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기를 흔들며 기뻐하는 박상영
[스포티비뉴스 올림픽특별취재팀=김민경 기자] 런던의 영광을 재현하진 못했지만 '메달 2개' 목표를 이뤘다.

한국 펜싱은 14일(이하 한국 시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친 가운데 금메달 1개, 동 1개로 마감했다. 박상영(21, 한체대)이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정환(33,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남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을 따냈다.

조종형 펜싱 대표팀 총감독은 올림픽을 앞두고 "펜싱을 사랑하는 국민이 많아졌다. 감동과 슬픔,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런던만큼은 못해도 메달 색을 떠나서 2개는 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체전에서 부진하면서 목표 이상을 이루진 못했다. 한국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딴 메달 6개(금 2, 은 1, 동3) 가운데 3개를 단체전에서 거둬들였다. 남자 사브르와 여자 에페, 여자 플뢰레가 각각 금, 은, 동메달을 챙겼다. 한국은 리우에서 여자 에페와 여자 사브르, 남자 에페 단체전 메달을 노렸지만 모두 8강에서 탈락했다. 여자 선수들은 노메달에 그쳤다.

▲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는 박상영
◆ 박상영, 금메달보다 큰 울림 "할 수 있다"

리우 올림픽 전까지 한국 펜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된 말은 '1초 오심' 또는 '신아람의 눈물'이었다. 당시 함께 울면서 한국 펜싱을 응원하는 국민이 늘었지만, 펜싱은 곧 오심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겼다. 

리우에서는 온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나왔다. "할 수 있다."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9-13으로 뒤진 가운데 3회전을 맞이하면서 박상영이 되뇐 말이다. 자기 암시는 곧 성적으로 이어졌다. 박상영은 10-14에서 내리 5점을 뽑는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박상영은 "국제 대회에 나갔을 때 상대를 못 이길 거 같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다. 집중하고 실수만 안 하면 이길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의 긍정 에너지는 결정적인 순간 빛을 발했다.

▲ 남자 사브르 동메달리스트 김정환
◆ 리우에서 남긴 '첫 기록'…메달 유력 후보들의 '충격패'

박상영은 한국 에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남자 에페는 2000년 시드니 대회 이상기, 2012년 런던 대회 정진선이 동메달을 획득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여자 에페는 2012년 단체전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다. 

김정환은 한국 남자 사브르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전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사브르는 2012년 런던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챙겼지만, 개인전은 메달이 없었다.

메달 유력 후보들의 조기 탈락은 뼈아팠다. 여자 에페 신아람은 개인전 32강에서 탈락했고, 2연속 금메달에 도전한 여자 사브르 김지연과 남자 사브르 구본길은 개인전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아람과 김지연은 단체전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노렸지만, 메달과 인연은 없었다. 

▲ 상대 공격을 막고 있는 전희숙
◆ 풀지 못한 숙제, 애매한 판정

한국은 리우에서도 애매한 판정에 눈물 흘린 선수가 나왔다. 전희숙(32, 서울시청)은 여자 플뢰레 개인전 16강전에서 아이다 사나에바(러시아)에게 11-15로 졌다. 경기 후반 추격하는 상황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 나온 뒤 흔들렸다. 전희숙은 9-12에서 막고 찔렀다고 강하게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 총감독은 "이해가 안 간다.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전희숙이 아시아에서 플뢰레 대표 선수인 만큼 유럽 쪽에서 견제를 심하게 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희숙이가 저를 안고 한참을 눈물만 흘렸다.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4년 가까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런던에서 오심을 경험한 한국은 심리 훈련에 집중했다. 조 총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경기 일부라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주심이 순간의 실수로 오심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지혜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심리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상대에게 흐름을 내주는 판정에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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