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C 밴텀급 챔피언 곽관호 ⓒ스포티비뉴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성욱 기자] 몸과 마음은 바쁘다.

지난 5월 TFC 11에서 UFC 출신 파이터 알프테킨 오즈킬리치에게 3-0 판정승하고 TFC 밴텀급 타이틀 1차 방어에 성공한 곽관호(27, 코리안 탑팀/㈜성안 세이브)는 여전히 훈련 강도가 높다.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면 몸무게가 오르락내리락한다. 평소에도 70kg 정도를 유지한다. 경기가 잡힌 선수들을 돕다 보니, 나도 경기를 앞둔 것만큼 운동한다."

그런데 따분하다. 바쁜데 따분하다. 자신을 자극할 만한 선수가 국내엔 없기 때문이다.

TFC 타이틀 2차 방어전을 치러야 하는 곽관호는 "TFC 밴텀급에 예전보다 좋은 선수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감흥이 없다. 내게 큰 인상을 남긴 선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곽관호는 도전자들에게 회초리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내가 볼 때는 너무 몸을 사리면서 싸운다. 물론 실력 있는 선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기를 해서 챔피언이 되겠다는 생각은 갖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아래는 곽관호와 일문일답.

-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언제든 부르면 경기할 수 있도록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 보통 경기가 없으면 몸무게가 올라가는데, 지금의 당신은 경기를 앞둔 사람처럼 보인다.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면 몸무게가 오르락내리락한다. 평소에도 70kg 정도를 유지한다. 경기가 잡힌 선수들을 돕다 보니, 나도 경기를 앞둔 것만큼 운동한다. 지난달 TFC 12에서 동료 이민구의 패배로 자극을 받았다."

- 이민구가 KO로 지자 눈물을 흘리더라. 어떤 감정이었나?

"사실 난 챔피언 됐을 때도 울지 않았다. 근데 (이)민구가 쓰러지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왜 눈물이 났을까?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민구가 크게 다친 것 같기도 했고, 타이틀 방어를 위해 함께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생각하니 그랬던 것 같다. 그날은 내가 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민구가 눈 뜨고 하는 이야기가 자기가 경기 잘했냐고 물어보더라. 그 말을 들으니 더 짠했다."

- 이민구의 노력을 봐 왔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민구가 잘 안 풀린다는 느낌도 들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생각이 났다. 가슴이 답답한 느낌마저 들더라. 정말 울기 싫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 지난 15일 열릴 예정이던 UFC 파이트 나이트 마닐라 대회에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기대 많이 했다. PXC 선수들이 2명이나 진출했다. 그런데 날 부르진 않더라. 운이 따라 주지 않는 건가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만약 내가 필리핀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 만약 올해 UFC 한국 대회가 열렸다면, 옥타곤 입성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훨씬 가능성은 컸을 것이다."

- UFC를 갈 수 있는 요건이랄까, 그런 것은 거의 갖추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지만 결정하는 것은 UFC이기에 조용히 기다리려 한다. UFC에 진출하고 싶은 선수가 나뿐만은 아니지 않나. 아마 전 세계에서 나보다 전적이 더 좋은 선수들이 UFC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UFC에 진출한다면 어떤 선수 못지않은 좋은 모습 보여줄 자신 있다. 승리도 할 수 있고. UFC가 좋아할 만한 경기를 할 수 있다. 뭐, 일단은 기다리는 중이다.

- 당신이 UFC에 진출한다면 TFC 선수들에게도 본보기가 될 것이다. '마에스트로' 김동현B에 이어 TFC 챔피언의 두 번째 UFC 계약이 되니까.

"나는 TFC 아마추어 리그부터 시작해 단계를 밟아 챔피언에 올랐다. UFC에 진출하면 TFC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리라 믿는다."

- TFC나 PXC 방어전에 대해 그리는 그림이 있는가?

"UFC만 바라보고 있다. 대회사에 내가 할 수 있는 도리는 최대한 할 것이다. 내가 UFC에 진출해서 잘 싸우면 TFC나 PXC의 위상도 올라갈 것이다. '이렇게 좋은 선수가 우리 대회 소속 선수였다는 것'을 알려 대회사에 보답하고 싶다."

- TFC 밴텀급 선수층이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컨텐더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당신은 더 높은 곳을 보고 있지만, 그들은 당신을 보고 달리고 있다.

"예전보다 좋은 선수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감흥이 없다. 내게 큰 인상을 남긴 선수는 없다."

- 박한빈과 치열하게 겨룬 바 있다. 같은 팀 트라이스톤의 김동규는 밴텀급으로 전향했다.

