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무아지경이었다. 손을 떠난 공은 족족 림 그물을 출렁였다. 스테픈 커리(28,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한 경기 최다 3점슛 기록을 새로 썼다. 외곽 라인 바깥에서 17개를 던져 13개를 집어 넣었다. 성공률이 76.5%였다. 웬만한 빅맨 자유투 성공률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외곽슛에 관한 모든 기록을 하나둘 고쳐 쓰고 있다. 우리는 지금, 커리가 지휘하는 '외곽의 시대'에 살고 있다.

커리는 지난 8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라클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시즌 미국 프로 농구(NBA)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와 홈 경기서 46점 5어시스트 2가로채기를 쓸어 담았다. 팀이 116-106으로 이기는 데 크게 한몫했다. 야투 26개 가운데 16개가 림을 통과했다. 필드골 성공률 61.5%로 역대 최고 슈터다운 면모를 뽐냈다.

자자 파출리아, 데이비드 웨스트, 숀 리빙스턴 등 동료의 다운 스크린을 활용해 슈팅 공간을 확보하는 움직임이 눈부셨다. 기민한 레그 스루 드리블과 숄더 페이크, V-컷으로 좁디좁은 공간에서 깔끔한 슛 동작을 진행하는 감각도 돋보였다.

8일 뉴올리언스전에서 3점슛 13개를 꽂았다. 자신을 비롯해 코비 브라이언트, 도니엘 마샬이 갖고 있던 기존 한 경기 최다 외곽슛 기록(12개)을 다시 썼다. NBA 연감에 또 한번 스테픈 커리라는 다섯 글자를 진하게 새겼다. 함포 사격을 퍼붓듯 뉴올리언스 1선 수비를 무너뜨렸다. 팀 프레이저, 솔로몬 힐, 버디 힐드는 반 박자 빠른 커리의 슛 타이밍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빼어난 슈터 조건으로 볼 없는 움직임을 강조하는 지도자가 많은데 이날 커리의 '오프 더 볼 무브'는 완벽에 가까웠다. 속도·방향을 조절해 수비수를 떼어 낸 뒤 빠르게 공을 받으러 나가는 동작이 매끄러웠다. 또 온전히 공이 컨트롤되지 않아도 점프하면서 '자기 공'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일품이었다.

▲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자랑하는 '神사수' 스테픈 커리
직전 경기였던 LA 레이커스와 원정 경기서 혼쭐이 났다. 지난 5일 레이커스전에서 3점슛 10개를 시도했지만 단 한개도 넣지 못했다.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197경기 연속 외곽슛 기록이 중단됐다. 팀도 97-117로 크게 졌다. 개인과 팀 모두 무릎을 꿇었다. 정도가 크든 작든 심란할 법했다. 그러나 대가(大家)는 달랐다. 여러 혹독한 언론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제 갈 길을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커리는 사흘 만에 마음을 추스린 뒤 새 역사를 썼다. 놀라운 퍼포먼스로 홈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어느 가을날'을 선물했다. 지난 시즌 리그 역사상 초유의 외곽슛 400개 시대를 열었던 커리는 그렇게 또 한번 굵직한 발자국을 찍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