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FC 13에 출전하기까지 김지연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성욱 기자
[스포티비뉴스=논현동, 정성욱 기자] 오는 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TFC 13에 출전하는 김지연(27, 소미션스 주짓수/밀아트 컴퍼니)은 이번 경기를 치를 때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9월 TFC 12에서 상대할 예정이던 베로니카 마세도가 UFC로 진출하면서 다른 상대를 기다려야 했다. 베로니카를 대신할 사람은 일본인 파이터, 하지만 그 선수도 훈련하다가 다쳤다. 김지연은 다른 상대를 찾기 보다 출전을 미뤘다.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를 며칠 앞둔 상황에서 상대 선수가 자주 바뀌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래서 TFC 측에 말씀 드렸다. 이렇게 마음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준비하면 다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결국 출전을 연기했다."

TFC 측은 김지연의 상대를 찾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김지연이 아시아에서 강자로 이름을 널리 알려서 그와 맞붙을 상대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에도 김지연의 상대는 대회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기에 결정됐다.

리타오(19, 중국)는 베일에 싸여 있는 선수다. 정보가 적다. 경기 영상마저 찾기 힘들다. 그래서 김지연은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자고 결정했다.

"상대 선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전적이 적어서 경기 영상도 없다. 그래서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 그리고 내 경기 영상을 보면서 내가 갖고 있던 문제점을 찾고 고치려 노력했다. 실수도 자꾸 하다 보면 버릇이 될 수 있더라. 버릇이 되면 상대방에게 약점을 내주는 것이 된다. 그것을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지연과 일문일답.

- 이번에도 남자 친구 소재현과 동반 출전하게 됐다.

"사실은 동반 출전을 원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TFC 12에서 내가 경기를 갖고 TFC 13에 (소)재현 오빠가 뛰면 어떨까 했다. 서로의 대회 준비를 도와줬으면 좋았을 텐데 내 경기가 취소되면서 이번에도 함께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 이번까지 동반 출전이 3번이다.

"그렇다. 지난해 8월 일본 딥(DEEP) 주얼스 9을 시작해 올해 5월 TFC 11, 그리고 이번에 열리는 TFC 13까지 3번째다. 서로 의지가 되는 것도 있지만, 각각 대회 준비를 하다 보니 서로를 챙겨 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면도 있다."

- TFC 12 경기 취소 후에도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나?

"물론이다. 11월에 일본 아니면 한국에서 경기가 예정되어 있어서 줄곧 경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지치는 면도 없지 않았다. TFC 12 상대였던 베로니카 마세도가 UFC로 진출하는 바람에 다른 상대를 찾아야 했다. "이렇게 경기가 취소될 수 있구나"라며 어리둥절했다. 대체 선수로 일본 파이터가 내정됐으나 부상으로 출전 거부 의사를 밝혔고, 또 다른 선수가 결정됐지만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를 며칠 앞둔 상황에서 상대 선수가 자주 바뀌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래서 대표님께 말씀드렸다. 이렇게 마음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준비하면 다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결국 출전을 미뤘다."

- 이번 상대 선수도 경기 임박해서 결정되었다. 부담되지 않나?

"정신적으로 조금은 지쳐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열심히 훈련해서 체력적으로 문제는 없다."

- 뭔가 잘 안 되는 시기인 것 같다.

"좋게 생각하고 넘어가려 한다. 액땜한다고 생각한다. 나쁘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이 나빠지고, 좋게 생각하면 좋은 쪽으로 일이 풀릴 것이라 생각한다. 성장하고 단단하게 되는 과정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 계속 계약 체중으로 경기를 뛰다가 이번에는 체급 매치, 즉 밴텀급에서 경기한다.

"오랜만에 61.2kg 밴텀급 경기를 뛰게 됐다. 그간 상대 선수가 없어서 계속 계약 체중 경기를 뛰었다. 일본에서 타이틀전을 했을 때를 제외하곤 대부분 계약 체중으로 경기를 뛰었다."

- 비로소 자신의 체급에서 경기를 갖게 되었는데 어떤가?

"정말 좋다. 자신도 있다. 내가 가진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체급이고 여유가 있기도 하다. 뭔가 설렌다."

- 보도 자료를 통해 "나의 경기는 배움의 연속"이라는 말을 봤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그 의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달라.

"어떤 선수라도 간절한 마음이 있고 열심히 경기를 준비한다. 데뷔하는 선수든, 관록 있는 선수든 얕볼 상대는 없다. 14년 가까이 이 운동을 하다 보니 느낀 것인데 어떤 선수에게도 배울 점은 있더라. 전적이 많은 선수에겐 노련미를, 데뷔전 선수들이나 전적이 적은 선수에겐 나름의 패기를 경험한다. 여러 선수를 겪어 보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배우게 된다. 경기를 치르는 중간에도 경기를 마친 후에도 느끼는 것들이 있다."

▲ 이번 경기에서 김지연의 전략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극대화하고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정성욱 기자

- 엉뚱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경험이 많은 선수와 신인 선수와 경기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편한가?

"나는 경험이 많은 선수와 경기하는 것이 편하다. 누구나 한 방은 갖고 있으므로 데뷔전 하는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이 아주 약간 부담된다. 전적이 많은 선수면 내가 더 도발하기도 쉽다. 오히려 경험이 적은 상대에겐 더 예의를 갖추려 한다."

- 경험이 적은 선수에게 예의를 갖추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내가 격투기를 시작하고 처음 나갔던 경기가 킥복싱 대회였다.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고 상대 선수는 성인 여성이었다. 경기는 내가 승리했다. 경기를 마친 후 상대 선수가 나에게 와서 칭찬해 주고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다. 그때 격투기에 대한 좋은 감정을 많이 갖게 됐다. 그 이후부터 나도 상대가 나보다 경험이 적은 선수라면 데뷔전 상대였던 그분처럼 예의로 대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이번에 내가 상대하는 선수도 전적이 많지 않다고 들었다. 이번 대회에선 도발하지 않을 생각이다."

- 이번에 승리하면 6연승을 거두게 된다.

"열심히 하다 보니 경기에서 이기게 되고 챔피언도 됐다. 일본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여러 선수를 경험하게 됐고. 물론 연승을 지켰으면 하는 마음이 없진 않다. 근데 연승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보다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힘들게 준비한 만큼 경기에서 증명하고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다." 

- 이번 경기 어떻게 풀 계획인가?

"상대 선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전적이 적어서 경기 영상도 없다. 그래서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 그리고 내 경기 영상을 보면서 내가 갖고 있었던 문제점을 찾고 고치려 노력했다. 실수도 자꾸 하다 보면 버릇이 될 수 있더라. 버릇이 되면 상대방에게 약점을 내주는 것이 된다. 그것을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 상대에 대한 정보가 적으면 좀 난감하지 않을까?

"오히려 설레고 기대된다. 따지고 보면 이런 상황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어떻게 보면 나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분명 배울 것이 있다고 믿는다."

- 이번 경기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준비하는 느낌이다.

"평소와는 다른 준비다. 전략을 짜고 그것을 경기에서 이행하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상대방의 약점에 대해 공격하는 패턴을 만들었다면 이번 경기는 내가 잘하는 것을 극대화하는 것,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에 집중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선수를 경기 하나로만 평가 받는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속상하다. 격투기 선수들은 하나의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 달 동안 훈련한다. 경기가 다가오면 감량의 고통도 감내해야 하며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견디며 정신을 잡아 나가야 한다. 사실 선수들의 이러한 노력을 직접 보지 않고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선수들이 한 경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으로 준비하는지 알아줬으면 한다. 질타보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응원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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