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쟁심을 끓어 올릴 누군가가 없을까? 소재현은 그런 선수를 기다린다. ⓒ정성욱 기자
[스포티비뉴스=논현동, 정성욱 기자] '그라운드 지옥' 소재현(27, 소미션스 주짓수)은 힘이 쭉 빠져 있다. 오는 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TFC 13에서 5년 전에 싸웠던 박경호(25, 파라에스트라 서울)와 재대결하는 소재현. 이번 대회는 도무지 힘이 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A, B 선수가 있다고 치자. A 선수는 정말 강하고, B 선수는 약하다. 근데 A와 싸우든 B와 싸우든 준비는 똑같이 해야 한다. 이왕이면 A와 싸우는 것이 더 좋다. 근데 말도 안 되는 도발이나 하고 있으니…. 힘이 빠진다."

투쟁심을 갖게 할 누군가가 없을까? 소재현은 그런 선수를 기다린다. 챔피언이 아니어도 좋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 강자를 경험했다. 패배해도 상위 랭커들에게 패했지 '허당'에게 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차라리 내게 승리한 선수라면 겨뤄 볼 만 하다. 아니면 외국 선수들과 경기를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

소재현에게 있어 종합격투기 무대는 그가 추구하는 주짓수, '실전 주짓수'의 실험장이다. 그러한 자신을 인정한 아오키 신야에게 지난 8월 검은 띠를 받았다. 소재현은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그려 왔던 주짓수는 '실전 주짓수' 다. 내 주짓수가 종합격투기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지금 내가 종합격투기 대회에 출전하는 것도 내 주짓수를 증명하는 방법이다. 나를 인정해 준 사람이 같은 방향성을 가진 아오키 신야라는 것이 정말 기분 좋다. 전에는 내가 아무리 실전 주짓수를 표방해도 사람들이 들어 주지 않았다. 근데 내 주짓수가 인정 받아 검은 띠가 되니 주짓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TFC 13은 다음 달 5일 오후 5시부터 SPOTV+에서 생중계한다. 총 11경기가 방송 전파를 탄다. 네이버 스포츠에서도 인터넷과 모바일로 시청할 수 있다. 일본 아베마 TV도 생중계한다.

아래는 소재현과 일문일답.

- 경기 후 어떻게 지냈나?

"지난 5월 TFC 데뷔전에서 이기고 체육관 경영에 열중했다. 경기를 뛰니 체육관에 자연스럽게 소홀해졌고 관원이 줄었다. 그것을 회복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이번 경기도 뛰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조금이라도 뛸 수 있을 때 뛰자는 마음으로 출전하게 됐다."

- 선수와 관장을 병행하는 사람들의 딜레마인 것 같다. 선수 활동을 하면 관원이 줄고 관원에게 집중하면 선수 생활이 어렵다. 예전에는 선수 생활을 일찍 접는 관장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젠 알 것 같더라.

"맞다. 나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배들의 고충을 이제야 알 것 같다."

- TFC 데뷔 첫 승을 거둔 뒤, 바닥에 누워 카메라를 향해 손짓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특별한 의미가 있었나?

"특정 선수를 지목한 것은 아니고 누구든 덤비라는 의미였다. 만만한 선수는 없다. 어떤 선수와 경기를 치르더라도 준비는 똑같이 해야 한다. 쉬운 상대는 없다."

- 주짓수 검은 띠가 됐다. 정말 축하한다. 마음가짐이 새로워졌을 것 같다.

"띠 색깔 하나 바뀌었을 뿐이지만 책임감은 더 커졌다. 띠에 새겨진 스승 아오키 신야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활동해야 하고, 다른 한쪽에 새겨진 체육관의 이름을 보면 체육관을 키우고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요즘은 가장이 된 느낌이다."

- 주짓수 검은 띠가 됐을 때 추구하고자 방향점이 생겼을 것 같다.

"내가 그려 왔던 주짓수는 '실전 주짓수' 다. 내 주짓수가 종합격투기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지금 내가 종합격투기 대회에 출전하는 것도 내 주짓수를 증명하는 방법이다. 나를 인정해 준 사람이 같은 방향성을 가진 아오키 신야라는 것이 정말 기분 좋다. 전에는 내가 아무리 실전 주짓수를 표방해도 사람들이 들어 주지 않았다. 근데 내 주짓수가 인정 받아 검은 띠가 되니 내 주짓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 종합격투기에서 통하는 주짓수라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

"종합격투기에 통하는 주짓수는 무조건 그래플링만 수련한다는 것이 아니다. 타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 내가 타격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방어를 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경기로 이끌 수 있다. 타격을 방어한다는 것 자체도 나름 타격 능력을 갖췄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은 타격에 대한 예만 들었는데 결국 내가 추구하는 실전 주짓수는 타격, 레슬링을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방어하며 경기를 내게 유리하게 이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주짓수, 그래플링이 특기이지만 종합격투기인 만큼 여러모로 다양한 기술을 섭렵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진부하다고 생각한다. 파이터는 자신만의 특기, 그러니까 '칼'이 있어야 한다. 파이터는 서로 자신만의 칼을 갖고 싸워야 경기가 재미있지 칼, 방패, 갑옷 등등 모두 갖고 있으면 재미없는 경기가 되더라."

