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10남매의 아버지 마이티 모(45, 미국)에게 물었다. 자녀들의 이름과 나이를 알려 달라고 했다. 그는 손가락 하나하나 접어 가며 아이들의 이름을 말해 줬다. 마이티 모는 링네임이다. 본명은 시알라 모우 실리가 주니어(Siala-Mou Siliga Jr). 실리가 집안의 아이들은 아래와 같다. 

장남 존 비스마크 실리가(23, John Bismark Siliga)
차남 시알라 모우 실리가 3세(22, Siala Mou Siliga 3rd)
장녀 사에우 매카일리 실리가(18, Saeu Mckayli Siliga)
차녀 캐리린 M. 실리가(15, CarryLynn M. Siliga)
삼녀 모나라니 실리가(10, MonaLani Siliga)
사녀 누우알리라니 실리가(9, NuualiiLani Siliga)
오녀 하모니 실리가(8, Harmouny Siliga)
육녀 마이크 레 마 아 실리가(6, Mike Le Ma a Siliga)
삼남 모우 킹 실리가(4, Mou King Siliga)
칠녀 비에나 팔레모 실리가(2, Viena Falemoe Siliga)

자신과 아내까지 합하면 12명. 이름과 나이를 외우기도 버거운 대가족이다. 

마이티 모는 1970년에 태어났다. 흔히 말하는 '70년 개띠'다. 현역으로 활동하기 쉽지 않은 나이다. 더군다나 쉴 새 없이 치고받아 부상을 피할 수 없는 종합격투기에서 만 46세면 할아버지다. 당연히 진작 선수 생활을 그만뒀거나 은퇴를 고려해야 할 나이다.

1970년생 현역은 손에 꼽을 정도다. 국내 최고령 종합격투기 파이터 '부산 중전차' 최무배도 마이티 모와 동갑이다. 다음 달 9일 UFC 204 메인이벤트에서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에게 도전하는 댄 헨더슨도 개띠다. 그는 이번 경기를 끝으로 20년 동안 계속해 온 종합격투기 파이터 생활을 마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반인으로 돌아가면 테스토스테론 대체 요법(TRT)을 다시 받겠다고 한다.

그러나 마이티 모는 아직 글러브를 벗을 수 없다. 대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지난 4월 로드FC 30에서 명현만과 경기하다가 오른손이 부러졌는데 빠르게 회복해 5개월 만에 케이지에 올랐다. 나이가 들어도 아버지는 강하다. 강해야 한다.

마이티 모는 지난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로드FC 33에서 최홍만을 1라운드 4분 6초에 오른손 오버 핸드 훅으로 쓰러뜨리고 무제한급 토너먼트 초대 챔피언이 됐다. 돈을 벌기 위해서 질 수 없는 한판이었다. 그는 우승 후 가장 먼저 "아내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문홍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마이티 모가 파이트머니를 올려 달라고 한다.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하자고 제안했다. 변호사까지 대동하더라. 파이트머니를 올려 줄 직접적인 이유가 될 수 없는데, 자녀가 10명이니까 더 달라고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강한 파이터이기 전에 억척스러운 아버지다. 

마이티 모는 밝히지 않은 가족사를 털어놨다. 

"사실 재혼했다. 첫 번째 아내와 결혼 생활에서 5명의 아이를 낳았고, 지금의 아내와 또 5명의 아이를 낳았다. 첫째 존과 둘째 시알라는 대학교에 가고 취업하기 전까지 나와 함께 살았다. 장녀 사에우, 차녀 캐리린은 나와 살다가 삼녀 모나라니와 함께 그들의 어머니에게 갔다. 우리는 1년에 한 번씩 다 모이는 것 같다. 그땐 아주 왁자지껄하다"며 웃었다. 

그도 10남매의 셋째로 자랐다. 3명의 형제들과 6명의 자매들과 컸다. 대가족 생활에 익숙하다. 

"대가족 생활의 장점은 항상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 아이들이 모여 있다. 집에서 지루할 틈이 없다. 바비큐를 구울 때면 집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다 같이 게임도 하고…." 

물론 10명의 자녀들을 책임지는 일이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아이들의 각자 개성을 이해해야 하고, 그들에게 맞는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싸움보다 육아가 고달플 때가 많다. 

"내가 언제나 신경 쓰는 건 아이들에게 각자의 삶에서 어떤 목표를 세우고 살아가야 할지 가르치는 일이다. 그러나 내가 잔소리해도, 하나같이 직접 시행착오를 겪기 전까지 말을 듣지 않아 힘들다."

그런데 아이들 탓만 할 수 없다. 그도 꽤나 말썽꾸러기였다. 어렸을 때부터 파이터의 자질이 보였다고 해야 할까. 세상은 돌고 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아버지는 김치를 좋아했다. 냉장고에 항상 김치통이 있었다고. 그래서 마이티 모도 김치를 좋아한다.

"부모님이 나 때문에 마음고생 많이 하셨다. 형제들을 꽤 못살게 굴었거든. 조금 서운했지만, 내가 밖으로 나가면 부모님이 안심했다"며 "난 외모가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더 닮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내 유별난 성격이 어머니를 닮은 것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어머니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아버지 말대로 조금 공격적이긴 하지만…"이라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는 대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를 배우면서 아버지 시알라 모우 실리가를 향한 감사한 마음을 더 느낀다고 했다. 

"12살 때인가. 아버지의 삶에 대해서 크게 느낀 적이 있다. 당신께선 언제나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셨다. 내 형제들을 아끼고 사랑했다"며 "내 가족들은 내가 살아 있는 이유다. 그들은 날 아버지로, 남편으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로드FC에서 이겨 나갈 수 있는 것도 가족들이 뜨거운 에너지를 전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의 마음은 위대하다"며 한국의 아버지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아이들이 몸으로 부딪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인생을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올바른 삶을 살 때 자녀들은 거기서 더 많이 배운다"고 조언했다. 

마이티 모는 첫째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줄 생각도 있다. "2007년 K-1에 아들이 출전했다. 데뷔전이었다. 경험이 없는 아들에게 K-1에선 22살의 프로 전적이 있는 강자를 붙여 줘 꽤 많이 실망했다. 17살이라고 해서 믿었는데…. 아들은 대학교 졸업 준비를 하고 있다. 다시 격투기 무대로 뛰어들 계획도 갖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도 아버지로서, 매니저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도 자녀를 키우며 세상을 배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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