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레이스를 펼친 황영조. ⓒ대한체육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편집국장]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폐막 전날인 8월 8일까지 한국 선수단은 11개의 금메달을 따며 서울 올림픽에 못지않은 성과를 올리며 마지막 금메달에 대한 기대를 마라톤에 걸고 있었다. 황영조는 2시간8분47초의 당시 기준 한국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고 1991년 셰필드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유력한 우승 후보는 아니었다. 이 무렵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은 2시간6분대 기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레이스가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황영조는 선두 그룹에 끼어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한여름 뜨거운 날씨는 레이스 전부터 기록 경쟁이 아닌, 치열한 순위 경쟁을 예고하고 있었다.  올림픽 주 경기장이 있는 몬주익 언덕을 넘어설 때 황영조의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망의 마라톤 금메달이었다. 김재룡은 2시간15분01초로 15위, 김완기는 2시간18분32초로 18위를 기록했다. 마라톤 외 종목에서는 이진일이 남자 800m 예선 1조 3위로, 남자 높이뛰기 이진택이 예선 10위로 탈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16편에서 계속>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마라톤과 축구 한일전이었다.

황영조는 2시간11분13초의 기록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알린 원자폭탄 투하 장소인 평화공원에 골인해 2년 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로 ‘몬주익의 영웅’칭호를 얻었던 감격을 재현하며 온 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몬주익 언덕에서 모리시다 고이치가 황영조를 따라잡지 못하고 은메달에 머물렀던 사실을 기억하는 일본은 지구력이 좋은 하야타 도시유키에게 설욕을 기대했지만 그 역시 황영조의 적수가 되지는 못했다. 

히로시마 대회 약 4개월 전인 4월 19일 열린 제98회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2시간8분9초를 마크해 당시 한국 최고 기록(김완기, 2시간8분34초)을 25초 앞당기는 한국 최고 기록을 세운  황영조는 풀코스 완주 6차례 만에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를  제패하는 또 하나의 기록을 수립했다. 김재룡은 2시간13분12초로 동메달을 차지해 남자 마라톤은 아시아경기대회에 강한 면모를 이어 갔다.  

마라톤 외 종목에서 한국은 금메달 2개(남자 800m 이진일, 남자 1600m 릴레이 이유학-손주일-이진일-김순형)와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평년작 수준의 성적을 남겼다.     

축구 팬들의 기억에는 메달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한일전으로 펼쳐진 8강 경기가 인상 깊게 남아 있을 것 같다. 경기 종료 직전 추가 시간에 얻은 페널티킥으로 3-2 극적인 승리를 거둬 인상적이었다. 

전반 31분 미우라 가즈요시에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7분 유상철이 동점 골을 터뜨린 뒤 33분 황선홍이 역전 골을 뽑아 승리를 눈앞에 뒀으나 경기 종료 4분을 남겨 놓고 이하라 마사미에게 골을 내줘 2-2 동점이 됐다. 연장전을 떠올리는 순간 황선홍이 페널티 마크 부근에서 일본 수비수의 반칙을 유도해 얻은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골로 연결해 대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준결승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0-1로 진 데 이어 3위 결정전에서 쿠웨이트에 1-2로 져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한일전의 승리가 갖는 상징성만으로도 메달에 못지않은 의미가 있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스포츠 팬들의 탄식을 자아내는 장면이 펼쳐졌다. 폐막일인 8월 5일 대회 마지막 271호 금메달을 다투는 남자 마라톤에서 이봉주는 막판 스퍼트의 보람도 없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조시아 투그웨인에게 3초 뒤진 2시간12분39초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4년 전 바르셀로나에서 황영조가 이룩한 ‘몬주익의 신화’를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 3위인 케냐의 에릭 와이나이나는 이봉주에게 4초 뒤져 동메달리스트가 됐다. 

김이용은 2시간16분17초 골인해 12위에 올랐다. 일본(다니구치 히로미 2시간16분17초 19위, 오야 마사키 2시간22분13초 54위) 선수들을 압도하는 결과였다. 일본은 여자 마라톤에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은메달리스트인 아리모리 유코가 2시간28분39초로 동메달을 차지해 남자부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 <18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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