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부진에 빠져 있지만 박병호는 9홈런으로 올 시즌 코리안 메이저리거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 기자] 지난 시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는 내셔널리그(NL) 신인왕 투표에서 28점으로 시카고 컵스 크리스 브라이언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맷 더피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신인왕 투표 3위는 2013년 류현진(4위, 총점 10점)을 뛰어넘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고 순위였다.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 가운데 김현수, 박병호, 오승환, 이대호는 신인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고 있으며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지난 20일(한국 시간) 박병호와 오승환을 각 리그 신인왕 후보로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박병호는 타격 슬럼프에 빠져 있고 오승환은 시즌 첫 피홈런을 허용하며 다소 주춤한 기세다. 리그별로 강력한 신인왕 후보들이 점차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의 신인왕 수상 가능성을 좀 더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살펴보자.

◆ 강력한 경쟁자 - 리그와 타이밍도 중요
 
2013년 NL 신인왕 투표 4위에 올랐던 류현진은 그해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의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신인왕을 차지한 호세 페르난데스는 12승 6패 평균자책점 2.19 로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3위에 오르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위 야시엘 푸이그는 타율 0.319와 19개의 홈런, 3위 셸비 밀러는 15승 9패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했으며, 심지어 5위 훌리오 테헤란도 14승 8패 평균자책점 3.20으로 모두 신인왕 후보로 손색없는 성적을 올렸다. 반면, 아메리칸 리그(AL)는 윌 마이어스가 타율 0.293 13홈런 53타점의 기록으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NL의 5위 이내 그 어떤 선수라도 AL 소속이었다면 충분히 신인왕을 차지했겠지만 아쉽게도 경쟁자들이 너무 강력했다.

올해 신인왕 경쟁 역시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쉽지만은 않다. AL는 추신수의 부상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게 된 노마 마자라의 성적이 다른 신인들을 압도하고 있다. 0.316의 높은 타율과 박병호보다 1개 적은 8개의 홈런, 그리고 AL 신인 최다인 21타점까지 모든 부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장 거리 홈런(비거리 150m)까지 때려 내며 성적뿐만 아니라 임팩트까지 더했다.
 
AL에 비해 NL는 혼전 상황이다. 시즌 초반에는 무서운 홈런 페이스를 앞세운 트레버 스토리에게 모든 조명이 집중됐다. 이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공격형 유격수 알레드미스 디아즈가 등장해 경쟁에 불을 붙였으며, 최근에는 선발 7연승을 기록한 스티븐 마츠(7승 1패 평균자책점 2.36)까지 가세했다. 2016년 신인왕 경쟁 구도는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에게 별로 좋은 타이밍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 포지션의 불리

지난해까지 신인왕을 받은 37명의 투수 가운데 구원 투수는 ¼정도인 9명이었다. 이 가운데 8명이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했으며 19세이브를 기록한 1999년 NL 신인왕 스콧 윌리엄스는 부족한 세이브를 두 자릿수 승리(12승)로 대신했다. 

세인트루이스에는 지난 두 시즌(2014~2015년)동안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트레버 로젠탈이 마무리를 맡고 있다. 오승환에게 세이브를 올릴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 이상 공식 타이틀로 인정 받지 못하는 홀드는 아무리 많이 기록해도 신인왕 경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AL에서 지명타자가 신인왕을 받은 경우는 두 차례밖에 없다. 1977년 에디 머레이(타율 0.283 27홈런 88타점)와 1994년 밥 해멀린(타율 0.282 24홈런 65타점)이 그 주인공들이다. 두 선수는 모두 0.280 이상의 타율과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다. 1루수는 양대 리그로 나눠 시상한 1949년 이후 11명(AL 6명, NL 5명)이 신인왕을 차지했다. 1루수 신인왕의 평균 기록은 타율 0.301, 23홈런, 88타점이다. 공격력을 우선시하는 포지션의 특성상 뛰어난 타격 기록이 아니면 다른 포지션에 비해 내보일 수 있는 내용이 부족하다. 실제로 2008년 NL 신인왕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한 조이 보토(타율 0.297 24홈런 84타점)는 1위 지오바니 소토(타율 0.285 23홈런 86타점)보다 홈런과 타점에서 앞섰지만 소토의 포지션이 포수였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 지명타자로 분류되는 박병호나 1루수인 이대호 그리고 좌익수인 김현수 역시 압도적으로 뛰어난 기록이 아니라면 포지션에서는 불리한 상황이다.

▲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그 신인왕 가운데 스즈키 이치로가 가장 최근에 신인왕에 올랐다 ⓒ Gettyimages
◆ 5~6월 더 많은 신인들의 데뷔

메이저리그는 서비스 타임을 고려해 유망주를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하는 것보다 마이너리그에서 1~2개월 경험을 더 쌓은 뒤  5월이나 6월에 데뷔시키는 경우가 많다. 2014년 NL 신인왕 제이콥 디그롬은 그해 5월 16일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으며, 2015년 AL 신인왕 카를로스 코레아는 개막 후 두 달 정도가 지난, 6월 8일에야 데뷔전을 치렀다. 올해 역시 LA 다저스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 받는 훌리오 유리아스는 지난 27일 첫 등판을 마치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으며 앞으로도 많은 유망주들이 등장해 깜짝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그 신인왕은 3명으로 노모 히데오(1995년 NL), 사사키 가즈히로(2000년 AL), 스즈키 이치로(2001년 AL) 모두 일본인 메이저리거였다. 한국과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오승환과 이대호, KBO 리그 최고의 타격 기계 김현수와 홈런왕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류현진과 강정호가 아쉽게 실패했던 '역대 최초 한국인 메이저리그 신인왕'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불리한 조건들뿐만 아니라 현재 기록하고 있는 성적도 냉정하게 보면 신인왕 경쟁자들에 비해 부족한 면이 많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충분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아직 100경기 이상이 남았으며 야구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봐도 좋을 것이다.


기록 출처: MLB(MLB.com), ESPN(ESPN.com), 베이스볼레퍼런스(baseball-reference.com)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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