연아 선수의 올림픽 경기를 본 뒤 피겨스케이팅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며 "올림픽이 끝난 뒤 그해 3월 안양의 피겨스케이팅 단체 강습반에 들어가면서 이 종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 김예림 ⓒ 스포티비뉴스

김예림이 처음부터 피겨스케이팅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케이트 타는 것을 매우 좋아했고 모든 수업에 성실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은 그는 무럭무럭 성장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출전한 꿈나무 대회에서 2위에 올랐다. 이 대회 1위였던 이는 임은수(13, 한강중)다. 올해 동계체전 여자 초등부 A조에서 금메달(임은수)과 은메달(김예림)을 획득한 이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김예림은 초등학교 4학년인 10살 때 트리플 5종 점프(토루프 살코 루프 플립 러츠)를 모두 뛰었다. 그리고 지난 1월 열린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4위에 올랐다.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한 달 뒤에 열린 전국체전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동계체전에서 김예림은 유영(12, 문원초), 임은수와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예림은 이들 가운데 프로그램 기술 기초 점수가 가장 높았다. 팔을 머리 위로 올리며 뛰는 타노 점프가 인상적이었다. 어려운 점프를 프로그램 후반에 뛰는 점이 특별했다. 

김연아의 올림픽 연기에 감동 받은 소녀, 5년 뒤 태극 마크 달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미래를 책임 질 김예림과 유영 그리고 임은수는 모두 김연아의 영향으로 스케이트를 신었다. 김예림은 "밴쿠버 동계 올림픽 전까지는 피겨스케이팅을 몰랐다. 그런데 올림픽에서 연아 언니의 경기를 보니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아 언니가 정말 잘하셔서 이 종목을 알게 됐고 어린 나이였지만 감동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유경하 씨는 "예림이는 이 종목을 하면서 한번도 싫다고 한 적이 없었다. 정말 피겨스케이팅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연아의 경기를 보며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김예림은 "연아 언니의 프로그램은 다 좋은데 그 가운데서도 '종달새의 비상'과 '세헤라자데'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꾸준하게 성장한 그는 지난해 태극 마크를 달았다.

▲ 김예림 ⓒ 스포티비뉴스

김예림은 국제 대회 우승 경험도 있다. 지난해 8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안 피겨스케이팅 트로피 여자 싱글 어드밴스드(advanced : 고급) 노비스(만 13세 이하) 부문에 출전했다. 김예림은 116.69점으로 우승했고 114.09점을 받은 유영은 2위에 올랐다.

"처음 출전하는 국제 대회라 조금은 긴장했고 (국내 대회와는) 달라서 어색한 점도 있었어요. 그러나 환경적인 면을 생각하지 않고 제가 연습한 대로 편하게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2015~2016시즌을 마친 그는 다음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 비 시즌이지만 매일 빙판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단점인 표현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김예림은 지난해 9월부터 피겨스케이팅 안무 분야에서 명성이 있는 이규현(36)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점프 연습을 마친 김예림은 이 코치의 설명을 들으며 자연스러운 동작을 연습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었다.

"제가 부족한 점이 표현력이기 때문에 이규현 코치님과 이 분야를 세밀하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김예림은 자신 안에 있는 끼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예림은 이 코치의 지도를 받은 뒤 표현력이 많이 향상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 김예림 ⓒ 스포티비뉴스

시험 무대인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 그리고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

김예림은 오는 8월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에 출전한다. 김예림은 자신의 점프에 대해 "러츠가 자신이 없는데 이 점을 보완해야 한다. 자신 있는 점프는 에지 계열 점프(루프 살코 악셀)다"고 밝혔다.

김예림은 3-3 콤비네이션 점프 가운데 어려운 구성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를 시도한다. 이 코치의 권유로 시작한 타노 점프는 어느덧 자신의 무기가 됐다.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을 앞둔 그는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표현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예림은 "주니어 첫 시즌인 만큼 부담을 털고 내가 준비했던 것을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 목표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간다면 꿈같은 일이다. 만약 파이널에 간다면 내가 할 것을 다해서 프로그램을 클린하는 장면을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훈련이 일찍 끝나거나 쉬는 날에는 빵과 쿠키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또래들과 어울리며 이것저것 해 볼 호기심 많을 때지만 피겨스케이팅의 매력에 빠져 사는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김예림은 유영과 임은수처럼 6년 뒤 열리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시상대를 꿈꾸고 있다. 6년 뒤 자신의 모습에 대해 그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상상했다.

"6년이라는 시간은 길지만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 같아요. 이 기간 부족한 점을 채워 가면서 꾸준하게 열심히 하고 싶어요. 6년 뒤에는 좋은 선수로 성장해 있기를 스스로 기대합니다."

[영상] 김예림 인터뷰, 훈련 장면 ⓒ 촬영, 편집 김유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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