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밀리야넨코 표도르는 파비오 말도나도와 경기에서 죽다가 살았다. ⓒUFC 파이트 패스 캡처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돌아온 격투기 황제 예밀리야넨코 표도르(39, 러시아)가 파비오 말도나도(36, 브라질)에게 힘겹게 역전승했다.

표도르는 18일(한국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유라시아 파이트 나이트(EFN) 50 메인이벤트에서 1라운드 KO패 위기를 넘기고 2·3라운드에서 우세한 경기를 펼쳐 2-0(28-28,29-28,29-28) 판정으로 이겼다.

표도르는 전성기에 순간적인 스피드와 반사 신경이 좋았다. 용수철이 튀듯 먼 거리에서 갑자기 거리를 좁히며 던지는 훅이 특기였다. 그러나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면서 24전 24승 23KO승의 프로 복싱 전적까지 쌓은 타격가 말도나도는 표도르가 그렇게 들어올 때를 기다린 듯했다.

표도르는 뛰어들다가 말도나도에게 날카로운 왼손 카운터펀치 정타를 허용했다. 관자놀이를 강타한 펀치에 충격을 입고 풀썩 쓰러졌다. 말도나도의 파운딩 연타를 맞아 그로기에 몰렸다. 심판이 경기를 멈춰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일방적인 표도르의 수세가 계속됐다.

표도르는 겨우겨우 일어났으나 제대로 서 있지 못했다.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렸다.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말도나도는 계속 펀치 공세를 이어 갔고 표도르는 어떻게든 1라운드를 버티려고 클린치로 엉겨 붙거나 말도나도가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위협용 펀치를 휘둘렀다.

표도르의 얼굴은 엉망이 됐다. 거의 죽다가 살았다. 1라운드를 마치고 힘겹게 자신의 코너로 돌아갔다. 그런데 여기서 표도르의 저력이 나왔다. 그는 산전수전을 거친 베테랑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그의 정신력과 의지, 위기 관리 능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빛을 발했다.

▲ 파비오 말도나도는 예밀리야넨코 표도르에게 판정패했지만 승자처럼 기뻐했다. ⓒUFC 파이트 패스 캡처
2라운드 표도르는 정신을 차리고 반격을 시작했다. 때리다가 지친 듯 스텝이 죽은 말도나도에게 펀치로 선공하고 넥 클린치에서 니킥 연타를 차올렸다. 로킥과 하이킥을 차며 말도나도를 펜스로 몰아붙였다.

한 라운드씩 가져간 두 선수는 3라운드에 남은 힘을 짜냈다. 기술과 힘보다는 정신력의 싸움이었다. 여기서 표도르의 맷집과 공격성이 말도나도보다 조금 더 위였다. 말도나도에게 펀치 정타를 허용하면서도 먼저 공격하고 넥 클린치 니킥으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았다.

두 선수의 얼굴이 피범벅 된 혈투의 결과는 표도르의 2-0 판정승. 3명의 심판 모두 1라운드 말도나도, 2·3라운드 표도르에게 점수를 줬다. 1라운드에서 말도나도에게 10-8을 준 심판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다면 결과는 뒤바뀔 수 있었다.

3년 6개월 만에 은퇴를 철회하고 지난해 12월 일본 라이진 연말 이벤트에서 펼친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한 표도르는 고향에서 값진 1승을 추가했다. 전적은 36승 4패 1무효가 됐다.

표도르는 UFC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UFC 계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말도나도와 경기만 보고선 UFC 강자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압도적으로 상대를 눕히던 과거와 큰 차이가 있었다.

지난해 UFC에서 방출되고 올해 첫 종합격투기 경기를 가진 말도나도는 판정에서 졌지만 승자처럼 기뻐했다. 자신이 "종합격투기의 마이클 조던"이라고 평가한 전설의 파이터 표도르와 대등하게 싸운 것에 만족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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