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대림동, 정성욱 기자] '헬로 키티' 정유진(22, 코리안 탑팀/㈜성안세이브)은 요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비너스' 서예담(24, 파라에스트라 청주)과 옥신각신 설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주고받는 독설이 꽤 날카롭다.

오는 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TFC 13에서 펼쳐지는 정유진과 서예담의 스트로급 맞대결은 TFC 사상 첫 국내 여성 선수들끼리 경기다. 국내 여성 경기는 국제전으로만 치러졌다.

설전만큼 4일 계체에서도 불꽃이 튈 전망이다. 계체를 통과한 두 선수는 경기에 앞서 처음으로 눈싸움을 펼친다. 정유진은 TFC 케이지에서 싸우기 전, 계체에서 기류 유코, 나오엘 보우르비아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내며 신경전을 걸었다.

정유진은 선공할 생각은 없지만, 눈을 마주치지 말라고 서예담에게 경고했다. "어떻게 하는지 봐서 결정할 것이다. 한국 선수와 치르는 첫 경기다. 정중하게 대할 생각이다. 내 눈만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상대와 눈을 마주치면 꼭 다투게 된다"고 말했다.

케이지에서 확실하게 결판을 낼 계획이다. "신나게 때릴 생각"이라는 정유진은 "TFC의 꽃은 나 하나다. 열심히 때려서 그만두도록 만들겠다"며 웃었다. 

TFC 13은 다음 달 5일 오후 5시부터 SPOTV+에서 생중계한다. 총 11경기가 방송 전파를 탄다. 네이버 스포츠에서도 인터넷과 모바일로 시청할 수 있다.

'헬로 키티' 정유진과 일문일답.

- 화제의 주인공을 만나 반갑다.

"이런 주목이 싫다. 익숙하지도 않다. 뭔가 내 성격에 안 맞는다."

- 아닌 것 같은데.

"하하하."

- 서예담과 설전이 있었다. 먼저 시작한 전쟁 아닌가?

"맞다. 서예담이 경기 일주일을 남기고 주짓수 대회, 그것도 남자부에 출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표님에게 '그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화가 난 이유를 더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을까?

"나는 9월에 출전 요청을 받자마자 생활 스케줄를 모두 이번 TFC 13에 맞췄다. 만약 서예담이 주짓수 대회에 나가서 다치기라도 한다면 우리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나도 아마추어 대회에 자주 출전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건 프로 대회다. 돈 받고 하는 것인데 일정에 문제를 안긴다면 대회사, 팬, 상대 선수인 내게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 서예담이 "내가 언니인데 버릇을 고쳐 주겠다는 말은…"이라는 발언도 했다.

"나는 2007년 8월에 운동을 시작해서 내년이면 운동한 지 10년이 된다. 2013년 주짓수 보라 띠도 받았다. 주짓수로 치면 보이지도 않는 후배다. 종합격투기로 봐도 내가 한참 선배다. 물론 사석에서 만나면 언니니까 90도로 인사하는 것이 맞다. 케이지에선 언니라고 해서 큰절 부터 하고 싸울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러고 보니 나는 언제나 케이지에서 언니들하고만 싸웠다. 케이지에선 언니고 뭐고 없다. 서로 실력을 겨루는 것 아닌가? 이번 경기는 여러모로 뜻깊다. 내가 한국 선수와 처음으로 경기를 갖는 것이기도 하고. 끝나면 소주 한잔 하고 싶다."

- 그러고 보니 TFC에선 처음으로 펼쳐지는 한국 여성들의 경기다.

"나도 예전에 킥복싱 경기할 때 이후로 처음이다. 내 종합격투기를 통틀어서 처음으로 한국 여성 선수와 대결한다. 감독님과 팀 오빠들이 하는 말이 있다. "코리안 탑팀의 꽃은 너 하나냐? 왜 들어오는 여자 관원을 다 때려서 그만두게 하냐고"라고. 마찬가지다. TFC의 꽃은 나 하나다. 열심히 때려서 그만두도록 만들겠다. 외국 선수와 싸우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안 그러면 서예담과 계속 볼 것 아닌가. 보면 마음만 아프다. 차라리 사라지게 하는 것이 낫다."

- 이번 설전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서예담을 검색하면 정유진이란 이름이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덕분에 많은 분이 대회장에 오신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이런 일도 있었다. 고등학교 이후 연락이 끊긴 동창이 있었는데 얼마 전 연락이 와서 티켓 어떻게 사냐고 물어보더라. 기분 좋았다."

- 이번에 있었던 설전, 경기에 영향이 있을까?

"큰 영향은 없다. 워낙 나쁜 일들은 잘 잊는 성격이라서. 오히려 동기부여에 영향을 줬다. 이번 설전과 관련된 기사가 아침에 나오지 않았나?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훈련에 지쳐 있을 때 기사를 보면 힘이 나서 벌떡 일어나 운동했다."

- 이번 경기 어떻게 치를 생각인가?

"신나게 때릴 생각이다. 나는 내 경기를 마치고 기사 댓글을 확인한다. 타격에 집중했을 때는 그라운드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고, 그라운드를 열심히 파면 타격이 부족하다는 댓글이 달린다. 저번에 그라운드가 부족하다는 댓글이 있었으니, 역으로 생각해서 이번에는 타격에 집중할 생각이다. (웃음)"

- 이번에는 재미있겠다는 댓글이 많이 달리더라.

"재미있다는 말이 조금은 부담이 된다.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대회장에 왔는데 만약 재미없는 경기를 펼치면 죄송한 마음이 든다."

- 댓글을 보면 영향을 받나?

"마음 한쪽에서 부담을 받긴 하지만 경기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댓글 가운데 귀담아들을 것들도 많다. 내가 놓치는 것들을 잘 지적해 주시는 분들도 종종 계신다. SNS로 좋은 메시지도 보내주신다. 그런 분들께는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 이번 대회 계체에서 신경전이 있을 예정인가?

"서예담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결정할 것이다. 한국 선수와 첫 경기를 치르는 만큼 정중하게 대할 생각이다. 단, 내 눈을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내 상대와 눈을 마주치면 꼭 다툰다."

- 지난 대회와 마찬가지로 계체 복장은 섹시하게 갈 것인지.

"화보 촬영 때 입었던 비키니를 입을 예정이다. 그 비키니를 고른 가장 큰 이유는 200g이 넘지 않아서였다. 계체 때 입는 옷은 150~200g이 넘으면 안 된다. 속옷이 250~300g, 비키니가 150~200g이다. 100g이면 물 한 잔이다."

- 종합격투기 선수는 계체량 때 입는 옷의 무게까지 생각해야 한다니…. 복잡한 마음이 든다.

"이번 비키는 최경량급이다. 80g이다. (웃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번에도 너무 많은 응원을 받아서 등 뒤에 보이지 않는 든든한 무언가가 있다고 느낀다. 팀 선생님들과 오빠들도 응원해 주셔서 힘이 난다. 이번에는 다른 경기보다 마음 편하게 치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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