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준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조용히 첫째 날이 지나갔다. 11일부터 KBO 리그 자유계약선수(FA)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아직 1호 계약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올해부터 원 소속 구단 우선 협상이 폐지되면서 선수와 구단, 구단과 구단 사이에 물밑싸움이 더 치열해진 듯하다.

외부 FA를 잡기 위해서는 원 소속 구단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하는 부담도 있다. 내부 단속한 선수와 달리 외부 영입 선수는 팀 안팎에서 '얼마나 잘하나' 지켜보는 눈이 많다. 유니폼을 갈아입는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이 더 높은 이유다. 

최근 외부 FA로 재미를 본 구단과 그렇지 못한 구단의 사례를 살펴봤다.

◆ '4년 84억 원' 장원준, 두산의 '신의 한 수'

FA 성공 사례로 빠지지 않는 선수가 왼손 투수 장원준(31, 두산)이다. 장원준은 2014년 시즌을 마치고 10년 동안 몸담은 롯데를 떠나 두산에 새 둥지를 틀었다. 4년 84억 원 계약이었다. 두산은 롯데에 보상 선수로 내준 투수 정재훈(36)을 1년 만에 2차 드래프트로 다시 데려오면서 '대박 계약'의 마침표를 찍었다.

두산은 큰돈을 주고 당장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기보다 가능성 있는 유망주를 키워서 쓰는 쪽이다. 외부 영입과 거액 FA가 많지 않다. 장원준 영입 과정은 그래서 더 파격적이었다. 팀 국내 투수 가운데 더스틴 니퍼트, 유희관과 로테이션을 구성할 확실한 선발투숫감이 나타나지 않자 프런트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장원준은 2008년부터 롯데에서 꾸준히 10승을 이룬 투수다. 두산은 장원준이 수비가 좋고 홈구장이 넓은 팀 환경에 잘 적응하리란 믿음이 있었다. 장원준은 2015년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08, 2016년 15승 6패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하며 밥값을 해냈다. 지난 2시즌 동안 포스트시즌 등판한 5경기에서 4승을 챙기며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 정우람 ⓒ 곽헤미 기자
◆ '321억5,000만 원 투자' 한화, 여전히 추운 가을

한화는 최근 3시즌 동안 가장 공격적으로 외부 선수를 영입했다. 2013년 11월 외야수 이용규와 내야수 정근우를 시작으로 2014년 11월 투수 권혁, 12월 투수 배영수 송은범, 2015년 11월 투수 정우람 심수창 등 7명을 데려오면서 321억5,000만 원을 쏟아부었다.

"투수가 부족하다"는 김성근 한화 감독의 뜻에 따라 투수 영입에 공을 들였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2015년 시즌 팀 평균자책점 5.11, 2016년 시즌은 5.76으로 2년 연속 9위에 머물렀다. 정규 시즌 성적은 2014년 최하위, 2015년 6위, 2016년 7위에 그치며 추운 가을을 보냈다.  

공격적인 외부 영입은 유망주 유출로 연결됐다. 임기영(상무, 2012년 2라운드) 한승택(KIA, 2013년 3라운드) 김민수(상무, 2014년 2라운드) 박한길(롯데, 2014년 4라운드) 등 최근 드래프트 상위 순번에 지명했던 선수들을 잃었다. 한화는 지난 3시즌을 교훈 삼아 이번 FA는 조용히 넘어가면서 유망주 육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 이호준 ⓒ 한희재 기자
◆ NC, 팀 기반 다진 '베테랑 영입' 

신생 구단인 NC는 베테랑 영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12년 11월 3년 20억 원에 계약한 이호준(40)은 다양한 최고령 기록을 세우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호준은 올 시즌 타율 0.298 21홈런 87타점을 기록하며 '나테이박' 중심 타선을 지키고 있다. 올해 다시 FA 자격을 얻었지만,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2013년 11월 함께 NC와 손을 잡은 유격수 손시헌(36)과 외야수 이종욱(36)은 각각 내야와 외야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 줬다. 손시헌과 이종욱은 이호준과 함께 신생 구단 NC가 창단 4년 만에 3차례 가을 야구를 경험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과감한 투자도 망설이지 않았다. NC는 2015년 11월 내야수 박석민(31)과 4년 96억 원 계약을 맺었다. FA 역대 최고액이다. 박석민은 올 시즌 타율 0.307 32홈런 104타점을 기록하며 FA 첫해 고액 연봉의 부담을 덜었고,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 윤길현(오른쪽) ⓒ 한희재 기자
◆ '롯데 시네마' 재개봉, 고개 숙인 '98억 듀오'

98억 원을 투자한 뒷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롯데는 올 시즌 블론 세이브 24개로 LG와 부문 공동 2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셋업맨 윤길현(당시 SK) 4년 38억 원, 마무리 투수 손승락(당시 넥센) 4년 60억 원 계약을 맺으며 뒷문에 안정감을 불어 넣으려 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블론 세이브 24개 가운데 윤길현 8개(공동 1위), 손승락 6개(공동 6위)를 기록했다.

윤길현은 올 시즌 7승 7패 16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6.00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손승락도 이적 첫해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7승 3패 20세이브 평균자책점 4.26으로 세이브왕 출신답지 않은 성적을 냈다. 롯데는 지난해 팀 블론 세이브 27개로 리그 최다 기록을 세우며 얻은 '롯데 시네마' 이미지를 벗으려 노력했지만, 재개봉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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