"박한빈은 내게 프로 경기에서 한 번 지더니 3연승을 모두 KO로 끝냈다. 당시 박한빈을 매우 인상적으로 봤다."

- 그렇다면 박한빈은 인정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당시 경기에서 보여 준 박한빈의 실력은 지금 밴텀급 선수 가운데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박한빈은 매우 저돌적이었고 챔피언이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 그 정도의 열망을 가진 파이터를 찾을 수 없나?

"그렇다. 나는 항상 TFC 경기장을 찾는다. 모든 경기를 다 보지만 특히 밴텀급 선수들의 경기를 유심히 본다. 근데 아무리 봐도 박한빈만큼의 열정, 실력을 보여 준 선수들은 없더라.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내가 볼 때는 너무 몸을 사리면서 싸운다. 물론 실력 있는 선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기를 해서 챔피언이 되겠다는 생각은 갖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모든 경기를 다 KO로 장식했다. 박한빈도 그 정도 경기력으로 이겼다. 몸을 사리면서 싸우는 거, 재미없다."

- TFC 밴텀급 선수들을 향해 날리는 경고인가? 흥미롭다.

"대회사도 마찬가지고 격투기 팬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거다. 그러니까 아직 국내 선수 가운데 내 방어전 상대를 못 찾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나는 어떤 선수가 와도 자신 있다. 알프테킨 오즈킬리치가 한 번 더 와도, 아니 오즈킬리치 형이 와도 상관없다."

- 지금 이야기들, 챔피언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맞다. 챔피언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이런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나도 자신 있어서 이런 이야기한 것이기도 하고. 밴텀급 선수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다. 더욱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나는 가만히 있지 않다. 나를 따라잡으려면 나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 평소 많이 노력하는 것 같다.

"웨이트트레이닝도 꾸준히 하고 기술 연습도 많이 하니까 몸이 유지되는 것 같다. 남들이 하루에 훈련 한두 번 할 때 나는 몇 번 더 한다. 챔피언이라는 자리가 그런 것 같다. 노력하지 않으면 금방 빼앗기는 자리다. 다른 사람들이 따라오기 힘들게 더 올라가야 한다."

- 챔피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때문에 피곤하지 않는가? 몸도, 마음도.

"난 지금이 정말 좋다. 솔직히 자랑스럽기도 하고, 더 동기부여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챔피인이 되기 전보다 챔피언인 지금 더 열심히 운동한다."

- 정말 궁금해서 그런데, 언제 쉬나?

"주말에는 꼭 챙겨서 쉰다. 평일에는 몸으로 운동하고, 머리로는 종합격투기 생각만 한다. 운동을 마치고 잠이 안 올 때는 스스로 머릿속에 여러 가지를 그려본다. 내가 승리했을 때 인터뷰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도 생각해 본다. 요즘은 영어 회화를 잘하고 싶어서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다. 자기 전에 해외 격투기 선수들의 다큐멘터리나 인터뷰 영상을 보며 영어를 익히고 있다. 재미있다."

- 그냥 뭐랄까, 프로답다.

"한편으로는 환경 때문일 수도 있다. SNS 친구들이 대부분 격투기 관계자, 선수, 팬들이다. SNS에 올라온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격투기와 관련된 글뿐이다. 기자도 그렇지 않나?(웃음)"

- 완전히 동감한다. 내 SNS 타임라인의 90%는 격투기 이야기다.(웃음)

"그렇기 때문에 항상 격투기 생각만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집에서도 항상 SPOTV만 틀어 놓는다. UFC, TFC가 자주 나오는데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새벽에는 TUF까지 챙겨보고 잔다. 너무 좋다.(웃음) TV를 보지 않을 때는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후배들과 훈련 프로그램도 짜고, 어떤 걸 가르쳐 줘야 할지, 여러 가지를 구상한다."

- 다음 타이틀 방어전 상대는 어떤 선수였으면 좋겠나?

"내 상대로 어울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자격이 있는 사람이랄까? 만약 방어전을 치르기 전에 내가 해외에 진출해 타이틀이 공석이 된다고 해도 멋진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벨트를 놓고 겨뤘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TFC 볼 맛이 나지 않을까?"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항상 나는 부족한 것을 찾아 보완하려고 노력한다. 챔피언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어른답게 성숙한 마음으로 운동을 대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응원해 주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오르려 노력할 것이다. 아, 그리고 TFC 밴텀급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TFC 밴텀급 선수들, 나 지금 따분하다. 내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감을 안겨 달라. 물론 모두 훌륭한 선수들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해 모든 사람을 흥분시키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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