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오준서 해설위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8, LA 다저스, 이하 다저스)의 부상 소식이 들려왔다. 다저스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해 3년 차를 맞이한 류현진의 부상은 한국에 있는 야구 팬들에게 큰 우려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언제부터였을까. 건강하게 마운드 위에서 위력적인 투구를 기대하게 한 류현진이 어깨 부상으로 DL행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 9일 (한국 시간) 디트로이트 원정 경기에서 류현진은 2⅓이닝 10안타 7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그 전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3회 이전에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더군다나 이날 다저스 타선은 디트로이트 선발 벌랜더를 상대로 1회에 5점을 뽑아주며 류현진의 승수 쌓기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 경기는 단순히 류현진이 패전 투수로 기록된 경기가 아닌 짧은 시간, 경기를 통해 류현진이 깨달음을 가진 경기였다.

류현진 본인이 가진 체인지업, 커브 그리고 빠른 공만으로는 힘과 배트 스피드가 좋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한계에 왔다는 점을 인식했을까. 그래서 이날 경기 이후 류현진은 그동안 지켜본 클레이튼 커쇼의 예리하고 빠른 고속 슬라이더를 연마해 빠른 시기에 실전에서 사용하게 된다. 

흔히, 커브 또는 슬라이더가 홈 플레이트에서 변화되는 방향은 크게 2가지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구질과 옆으로 흘러 떨어지는 구질이다. 류현진은 2m 장신 커쇼가 결정구로 던지는, 타자 가운데에서 몸쪽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시즌 내내 눈여겨 봤다가 디트로이트전을 계기로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류현진은 커쇼와 같은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 투고 폼을 수정했다. 기존 보다 팔의 스윙 궤적을 높이고 귀 옆으로 붙여 나오는 투구 폼으로 바꿨다. 투수가 시즌 도중에 투구 폼을 바꿀 정도로 류현진은 본인이 가진 변화구와 빠른 공에 대한 믿음이 다 해가고 있었다. 그 결과 기존보다 높은 곳에서 릴리스 포인트를 형성하고 커쇼와 같은 고속 슬라이더를 장착해 후반기 승수 쌓기에 탄력을 받는다. 

옆으로 휘어져 나가는 변화구보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구질이 치기 힘든 점은 히팅 포인트가 단 한 곳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들다. 류현진은 비록 예전과 같은 위력과 제구력이 뒷받침되지는 않았지만 투구폼의 변화로 인해 우 타자를 상대로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유인구로 사용하던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구사할 수 있게 됐다. 

류현진은 우 타자들이 2 스트라이크 이후 방망이를 돌릴 수밖에 없는 가운데에서 몸쪽 낮게 떨어지는 공을 던지게 된 것이다. 또한, 체인지업을 던질 때 빠른 공의 구속이 더욱 올라가면서 고속 슬라이더와 함께 빠른 공에 대한 믿음이 생기게 됐다. 이러한 부분은 류현진이 시즌 후반까지 자신 있는 투구를 할 수 있던 밑거름이 됐다.

류현진의 이런 피칭에 커쇼는 누구보다 자신의 주무기를 단기간에 연습하고 바로 실전에서 사용하면서 류현진을 팀 동료 이상으로 생각하게 된다. 다만 기존보다 높은 곳에서 릴리스 포인트를 형성하고 공을 던지다 보니 어깨에 무리가 가면서 지금의 부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을 상대로 6000마일 떨어진 곳에서 한국의 에이스가 혼자서 역투하는 류현진, 새벽잠을 설치면서 응원하고 기뻐했던 팬으로서 지금 류현진의 부상 소식이 매우 안타깝다. 부디, 빠른 회복으로 마운드에 돌아와 건재한 모습으로 한국 야구팬에게 즐거움을 선물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준서 SPOTV 해설위원/전 토론토 블루제이스 스카우트

[사진] 류현진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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