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규는 청개구리 같다. 사람들이 기대하면 오히려 입을 다문다. ⓒ정성욱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천 원종동, 정성욱 기자] '빅 마우스' 김동규(24, 트라이스톤)가 경기를 앞두고 웬일인지 조용하다. TFC 분위기를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가 요즘 입을 안 연다.

오는 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TFC 13에서 김동규와 맞붙는 김승구(27, 코리안 좀비 MMA)가 오히려 "김동규를 군대에 다시 보내고 싶다"며 공격한다.

"난 내가 내킬 때 뭐든지 하는 사람이다. 내 멋에 사는 사람이다. 누가 시킨다고, 원한다고 해서 등 떠밀려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청개구리 같은 면이 있어서 그런지 주위에서 이야기하면 더 하기 싫어진다."

김동규는 지난달 31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침묵은 청개구리 성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상대의 공격을 그냥 넘기는 스타일도 아니다. '입대 발언'을 한 김승구에게 "얼차려 받고 싶은가? 내가 얼차려는 잘 준다"며 받아쳤다.

"TFC 밴텀급 선수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챔피언 곽관호의 일침에도 김동규는 "자극이 되는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했다면 나는 더 보여 줘야 한다. 곽관호가 두려운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라고 반응했다. 

혹시 걱정하고 있었을 팬들에게 알리겠다. 지난 7월 중국 영웅방에서 우리지부렌에게 판정승하고 밴텀급 전향 후 첫 승을 거둔 김동규의 '큰 입'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 김동규는 이소룡처럼 물이 되려고 한다. ⓒ정성욱 기자

김동규와 일문일답.

-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중국에서 경기하고 휴식했다. 이후 TFC 13 출전 제의가 들어와 줄곧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 특별하게 다른 일은 없었는지?

"별일은 없었다. 아, 최근에 가족이 한 명 더 늘었다.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다.(웃음) '믹스견'인데 포메라리안과 스피츠가 합쳐진, '폼피츠'라고 부르더라. 챔프라는 이름을 지어 줬다."

- TFC 경기는 얼마 만인가?

"8개월 만에 복귀다. 원래 TFC는 내가 데뷔한 곳이어서 오랜만이라도 긴장되지 않는다. TFC는 내게 고향이고 안방 같은 곳이다. 어서 경기를 뛰고 싶다."

- 당신이 출전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여러모로 기대했다. 항상 TFC의 분위기를 이끌었으니까. 근데 이번엔 조용하다.

"난 내가 내킬 때 뭐든지 하는 사람이다. 내 멋에 사는 사람이다. 누가 시킨다고, 원한다고 해서 등 떠밀려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청개구리 같은 면이 있어서 그런지 주위에서 이야기하면 더 하기 싫어진다."

- 김동규가 활발해지려면 주위에서 관심을 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모든 사람이 관심을 다 끊을 때쯤 내가 활동을 시작할지도.(웃음)"

- 이번 경기 오랜만인데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있나?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이소룡이 이야기 한 '물이 돼라(Be water)'라는 말이다. 물이 되는 거다. 물은 넣는 통에 따라 형상이 바뀌듯 나도 상황에 따라 그에 맞게 변하는 파이터가 되고 싶다. 요즘엔 굳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모든 파이터들이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 뭘 해야겠다기보다 상황에 맞춰 변하는 파이터?

"종합격투기라는 종목의 특성상, 어떤 상황에선 타격가가 돼야 하고 어떤 상황에선 그래플러가 돼야 한다. 한 분야만 고집해서도, 꼭 뭔가 보여줘야겠다고 고집해서도 안 된다. 난 다 할 수 있으니 상황에 맞게 골라서 보여 주는 것이 맞다. 딱히 뭔가를 보여 주고 싶은 욕심은 없다. 모두 자신 있다."

-지난 5월 TFC 10에서 황영진과 경기에서 TKO패 했다. 아픔이 없었나?

"그 경기는 이미 지난 일이다.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말이 있다. '지금 생각하는 현재는 이미 지난 과거'라는 말.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현재'도 과거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경기에 집착하기보다 나는 새롭게 올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지난 경기에서도 배울 점은 있다. 배울 점을 배웠다면 지난 경기에 대한 미련은 얼른 버리는 것이 낫다."

- 요즘에 책 읽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책은 간혹가다가 읽기도 한다. 사실 책을 읽기보다는 좋은 글귀를 찾아 읽는다. 굳이 격투기나 운동 관련된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좋은 글을 읽으며 내 식으로 해석하여 영감을 받고 있다. 요즘 이소룡을 본보기로 삼고 있어 그가 한 이야기, 행적들을 찾아 보고 영감을 받는다."

