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오준서 해설위원] 지난해와 다르게 올 시즌 KBO 리그에서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스피드업 룰이 새롭게 적용된 것이다. 그렇다면 야구의 본고장 메이저리그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경기에 앞서 심판과 양 팀 감독은 홈 플레이트 미팅을 한다. 2014시즌에는 비디오 판독과 포수 충돌이 새로운 규정으로 전달되었다면 올 시즌 새롭게 스피드 업 룰(Speed up rule)이 적용되면서 감독과 선수 모두 빠른 공수교대와 그라운드 안에서 불필요한 플레이가 없어졌다.

특히 감독의 어필과 비디오 판독이 경기의 재미를 반감시킨다고 간주한 MLB 사무국은 "비디오 판독 요청 시 감독은 더그아웃에 있어야 하며 최초 심판 판정 이후 20~30초 안에 비디오 판독 요청을 해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또한 전통적으로 이닝과 이닝 사이 투수들이 던질 수 있는 연습투구 8개 역시, 30초라는 시간 안에 던져야 하기 때문에 불펜에서 충분한 워밍업이 필요하다.

가장 큰 변화는 공수교대에 있어서 2분 45초(전국중계방송 기준), 2분 20초(지역중계방송 기준)이다. 타자는 공수교대 시간 20초 안에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데 공수교대 시 다저스 홈 구장에서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25)가 첫 타자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베이스 러닝만큼 빠른 러닝과 타격준비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빠른 경기진행이 야구팬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선수들의 불필요한 동작을 제한하기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981년 2시간 30분 전, 후로 진행되던 경기 시간이 지난 시즌에는 평균 3시간 2분으로 늘어나면서 MLB 사무국은 관중 감소와 다른 메이저 스포츠와 비교하면 경기 자체의 재미가 줄어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늘 타석에서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고 감독은 승리를 위해 많은 불펜과 수비 시프트 그리고 비디오 판독 요청까지 다양한 게임 시나리오 안에서 주도권을 상대 팀에 넘겨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야구와 함께 4대 스포츠라 불리는 NFL 경기는 지난 시즌 평균 3시간 12분이 소요되었으며 PGA 골프는 평균 3시간 30분의 라운딩 시간을 기록했다.
 
올 시즌 새로운 규정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대체로 선수, 감독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이며 몇몇 선수들은 짧아진 경기 시간으로 인해 야구팬들이 핫도그를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농담까지 하고 있다.

분명 루틴을 중요시하는 선수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새로운 규정이다. 보스턴의 강타자 데이비드 오티즈(40)는 타석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규정에 대해 벌금 500불을 내고 본인의 루틴을 고수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모든 선수가 새로운 규정에 적응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새로운 규정이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감독, 코치들은 생각하기에 정규시즌에 모든 선수가 완벽히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5월부터 최대 미화 500달러(약 55만 5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며 이 벌금은 MLB 자선재단으로 기부된다.

시범경기 도중 LG 이진영은 스피드업 규정에 저촉되어 삼진을 당한 뒤 이튿날 "소련야구인 줄 알았다"라며 어이없는 반응을 보였다. 보다 빠른 경기 진행이 팬들의 야구 흥미를 반감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KBO와 MLB 사무국의 생각. 그리고 선수 본연의 플레이를 위해 일종의 주술 같은 버릇조차 안 되냐는 선수들의 볼멘소리. 새로운 규정이 선수들에게 모두 제대로 전파되기까지 크고 작은 잡음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도, 그리고 미국도. 

[사진] 데이비드 오티즈 ⓒ 메이저리그 사무국

오준서 SPOTV 해설위원/전 토론토 블루제이스 스카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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