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아솔은 감량법뿐 아니라 새로운 팀 합류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 정성욱 mr.jungchong@gmail.com
[SPOTV NEWS=이교덕 기자] "인터뷰는 하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날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 아닌가. 그래야 내 경기도 주목받을 것이고, 방송 섭외도 들어올 것이고…." 볼은 쏙 들어갔는데, 표정엔 여유가 넘쳤다. 계체를 코앞에 두고 인터뷰를 수락할 만큼 '권선정' 권아솔(28, 팀원)은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오는 21일 '로드FC 22'에서 동갑내기 라이벌 '크레이지' 이광희(28, 화정익스트림컴뱃)와 숙명의 3차전을 펼치는 권아솔은 지난 17일 서울 압구정에서 진행된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 기자회견이 따로 열리지 않는다. 내가 (송)가연이 정도의 대중 인지도가 없기 때문이다. 인터뷰도 더 많이 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며 웃었다.

'아웃사이더' 권아솔에게 찾아온 변화

계체 3일 전 인터뷰는 1~2년 전엔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이야기다. 권아솔이 가장 힘들어 했을 시기다. 굶으면서 15kg 가량 빼다 보니 막판에 생지옥을 경험하기 일쑤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피골이 상접한 좀비가 됐다. 지난해엔 두 차례나 계체에 실패했다. 모스타파 압둘라히 전 72.50kg, 지오반니 디니즈 전 73.95kg로 한계체중(70.50kg)을 못 맞췄다.

"과거에는 무조건 굶으면서 뺐는데, 군대 다녀오고 체질이 바뀌었는지 아무것도 안 먹으면 전처럼 빠지지 않았다. 땀이 안 나서 괴로웠다. 몸이 수분이나 영양분을 꽉 잡고 있는 느낌이었다"는 권아솔은 지난해 8월 로드FC 17 쿠메 타카스케 전을 앞두고 식단을 조절해 장기간 조금씩 체중을 줄여나가는 다이어트 방식으로 변화를 줘 계체를 무난히 통과했다.

권아솔은 "변한 체질에 맞는 감량법을 찾았다. 두 달 전 87kg에서 조금씩 체중을 빼왔다. 이제 먹으면서 뺀다. 오늘도 야채, 닭가슴살을 먹었다"며 "현재 74kg 정도다. 하루에 1~1.5kg씩만 빼면 계체당일 70.5kg에 딱 맞출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인터뷰 중에도 무가당의 해독주스를 마시며 수분을 보충하고 있었다.

변화를 준 건 또 있었다. 바로 새로운 팀에 합류한 것이다. 지난해 권아솔은 서두원, 이윤준, 권민석, 송가연 등으로 구성돼있던 '팀원'에 새 둥지를 틀었다.

"원래 아웃사이더였다. 겉돌고 있었다. 친한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독설을 자주하니까 몇몇 파이터들은 실제로 날 싫어했다. 잘 섞일 수 없었고 그래서 따로 움직였다"는 그는 "팀원에 들어오고 전략가 박창세 감독을 만날 수 있었고, 강한 스파링 상대들과 훈련하며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홍영기, 박형근 등 코드가 맞는 동료도 생겼다"고 했다.

박창세 감독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전략가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덕장(德將)은 아니다. 훈련할 땐 욕을 하면서 압박하다가도, 뒤돌아선 고생했다고 문자를 날린다. 당근과 채찍을 양손에 들고 있다"며 농을 섞더니, 곧 "평소에는 모든 분야에 대해 두루두루 넓게 지도하다가 상대가 결정되고 전략을 수립하면서 훈련해야할 가지 수를 줄여나간다. 그래서 선수가 주어진 전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극찬했다.

팀원의 '로드FC 압구정짐'은 여러 선수들이 찾는 훈련장소가 됐다. 같은 팀 로드FC 밴텀급 챔피언 이윤준뿐 아니라 UFC에서 뛰고 있는 전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남의철도 이곳에서 땀을 흘린다. 권아솔은 "강한 선수들이 많이 있어서 좋다. 누구든지 잘 하는 사람들과 스파링하면 금방 실력이 는다. 매일 극한으로 자신을 테스트할 수 있다"면서 "실력이 부쩍 좋아졌다. (남)의철이 형도 이젠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웃었다.

▲ 지난 패배를 설욕하려는 권아솔의 세 번째 판. ⓒ ROAD FC

2007년 타임캡슐에 갇혀있는 이광희?

그래서 이광희가 예전 이야기를 꺼내며 승리를 확신하는 걸, 권아솔은 이해할 수 없다. "그건 모두 8년 전 이야기 아닌가"라고 되묻는다.

이광희는 권아솔의 리치를 살린 '직선형 공격' 잽과 스트레이트로는 자신을 쓰러뜨릴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내가 쿠메 타카스케나 뷰실 콜로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내 압박이나 견뎌보라고 해라. 근거리 싸움에서 아솔이는 힘을 못 쓴다. 아솔이는 잽이나 스트레이트처럼 직선 공격이 좋다. 리치를 잘 살리는 편이다. 그런데 그 펀치로는 날 KO시키지 못한다. 날 쓰러뜨리기엔 너무 약하다"고 말했다.

