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2점 차로 뒤지고 있다면 마이클 조던에게, 3점 차라면 레지 밀러에게 마지막 슛을 맡겨라."

조던 못지않은 빼어난 클러치 능력으로 미국 프로 농구(NBA) 연감에 굵직한 발자국을 찍은 슈터가 있다. 미국 언론은 이 선수를 '밀러 타임'이라고 불렀다. 4쿼터 승부처에서 이 깡마른 공격수가 볼을 쥐면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사이드라인, 관중석에 앉은 이들이 손을 꽈악 쥐었다. 두 자릿수 점수 차도 어떡해서든 뒤집을 것 같은 기대감을 품게 했다.

18시즌 동안 코트를 주름잡았다. 통산 1,304경기에 나서 평균 18.2점 외곽슛 성공률 39.5%를 챙겼다. 3점슛·자유투에 보정을 가한 슈팅 효율성 수치(TS%)가 61.4%에 이른다. 지난 시즌 빅맨을 제외하고 44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가운데 밀러보다 높은 TS%를 기록한 이는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 JJ 레딕세 명 뿐이다. 단일 시즌 최정상급 슈팅 효율성을 커리어 내내 발휘한 선수가 바로 밀러다. 자유투 라인에서도 강했다. 통산 성공률이 88.8%에 달한다. 이 부문 리그 1위에 다섯 번이나 올랐다. 밀러는 코트 구석구석 특정 지점을 가리지 않고 '슛' 하나만큼은 최고 자리를 지켰던 위대한 슈터다.

▲ 인디애나 페이서스 시절 명 슈터로 이름을 얻었던 레지 밀러
눈부신 누적 기록을 쌓았다. 통산 외곽슛 2,560개를 꽂았고 2만5,289점을 수확했다. 역대 3점슛 성공 수 2위, 득점 19위를 달리고 있다. 올-NBA 팀에 세 차례 이름을 올렸다. 올스타에도 5회 선정됐다. 등 번호 31번은 영구 결번됐다. 인디애나 팬들은 뱅커스라이프필드하우스 천장에 걸려 있는 그의 유니폼을 보며 동부 콘퍼런스를 호령했던 연고 팀 전성기를 추억하고 있다. 2012년 9월 하킴 올라주원, 돈 넬슨 감독 등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은퇴 뒤 미국 방송국 'TNT'에서 명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다. 마브 앨버트, 케빈 할란 등 베테랑 캐스터와 멋진 호흡을 뽐내고 있다. 'CBS스포츠'는 '현역 시절 뜨거운 손끝을 자랑했던 밀러가 입도 날카롭다는 점을 증명했다'며 그의 입담을 칭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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