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기 스포츠 가운데 올림픽에서 처음 시상대에 오른 종목은 여자 배구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은 쟁쟁한 배구 강국들을 따돌리며 동메달을 땄다. 40년 전, 한국에서 온 작은 선수들은 빠른 움직임과 똘똘 뭉친 조직력으로 장신 군단들을 연달아 이겼다. 2016년 현재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평균 키가 180cm가 넘었고 블로킹이 좋아졌다. 그리고 세계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 김연경이 버티고 있다. 4년 전 한국은 런던에서 눈앞에 잡힐 듯했던 메달을 놓쳤다. 런던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여자 배구 대표팀 선수들의 목소리를 들어 봤다.

女배구 특집① - '응답하라 1976' 女 배구 12인, 역대 최강팀 도전

女배구 특집② - '배구 여제' 김연경, 아마존 정글에서 대관식 꿈꾸다

女배구 특집③ - 양효진의 두 번째 도전 "연경 언니 도와 시상대 오를 것"

女배구 특집④ - '키 플레이어' 박정아, "리시브와 수비 더 보완할 것"

女배구 특집⑤ - [현장 리포트] '40년 만의 도전' 최종 12인의 구슬땀

女배구 특집⑥ - '아마존의 배구 전쟁' A조 생존법은?

女배구 특집⑦ - 올림픽 선배들이 보는 리우데자네이루 전망

▲ 양효진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4년 전 올림픽을 경험해서 그런지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4년 전에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꼭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월드 스타' 김연경(28, 터키 페네르바체)만큼 양효진(27, 현대건설)도 한국 여자 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재다. 양효진은 2007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했다. 당시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뽑힌 이는 배유나(27, 한국 도로공사)였고 이연주(27) 하준임(27, 한국 도로공사)이 그 뒤를 이었다.

양효진의 프로 데뷔는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했고 소속 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양효진은 2015~2016시즌 현대건설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챔피언 결정전 MVP로 뽑혔다.

양효진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전부터 대표팀 주전 센터를 맡았다.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배구 세계 예선에서 그는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센터로 성장했다. 득점 순위에서는 74점으로 부문 공동 14위에 랭크됐다. 한국 선수로는 135득점으로 3위에 오른 김연경 다음으로 높은 순위다. 블로킹 순위에서는 쟁쟁한 선수들을 따돌리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양효진은 현대건설과 연봉 3억 원에 재계약했다. 프로 입단 9년 만에 여자 배구 최고 연봉 선수가 된 그는 목표를 하나둘 씩 이뤄 나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진 뒤 통한의 눈물을 흘렸던 양효진은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오르는 것이다.

▲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양효진 ⓒ 곽혜미 기자

예선에서 얻은 자신감, 올림픽으로 이어 가고 싶다

올림픽 세계 예선을 앞두고 양효진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지난 시즌 막판 그는 좋지 못한 몸을 정신력으로 이겨 냈다. 올림픽 세계 예선에서 자신의 소임을 톡톡히 해낸 그는 소속 팀 선수들과 괌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지난 시즌 막판, 몸이 안 좋은 상태로 경기했어요. 대표팀에서 이정철 감독님이 잘 배려해 주셔서 경기에 잘 맞출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예선에서 몇 득점을 했는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는 제가 잘하는 것보다 팀에 필요한 플레이나 속공을 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해 주셨어요. 한층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양효진의 전매특허인 시간차공격은 세계 무대에서도 통했다. 시간차공격은 물론 기습적인 밀어넣기와 절묘한 블로킹은 상대 팀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한국의 올림픽 첫 상대는 '숙적' 일본이다. 세계 예선에서 한국은 일본을 3-1로 이기며 '도쿄 대첩'을 이룩했다. 양효진은 "일본은 한번 이겼다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팀이 아니다. 지난 런던 때는 예선에서 이겼지만 올림픽에서 졌다. 일본이 분석을 잘하고 나오는 팀이라는 것을 우리도 알기 때문에 남은 시간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진천선수촌 체육관 태극기 앞에서 웃고 있는 양효진(왼쪽)과 김연경 ⓒ 곽혜미 기자

두 번째인 만큼 4년 전보다 절실한 올림픽 메달

이번 올림픽 세계 예선을 마친 김연경은 "이번 세계 예선에서는 어느 대표팀 경기보다 많은 선수가 훌륭한 기량을 펼쳤다"며 동료들을 격려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배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딸 때 김연경과 양효진 그리고 김희진(25, IBK기업은행)의 활약이 돋보였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이들은 어느덧 대표팀 전력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양효진은 김연경과 원정 경기를 갈 때 룸메이트가 된다. 그는 "(김)연경 언니와 방 쓰는 스타일이 맞아요. 잠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 등이 비슷하다. 언니가 장난이 많기 때문에 뒤에서 보면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끔 나도 대들고 장난치며 재미있게 지낸다"고 웃으며 말했다.

"연경 언니가 워낙 대스타이고 잘하는 선수잖아요. 언니가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도와준다는 것 자체는 우리가 할 몫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시간 동안 예선에서 안됐던 것을 보완하고 올림픽에서는 강팀들을 만나니까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김연경과 양효진은 어느덧 20대 후반의 나이가 됐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기에 양효진의 각오는 특별했다.

"4년 뒤에 열리는 올림픽에도 갔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영상] 양효진 인터뷰 ⓒ 촬영 정찬, 편집 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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