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전 승리를 챙긴 뒤 환호하는 여자 배구 대표팀
[스포티비뉴스 올림픽특별취재팀=김민경 기자] "다들 열심히 준비했다. 고생한 것보다 성적이 안 나와서 속상하지만, 모든 선수들한테 박수 쳐 주고 싶다."

여자 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28, 페네르바체)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마치면서 동고동락한 동료에게 박수를 보냈다.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0년 만에 메달에 도전했지만, 네덜란드와 8강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져 대회를 마감했다.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주포 김연경과 양효진, 박정아, 김희진, 김해란 등 모두가 올림픽 세계 예선에서 보여 준 만큼만 활약하면 메달권도 가능하다고 봤다. 예선을 치르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선수들은 "메달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실전에서 세계의 벽에 부딪쳤다. 한국은 러시아, 브라질, 네덜란드 등 높이와 서브가 좋은 팀에 고전했다. 해결사는 김연경 뿐이었다. 한국을 제압한 상대 팀은 공격수 3명 이상이 해결사 노릇을 했다. 8강전 성적표를 살펴보면 한국은 김연경이 27득점을 기록했고, 네덜란드는 로네케 슬뢰체스, 안느 부이스, 주디 피테르센이 55득점을 합작했다.

▲ 러시아의 높은 블로킹에 맞서는 김연경
◆ 냉정한 현실, 높았던 세계의 벽

"냉정하게 판단하면 8위 정도 하지 않을까. 우리가 바보처럼 하지만 않으면 8강은 수월하게 오를 거다. 문제는 8강전에서 어느 팀과 붙을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좋은 경기력에 운도 따랐다. 8강을 넘어서면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이정철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현실을 이야기했다. 실력으로만 붙으면 8강 이상을 바라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예상 대로 이변은 없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다른 출전국이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에서 탐색전을 펼칠 때 한국은 진천선수촌에서 고등학교 남자 배구부와 연습 경기를 했다. 한국은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참가비가 없다는 이유로 2015년 그랑프리대회에 불참을 통보했고, 징계를 받아 2017년까지 출전할 수 없다. 김연경은 "(그랑프리대회에 나선)2012년과 달리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고 에둘러 표현했고, 이 감독은 "그랑프리대회를 지켜봤는데, 올림픽 본선 진출 팀은 부상을 우려해서 100% 전력으로 하진 않더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한국은 브라질로 가기 직전 네덜란드와 2차례 연습 경기를 치르는 걸로 실전 훈련을 대신했다. 올림픽을 치르면서 한국은 일본과 아르헨티나, 카메룬 등 반드시 잡아야 할 팀에는 강했지만, 러시아 브라질 네덜란드 등 강팀과 만나면 기본기가 흔들렸다.

김연경은 4년 뒤를 기약하며 선수들이 세계 무대로 나아가서 시야를 넓히길 바랐다. "올림픽은 큰 대회고, 경험이 많을수록 자기 기량을 다 보여 줄 수 있다. 조금 더 해외에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유럽 선수들과 경기를 뛰면 실력이 좋아질 거다. 앞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져야 하고, 그렇게 되면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12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 여자 배구
◆ 중국 女-브라질 男, 12년 만에 금메달

중국 여자 배구는 결승전에서 세르비아를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포 주팅이 두 팀 통틀어 최다인 25점을 책임지면서 중국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중국은 B조 4위에 그쳤지만, 8강전에서 올림픽 3연속 우승에 도전한 브라질을 3-2로 꺾으면서 탄력을 받았다.

중국은 2004년 아네테 대회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20대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이룬 결과라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랑핑 중국 감독은 올림픽 배구 역사상 처음으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다. 선수로는 1984년 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브라질 남자 배구
브라질 남자 배구는 8강전에서 중국에 무릎을 꿇은 여자 배구의 한을 풀었다. 브라질은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에 셧아웃 승리를 챙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4년 아테네 대회 우승 이후 베이징과 런던에서 은메달에 그쳤던 브라질은 12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이탈리아는 아테네에 이어 리우에서도 브라질의 벽에 막혀 사상 첫 금메달의 꿈이 무산됐다.
 
한편 미국 남녀 배구 대표팀은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대표팀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네덜란드를 3-1로 꺾었고, 남자 대표팀은 러시아와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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