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합의 판정이 진행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지난 23일 마산에서 열린 한화와 NC의 경기에서 한화가 2-3으로 끌려가던 7회 2사 3루에서 투수 땅볼을 치고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정근우는 아웃 판정을 받자 펄쩍펄쩍 뛰었다. 곧장 두 손으로 사각형을 그리며 합의 판정을 요구했다. 그 결과 판정이 세이프로 번복됐다. 무득점으로 끝났던 이닝이 3-3 동점으로 바뀌었다. 두 팀은 연장 12회 접전 끝에 비겼다. 합의 판정이 승부를 엎은 셈이다.

2014년 시즌 전반기에는 유독 오심 논란이 많았다. 그해 4월 25일 잠실에서 열린 LG와 KIA의 경기는 9회 브렛 필이 1루에서 아웃 되면서 끝났다. 그런데 느린 그림으로 보니 1루수 정성훈이 포구하는 순간 오른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져 있었다. 4월 29일 잠실 넥센- 두산전에선 문우람의 손이 먼저 홈 플레이트를 쓸었는데 아웃이 선언됐다. 이처럼 승패를 결정 지을 수 있는 오심이 증가하자 메이저리그처럼 비디오 판독 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KBO는 그해 올스타전에서 9개 팀 감독들을 소집해 제도 추진 여부와 함께 진행 방식을 논의했고, 후반기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비디오 판독 요청 횟수는 팀당 최다 2회. 단, 첫 신청에서 실패할 경우 두 번째 기회는 없어졌다. 기존에 있던 홈런 타구 판독 여부에 외야 타구 페어/파울, 포스/태그 플레이에서 아웃/세이프 등 4개 상황을 합의 판정 대상 플레이 조항으로 추가했다. 최초 판정 30초 이내(공수 교대 때에는 10초 이내) 해당 팀 감독이 요청하고, 판정을 내린 심판과 심판 팀장, 대기심, KBO 경기운영위원 등 네 명이 TV 중계 화면을 보고 판단하는 방식이었다.

판정 번복이 가능해지자 리그 흐름이 달라졌다. 선수들은 오심이 확실하다 싶으면 목소리를 높여 합의 판정을 요청했다. 그해 심판 합의 판정 요청 115회 가운데 47회가 번복됐다. 현장은 물론 팬들로서도 마음 졸이며 합의 판정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 요소였다.

다만 문제점도 있었다. 횟수가 조건부 2회였기 때문에 감독들은 경기 초반 애매한 상황에서 몸을 사렸다. 또 메이저리그와 달리 중계 화면에 의존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카메라에서 잡지 못한 일부 장면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KBO 리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에 조건부 2회였던 합의판정 신청 기회는 번복 여부와 상관없이 2회로 늘렸다. 또 5개였던 신청 가능 항목에 타자의 파울 헛스윙 여부와 홈 플레이트에서 충돌 규정 여부를 추가했으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다음 시즌까지 메이저리그처럼 합의 판정 카메라를 별도로 설치해 운용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