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포그래픽 = 김종래

지난 여름 한국 여자 배구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체험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을 앞세운 한국은 조별 리그에서 숙적 일본을 꺾고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의 힘찬 발걸음은 여기까지였다. 세계 여자 배구의 벽은 여전히 높았고 김연경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배구 8강전에서 한국을 이긴 네덜란드와 금메달을 딴 중국, 은메달 세르비아와 동메달 미국의 공통점은 터키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2000년대 이후 터키 리그는 세계 여자 배구의 심장이 됐다. 2016~2017시즌을 앞두고 세계적인 선수 상당수는 터키 리그에서 활약한다. 스포티비뉴스는 세계 여자 배구의 현주소와 한국을 대표하는 김연경의 활약을 조명하기 위한 기사를 시리즈로 출고한다.(편집자 주)

김연경 & 터키 리그 특집① - 김연경, "올림픽 뛰어넘는 파이팅 펼치겠다"

김연경 & 터키 리그 특집② - 올림픽 마친 김연경, 페네르바체 정상 탈환 노린다

김연경 & 터키 리그 특집③ - 캡틴 코리아 김연경 VS 아이언 걸 주팅의 시빌 워

김연경 & 터키 리그 특집④ - 누가 여자 배구 메카 터키의 여제 될까

▲ 김연경 ⓒ ppap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예전에 주팅이 나를 롤모델로 생각한다고 했어요. 3~4년 전에 (주팅을) 만났는데 그때 내 유니폼도 달라고 했고 사인도 해 달라고 했죠. 그때부터 친구가 됐는데 주팅이 어느덧 세계적인 선수가 됐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MVP가 됐습니다. 그리고 터키까지 진출했죠. 신기하기도 하고 놀라워요."

'배구 여제' 김연경(28, 페네르바체)이 6번째 터키 리그 시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소속 팀 페네르바체의 5번째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러나 올 시즌 페네르바체와 김연경이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라이벌 팀 바키프방크와 엑자시바시가 세계적인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기 때문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주팅(22, 중국)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중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그는 MVP가 됐다. 아시아의 거포에서 세계적인 공격수로 성장한 주팅은 올림픽이 끝난 뒤 바키프방크 유니폼을 입었다.

페네르바체와 바키프방크의 연고는 똑같이 이스탄불이다. 지역 라이벌인 만큼 두 팀이 펼치는 경기는 큰 관심이 쏠린다. 김연경과 주팅의 올림픽 대결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은 터키 명문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웅을 겨룬다.

▲ 터키 리그 2016~2017시즌을 앞두고 연습 경기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연경(오른쪽)과 주팅 ⓒ ppap 제공

배구 여제와 떠오르는 태양의 맞대결

김연경은 2005년 흥국생명에 입단해 4시즌을 보낸 뒤 일본 V리그 JT마블러스에 입단한다. 2011년 일본 리그 MVP에 오른 그는 재계약을 뿌리치고 터키 리그에 진출한다.

터키 리그에서 뛰는 선수 가운데 김연경만큼 화려한 경력을 가진 이는 드물다. 그는 2011~2012시즌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에서 페네르바체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터키 리그 진출 첫 시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함께 MVP가 된 김연경은 2013~2014시즌 CEV 컵 대회에서도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MVP로 선정됐다.

2014~2015시즌에서는 페네르바체가 터키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 힘을 보탰고 MVP로 뽑혔다. 여자 배구가 축구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터키에서 김연경의 위상은 높아졌고 어느덧 전 세계 남녀 배구 선수 가운데 최고 연봉(120만 유로 : 약 14억8천만 원)자가 됐다.

주팅은 배구 선수가 많은 중국 시스템에서 성장했다. 청소년 대표 팀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어린 나이에 중국 대표 팀의 기둥이 됐다. 주팅은 2012년 광둥 에버그란데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팀을 세계클럽선수권대회 3위로 이끌었다. 그해 헤난 후아웨이로 이적해 2시즌을 보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MVP에 오른 주팅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바키프방크에 입단한다. 그의 올 시즌 연봉은 110만 유로(약 13억 5천만 원)다. 터키 리그 데뷔 시즌에 김연경에 이어 연봉 순위 2위로 뛰어올랐다.

▲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스파이크를 때리고 있는 주팅 ⓒ GettyImages

올라운드 플레이어 김연경 VS 고공 강타 주팅

김연경은 어린 시절 세터와 리베로 포지션에서 뛰며 기본기를 탄탄하게 익혔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키가 부쩍 자랐고 공격수가 됐다. 192cm인 그는 위력적인 공격은 물론 단신 선수 버금가는 스피드와 수비 능력까지 갖췄다.

일본과 터키 리그에서 뛰면서 노련미까지 더해졌다. 강타와 연타를 섞어서 쓰는 공격과 상대 코트 빈 곳을 찾아내는 빠른 판단력, 어느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정신력까지 갖춘 그는 세계 최고 선수의 자리에 올랐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김연경이 팀에 합류하면 전력은 급상승한다. 그가 공격과 수비, 그리고 선수들의 정신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도 김연경의 활약에 힘입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4위에 올랐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8강에 진출했다.

이와 비교해 주팅은 327cm의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공격이 일품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중국은 승부처에서 주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2살인 주팅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강심장을 발휘하며 브라질(8강전) 미국(준결승) 세르비아(결승)의 장신 블로킹을 뚫었다.

주팅의 장점은 대표팀은 물론 소속 팀에서도 든든한 동료의 지원을 받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세계적인 공격수로 성장한 주팅과 그를 받쳐 줄 쟁쟁한 선수들이 있다.

소속 팀 바키프방크는 올 시즌 우승 후보 1순위다. 주팅은 물론 미국의 기둥 킴벌리 힐(26)이 레프트에서 뛴다. 라이트에는 유럽 최고의 오른쪽 공격수로 평가 받는 로네크 슬뢰체스(25, 네덜란드)가 버티고 있다. 주팅-힐-슬뢰체스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는 세계 최강이다.

▲ 2015~2016시즌 경기를 앞두고 서브 연습을 하고 있는 김연경 ⓒ ppap 제공

페네르바체는 김연경의 공격 부담을 덜어 줄 이가 입단했다. 브라질의 기둥인 나탈리아 페레이라(27)는 올해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대회 MVP다. 세계적인 세터로 평가 받는 눗사라 떰꼼(31, 태국)의 가세도 김연경에게 큰 힘이 됐다.

문제는 라이트 포지션과 미들 블로커다. 페네르바체의 올 시즌 외국인 선수는 김연경, 나탈리아, 눗사라 세 명 뿐이다. 터키 선수들의 선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라이트와 미들 블로커는 바키프방크와 비교해 경기력이 떨어진다. 동료들의 지원을 볼 때 김연경보다 주팅이 유리한 상황이다.

김연경은 주팅과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최근 김연경과 주팅은 페네르바체와 바키프방크의 연습 경기에서 만났다. 김연경은 "오랜만에 터키에서 만난 뒤 즐겁게 대화를 나눴고 언제 시간이 되면 저녁 식사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터키 여자 배구 리그 2016~2017시즌은 23일 시작된다. SPOTV는 김연경의 소속 팀 페네르바체의 모든 경기를 독점 위성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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