권아솔은 이광희의 도발에 헛웃음을 쳤다. "광희는 그때 그 시절에 멈춰있는 것 같다. 내가 예전 그대로인지 안다. 요즘 내 펀치에 안 맞아봐서 그렇다. 타격이면 타격, 레슬링이면 레슬링. 내가 밀릴 게 없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승리에 대한 확신이 강하게 든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광희의 실력이나 경기스타일, 마인드도 2007년 타임캡슐에 갇혀있다고 본다. "광희가 바뀐 게 있나. 흥분하면서 들어오는 거, 다 그대로다. 물론 전체적인 실력은 조금 늘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가정하고 훈련에 임했다. 하지만 걔가 늘었어도 뻔하다. 갑자기 아웃복싱을 한다고 해도 내가 당할 것 같은가. 레슬링 압박 카드를 들고 나온다고 해도 내가 넘어질 것도 아니다. 광희가 스타일 상 나와의 상성이 좋다는 것까지 인정한다. 근데 그것밖에 없다"고 받아쳤다.

권아솔은 '플로이드 메이웨더'처럼 싸워 완승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아웃파이팅을 할 수도 있다는 뜻? 메이웨더의 닉네임 '프리티보이'처럼 최대한 안 맞고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겠다"고 예고했다. 박창세 감독은 2라운드 중반에 권아솔이 KO로 이길 수 있다고 점쳤지만, 권아솔은 여기서 더 나아가 "1라운드에 KO시킨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며 의욕을 나타냈다.

이광희는 권아솔이 챔피언이 된 후 목표를 잃고 헤매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2007년 아솔이를 두 번 이기고 챔피언이 됐지만 크게 바뀌는 게 없었다.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지금의 아솔이 상태가 내 7, 8년 전과 같을 것이다. 처음 챔피언에 오르면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아솔은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또 못 박았다. "로드FC에서 챔피언다운 대우를 해준다. 내 이름은 더 알려졌고, 벌이도 좋아졌다. 방송에 출연할 기회도 더 늘어났다. 그때와 비교하면 안 된다. 왜 자꾸 예전 이야기를 꺼내는지 모르겠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이미 광희와 여러 번 싸웠다"

권아솔은 8년 전 이광희에 두 차례 KO패했다. 한 사람에게 두 번이나 졌다는 사실은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위에서 트라우마, 트라우마 하니까 그런 게 있을 수 있겠다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심리치료도 떠올린 것이다. 실제로 지금 내 머릿속에 그런 건 없다고 믿는다"는 권아솔은 이미 수십 번 수백 번 이광희와 싸워 이기기도, 지기도 했기 때문에 초조하지 않다고 밝혔다. 

"경기장에 등장했을 때, 광희와 마주섰을 때, 광희와 주먹을 섞을 때 등 머릿속으로 여러 그림을 반복해서 그려봤다. 겁도 먹어보고, 자신감도 가져봤다. 승패도 반복했다. 훈련캠프 초반에 긴장을 많이 하려고 애쓴다. 그러면 경기가 다가올수록 차분해진다. 그래서 지금은 압박감 없이 경기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설명하면 될까. 무섭고 두려운 사람이 있다고 하자. 매일 그 사람을 마주하는 거다. 그러면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해지고 결국엔 두려움이 사라진다. 이제 시뮬레이션을 아무리 돌려도 결과는 명백하다. 나의 완승이다."

이번 경기는 권아솔 생애 첫 타이틀 방어전. 그러나 벨트는 마음 한 구석으로 제쳐놨다. "이 경기는 이기느냐 지느냐가 중요하다. 벨트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지켜야 되는 입장, 이런 걸 생각하지 않는다. 승패가 중요할 뿐이다.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싸움이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몸은 날씬해졌지만 독설은 역시 무게감이 남달랐다. 이날도 불을 뿜었다. 권아솔은 "로드FC를 위해서라도 광희가 챔피언이 되면 안 된다. 사람들한테 광희를 챔피언이라고 소개하면 '아, 운동 정말 열심히 하겠구나' 생각하겠지만, (권)민석이가 챔피언이 돼 소개하면 '우와, 정말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챔피언이야'라면서 주목할 것이다", "난 해외선수들과 경쟁하는 걸 좋아한다. 로드FC에서 해외강자를 불러주면 난 여기서 싸우고 싶다. 굳이 UFC 등 해외무대에 욕심이 없다. 난 국내에 있는 '국제용 파이터'다. 그러나 광희는 그냥 국내에 있는 '국내용'이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본인이 국제용이라면 같은 타격가인 앤서니 페티스도 이길 수 있겠느냐'고 짓궂게 물었다. 권아솔의 우문현답. "하파엘 도스 안요스처럼 하면 된다. 난 그렇게 할 수 있다. 난 완성형이다"고 짧게 답했다.

▲ 권아솔은 이광희가 8년 전 생각만 한다고 꼬집는다. ⓒ 정성욱 mr.jungchong@gmail.com

■ 로드FC 22 대진
[라이트급 타이틀매치] 권아솔 vs 이광희
[미들급] 후쿠다 리키 vs 이둘희
[-88kg계약체중] 윤동식 vs 타카세 다이주
[미들급] 전어진 vs 박정교
[밴텀급] 타무라 이세이 vs 조영승
[헤비급] 심건오 vs 루카스 타니

■ 로드FC 영건스 21 대진
[웰터급] 김석모 vs 쿠와바라 키요시
[-68kg계약체중] 브라이언 최 vs 김형수
[웰터급] 김종목 vs 이진규
[밴텀급] 이재호 vs 타나카 다이사쿠
[밴텀급] 홍정기 vs 최무송
[플라이급] 김규화 vs 곽종현
[라이트급] 이상일 vs 정윤재
[플라이급] 김진민 vs 채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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