- 이번 대회 상대인 김승구의 인터뷰를 봤다. 군대를 보낸다고 하던데.

"지금도 휴대전화로 메시지가 온다. 주변 분들이 나보고 '야, 너 군대 가래'라고 한다. '근데 너 군필이잖아'라는 말과 함께. 나는 21개월 만기 전역했고 전역증도 있다. 얼마 전 예비군 훈련도 다녀왔다. 나한테 얼차려를 받고 싶나? 나는 군대에서 얼차려는 잘 줬다."

- 김승구가 전 경기에서 피니시 승을 거뒀다고 하던데?

"케이지 경험이 적은 선수들을 상대로 쌓은 전적이라고 알고 있다. 내 전적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알아서 찾아봤을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과 김승구의 길, 누가 더 험한 여정을 거쳐서 왔는지는 격투기 팬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 꽃길을 걸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나는 누가 떠먹여 주는 밥을 한번도 먹은 적 없다. 만들어진 무대에 올라간 적도 없다. 나는 언제나 정글 숲을 헤치며 왔다. 암벽을 올라 정상인 줄 알았으나 겨우 능선이었던 경우도 많았다. 지금까지 내가 격투가로서 걸어온 길은 편치 않았던 길이다."

- 이번 경기를 어떻게 풀 것인가?

"이번 경기는 이전에 우리 팀이 보여 줬던 작전과는 다를 것이다. 이번 경기의 작전명은 'Be water'다."

- 밴텀급 챔피언 곽관호 선수를 인터뷰했다. 그는 "내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 TFC 밴텀급 선수들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귀감이 되는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했다면 나는 보여 줘야 한다. 두려운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 지금 당장 목표는 무엇인가?

"3개의 목표가 있다. 먼저 TFC의 챔피언이 되는 것이 목표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삼아 세계적인 무대, 이를테면 UFC에 진출해 활동하는 것이다. 마지막 목표는 당연히 세계 챔피언이다."

▲ 김동규는 왼쪽 팔에 고래 문신을 했다. 강하고 가족을 챙기는 녀석이다. ⓒ정성욱 기자

- 왼쪽 팔의 문신이 눈에 띈다. 어떤 의미인가?

"고래가 왕관을 쓰고 있다. 고래는 바다에서 강한 포유류다. 거기에 왕관을 새겼으니 정말 강한 녀석이다. 반면 새끼를 지극 정성으로 챙기는 동물이다. 가족애를 나타내기도 한단다. 함께 운동하는 동료들, 격투기 팬들, 응원해 주는 지인, 모두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 왼쪽 팔뚝에 새긴 이유는 특별히 있는지?

"감량을 위해 사우나를 가게 되면 힘들어서 뛰쳐나가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참으며 팔로 다리를 휘감고 머리를 푹 숙인다. 그때 몸에서 흐르는 땀을 보곤 하는데 지금 문신을 새긴 곳에 자꾸 시선이 간다. 그때 보고 힘을 낼 수 있도록 그 위치에 새긴 것이다. 그런데 문신을 새길 때는 원래 자주 보는 위치에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자주 보면 질린다고. 근데 나는 자주 보는 위치에 해야 힘낼 수 있다는 생각에 그곳에 새겼다." (김동규는 문신을 계체와 경기 때 공개할 생각이라 사진을 찍지 않았다- 필자 주)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요즘에 내게 '조용하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격투기 관계자뿐만 아니라 주위 친구들까지 그런 이야기를 한다. 지금 떠들고 있는 사람들 많지 않나? 도떼기시장 같다. 누구 하나 떠들면 다들 부화뇌동해서 함께 떠들고 있다. 이런 판국에 나는 낄 마음이 없다. 나는 그렇게 값싼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내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할 것이다."

TFC 13은 다음 달 5일 오후 5시부터 SPOTV+에서 생중계한다. 총 11경기가 방송 전파를 탄다. 네이버 스포츠에서도 인터넷과 모바일로 시청할 수 있다. 일본 아베마 TV도 생중계한다.

메인이벤트는 김재영과 안토니오 도스 산토스 주니어의 미들급 타이틀전이다.

TFC 13 대진

[미들급 타이틀전] 김재영 vs. 안토니오 도스 산토스 주니어
[라이트급] 홍성찬 vs. 윌 초프
[여성 밴텀급] 김지연 vs. 리타오
[페더급] 조성원 vs. 나카무라 요시후미
[페더급] 임병희 vs. 이데타 다카히로
[스트로급] 정유진 vs. 서예담
[밴텀급] 김동규 vs. 김승구
[밴텀급] 소재현 vs. 박경호
[페더급] 정한국 vs. 윤태승
[밴텀급] 손도건 vs. 도선욱
[미들급] 유영우 vs. 최재현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