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근 한화 감독이 왼손 투수 권혁을 다독이고 있다. ⓒ곽혜미 기자

올 시즌 KBO리그도 명암이 엇갈린 한 해였다. 두산이 구단 첫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800만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돔구장이 개장됐고, 프로 야구 출범 후 FA 100억 원 시대도 열었다.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감추고 싶은 그림자도 짙었다. 팬은 불법 도박과 승부 조작 사건에 차가운 눈길을 보냈고,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지도 철학' 논란에 휘말렸다. 스포티비뉴스는 올 시즌 프로 야구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를 10대 뉴스로 정리했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2008년 이후 '5-8-8-7-8-9-9'라는 참담한 정규 시즌 성적표를 받아든 한화 팬들은 2015년 시즌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을 데려오자고 의기투합했다. 김 감독 영입 청원 동영상을 만들었다. 한 팬은 여의도 한화그룹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얼마 뒤 한화는 총액 20억 원에 김 감독과 3년 계약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팬의 뜻에 감명 받은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투수 훈련의 대가 김 감독이 6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 한화를 투수 왕국으로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야구계를 휩쓸었다. 구단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김 감독 부임과 동시에 권혁 송은범 배영수 FA 투수 세 명을 안겨 줬다. 2016년에는 정우람과 심수창을 영입했다. 투수 5명에게 185억 5,000만 원을 투자해 김 감독의 어깨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한화의 기대는 지난 2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풍비박산 났다. 2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9위에 머물렀다. 팀 성적도 첫 시즌에 68승 76패로 6위, 두 번째 시즌에는 66승 3무 75패로 7위에 그쳤다.

한화 투수들은 김 감독 부임 첫해 시즌을 온전히 보내기 버거웠다. 김 감독은 이태양이 이탈하고 미치 탈보트, 셰인 유먼이 부진하자 중간 투수들을 선발로 당겨 썼다. 휴식과 보직 개념이 희미해졌다. 안영명은 4월 셋째 주 화요일 목요일 일요일에 선발 등판했다. 권혁과 송창식은 불펜 투수로는 이례적으로 100이닝을 넘겼다. 송창식의 투구 수는 2,049개. 2014년 투구 수 527개보다 훨씬 많다. 박정진은 96이닝을 책임졌다.

정우람과 심수창이 가세한 올해 한화 마운드 사정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졌다. 김 감독은 "투수가 없다"며 주먹구구식 마운드 운용을 이어 갔다. 선발투수가 흔들리면 가차없이 내렸다. 불펜 투수들이 1회부터 몸을 푸는 날이 잦았다. 어깨에 피로가 쌓인 불펜 투수들은 구위가 떨어졌다. 부상 선수도 속출했다. 동시에 성적도 떨어졌다. 알고리즘처럼 반복되는 악순환에도 김 감독의 선수 운용법은 바뀌지 않았다.

김 감독은 자신을 향한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혹사의 기준이 무엇인가. 투수는 팀이 필요로 하면 나가는 보직이다"며 "선수들은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멈추면 못 큰다. 권혁 송창식이 많이 던져서 달라지지 않았나"고 반문했다.

미국정형외과학회(AAOS)는 팔꿈치를 90도로 들어 무언가를 던지는 운동선수들은 팔꿈치 부상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투수가 대표적이다. 반복해서 많이 던지면 심각한 부상을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예방이 최선, 구속 감소나 투구 수 관리가 차선책다. AAOS 그람스태드 박사는 "(공을 던질 때) 팔꿈치에 반복적이거나 일시적인 통증을 느낀다면 즉시 쉬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권혁 송창식을 비롯한 한화 1군 투수 5명이 올해 수술대에 올랐다.

한화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야구인도 AAOS와 뜻을 같이했다. 지난 시즌 도중 "한화 투수들의 등판 일지를 보면 당장에 쓰러져도 놀랄 일이 아니다"며 "팔꿈치 통증은 많이 던져서 생긴다. 회복 방법은 휴식 뿐"이라고 지적했다.

마운드 운용 외에도 1군 선수단 운용에 전권을 쥐고 있는 김 감독의 행보에는 2년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올 시즌엔 혹사와 야간 특타 비판, 선수들의 줄 부상에 더해 유망주 유출에 따른 선수단 고령화, 김정준 코치의 월권 의혹, 코치진과 불화, 2군행 지시를 거부한 고바야시 투수 코치의 갑작스런 사퇴 등 온갖 일들이 쏟아졌다. '팬심'도 함께 돌아섰다.

김 감독은 2년 동안 만든 '흙길'에 부끄러운 점이 없다고 여긴다. "세상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야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질을 요구하는 여론을 뒤로하고 계약 마지막 해를 보장 받았다. 내년에도 한화를 지휘한다. 구단의 현장, 프런트 이원화 정책으로 관여하는 범위가 줄어든다는 예상이 많지만 선수 기용권은 여전히 김 감독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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