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외로워 보였다. 케빈 듀란트, 서지 이바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슈퍼 거북이' 러셀 웨스트브룩(28,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이 듀란트와 데뷔 첫 맞대결에서 고개를 숙였다. 26점 차 대패 수모를 겪었다. 

웨스트브룩은 4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미국 프로 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원정 경기에서 20점 6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챙겼다. 그러나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올 시즌 가장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필드골 성공률이 26.7%로 최악이었다. 자유투로만 10점을 올려 20점 경기를 만들었지만 코트 마진이 -9에 그쳤다. 그야말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오클라호마시티는 골든스테이트에 96-122으로 무릎을 꿇으며 시즌 첫 패(4승)를 기록했다.

완패였다.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해법은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스텝이 꼬였다. 웨스트브룩은 전반 동안 야투 12개를 던졌지만 3개밖에 넣지 못했다. 1쿼터를 마쳤을 때 +11이었던 코트 마진이 2쿼터를 마치자 -10으로 뚝 떨어졌다. 조력자가 없었다. 1쿼터 초반 스티브 아담스가 페인트 존에서 6점을 쓸어 담으며 반짝했을 뿐 꾸준히 좋은 생산성을 보이는 동료가 없었다.

▲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러셀 웨스트브룩

에네스 칸터, 제레미 그랜트, 안드레 로버슨, 앤서니 모로우 등 웨스트브룩에게 패스를 건네 받은 선수들의 공격 마무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반 동안 팀 야투 성공률이 33.3%에 그쳤다. 48개를 던져 16개를 넣는 데 머물렀다. 웨스트브룩이 끊임없이 1선을 무너뜨린 뒤 바깥으로 킥 아웃 패스를 빼줬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미국 중계진은 "백투백 일정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라클아레나 원정이라는 부담감도 선더 선수들 발을 눈에 띄게 느리게 만들고 있다"며 일방적인 경기 흐름 원인을 분석했다.  

웨스트브룩은 경기 플랜에 변화를 줬다. 2쿼터 후반부터 스스로 공격을 매조지으려는 내용을 보였다. 그러나 골든스테이트 수비진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지난 시즌 이바카처럼 미드 레인지에서 슛을 꽂으면서 빅맨을 바깥으로 끌어 내는 동료가 없었다. 그만큼 돌파 공간이 협소해졌다. 뻑뻑한 골든스테이트 골 밑으로 림 어택을 시도했지만 효율성이 떨어졌다. 듀란트처럼 1대1 돌파로 별다른 패턴 없이 공격을 마무리하는 원 펀치도 없었다. 올라디포는 좋은 생산성을 보였지만 듀란트만큼 상대 수비진이 위협을 느낄만한, 수비 전술 변화를 꾀하게 할 정도의 임팩트는 없었다.

중과부적이었다. 활용 가능한 공격 옵션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코트에 골든스테이트 선수 5인은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지만 오클라호마시티는 웨스트브룩 홀로 플레이하는 인상을 줬다. 듀란트가 스테픈 커리의 비하인드 백 패스를 받은 뒤 3점을 터트리고 클레이 톰슨이 왼쪽 코너로 빠르게 걸음을 옮겨 동료의 'A패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사이 웨스트브룩은 철저히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슛블록을 5차례나 당했다. 34-43으로 뒤진 2쿼터 3분 52초쯤 웨스트브룩이 코트 오른쪽 45도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톰슨-듀란트를 앞에 두고 반 박자 빠르게 플로터를 던졌다. 그러나 톰슨의 손에 걸렸다. 이후 듀란트에게 슛블록을 한번 더 내줬다. 쿼터 종료 2분여를 남기고는 연속 패스 실책을 저질렀다. 'A패스'라는 선택지가 사라진 상황이었다. 괴물 같은 운동 능력도, 공을 향한 투쟁심도 별무소용이었다. 등 번호 0번이 외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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