▲ 소재현이 추구하는 주짓수는 실전 주짓수다. 그것은 종합격투기에서도 통하는 주짓수다. ⓒ정성욱 기자

- 자신만의 비기 하나는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지금 UFC에서 인기 있는 코너 맥그리거를 보자. 여러모로 뛰어난 선수이지만, 타격이 출중하지 않나. 맥그리거를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만의 타격이 있다."

- 이번 대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상대 박경호에게 승리를 거둔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5년 전에 1라운드 리어 네이키드 초크로 승리한 적이 있다. 인터뷰를 보니 내가 그라운드밖에 없고 테이크다운밖에 없다고 했다더라. 맞다. 나는 그라운드와 테이크다운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을 다 막을 자신이 있는 건가? 주제에? 나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잘 막고 잘 때리면 된다. 근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박경호가 그런 레벨일까? 의문이다. 깔끔하게 초크로만 끝냈더니 안 되겠다. 목을 조르는 것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목을 비틀어야겠다."

- 박경호가 이야기한 대로 가는 것인가, 테이크다운과 그라운드로?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도 내 몸이 그렇게 하지 않을까? 박경호가 그라운드로 안 끌려갈 자신이 있다면 잘 막으면 되는 것이고. 나는 원래대로 내 영역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때리면서 안 넘어진다는 것은 도망간다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싸우고 싶을까? 사실 나는 이번 경기가 동기부여도 안 된다."

- 동기부여가 안 된다니 무슨 소리인가?

"예를 들어 A, B 선수가 있다고 치자. A 선수는 정말 강하고, B 선수는 약하다. 근데 A와 싸우든 B와 싸우든 준비는 똑같이 해야 한다. 내 입장에선 이왕이면 A와 싸우는 것이 더 좋다. 근데 저런 소리나 하고 있으니. 힘이 빠진다."

- 그래도 밴텀급 내 선수들 가운데에선 동기 부여를 시켜줄 선수가 있지 않을까?

"그나마 곽관호가 있었는데 UFC에 갔다. 나를 끓어오르게 하는 선수는 없는 것 같다."

- 어떤 이유에선가? TFC 밴텀급 선수들의 실력이 부족한가?

"아니다. 모두 실력은 출중하다. 근데 임팩트가 없다. 재미도 없고. 뭔가 투쟁심을 끓어오르게 하는 선수가 없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 강자를 경험했다. 패배해도 상위 랭커들에게 패했지 '허당'에게 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차라리 내게 승리한 선수라면 겨뤄 볼 만 하다. 아니면 외국 선수들과 경기를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오히려 이렇게 이야기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의 투쟁심을 일깨워줄 선수 어디 없냐고.

"나의 투쟁심을 끓어오르게 할 수 있는 선수의 도발이라면 언제든 환영한다. 어중간하게 소심하게 하지 마라. 나를 그라운드 베이스라 만만하게 볼 수도 있다. 나는 '뻔하게' 싸울 테니 이길 자신 있다면 들어와라. 그라운드 지옥으로 초대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경기를 마치고 잠시 쉬고 싶다. 어차피 TFC 타이틀전 토너먼트가 열릴 텐데 나는 토너먼트에 참가하기엔 지금은 좀 버거울 듯하다. 일단 누가 챔피언이 되는지 지켜보도록 하겠다. 그걸 보고 향후 행보를 결정할까 한다. 나를 끓어오르게 할 선수가 챔피언일지 아니면 컨텐더나 토너먼트에 참가한 선수가 될지 지켜볼 것이다."

- 꼭 챔피언이 아니더라도 인상적인 선수라면 경기할 마음이 있나?

"물론이다. 예를 들면 곽관호가 챔피언이 되지 않았더라도 나는 챔피언과 곽관호 가운데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곽관호를 선택했을 것이다."

- 이번 경기에 대한 각오를 이야기 해달라.

"이게 무슨 경기인가. 스파링이지. 목을 조르는 것이 아니라 꺾어버려서 다시는 못 덤비게 그라운드에서 참교육을 시켜주겠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