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김재호(왼쪽)와 김태형 감독 ⓒ 곽혜미 기자

올 시즌 KBO 리그도 명암이 엇갈린 한 해였다. 두산이 구단 첫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800만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돔구장이 개장됐고, 프로 야구 출범 후 FA 100억 원 시대도 열었다.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감추고 싶은 그림자도 짙었다. 팬은 불법 도박과 승부 조작 사건에 차가운 눈길을 보냈고,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지도 철학' 논란에 휘말렸다. 스포티비뉴스는 올 시즌 프로 야구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를 10대 뉴스로 정리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한국 프로 야구와 두산 베어스 구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시즌이었다. 

두산은 올해 정규 시즌 93승(1무 50패)을 세워 2000년 현대 유니콘스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91승)을 갈아 치웠다. 한국시리즈에서는 NC 다이노스를 만나 4전 전승을 올리며 1995년 이후 21년 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두산은 구단 최초로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1982년 프로 야구가 출범한 뒤 35년 동안 2년 연속 우승한 팀은 올시즌 두산을 비롯해 해태(1986~1989, 1996~1997년), 삼성(2005~2006년, 2011~2014년), 현대(2003~2004년), SK(2007~2008년) 다섯 팀 뿐이다.

올해 우승으로 두산은 지난해 창업에 이어 '왕조' 수성을 위한 두 번째 튼튼한 기둥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타 조화가 완벽했다.

더스틴 니퍼트-장원준-마이클 보우덴-유희관은 최강 선발진으로 활약하며 '판타스틱4'로 불렸다. 정규 시즌 니퍼트 22승, 보우덴 18승에 장원준과 유희관이 각각 15승을 더해 4명의 선발진이 70승을 따냈다. 두산은 KBO 리그 최초로 한 시즌 15승 투수 4명을 배출한 구단이 됐다.

타선의 득점 지원도 화끈했다. 팀 공격 부문을 보면 타율 0.298, OPS 0.851에 1,504안타 183홈런 877타점 935득점을 기록하며 모두 1위에 올랐다. 김재환 37홈런, 오재일 27홈런, 닉 에반스 24홈런, 양의지 22홈런, 박건우 20홈런 등 20홈런 타자 5명이 나오면서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순간 그라운드로 뛰어 나가는 두산 베어스 선수들 ⓒ 곽혜미 기자

김태형 감독은 두둑한 배짱과 선수단의 마음을 다독이는 리더십이 돋보였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경쟁을 유도하며 선수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 선수가 흔들려도 충분히 버티고 성장할 시간을 주면서 팀 전체 전력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지휘봉을 잡은 2년 모두 팀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기며 '초보 사령탑' 딱지를 확실히 뗐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팀을 꾸렸다. 김 감독은 김현수(28,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나자 김재환에게 외야수 훈련을 지시했다. 김재환은 포수에서 1루수로 전향하고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해 시즌 막바지부터 1군에서 기량을 뽐내기 시작한 박건우와 경쟁을 붙였다. 두 선수는 김 감독의 믿음 속에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주전 외야수로 성장했다. 아울러 백업 요원을 적절히 활용하며 긴 시즌을 버텼다. 포수 박세혁과 내야수 류지혁, 투수 고봉재 등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성적과 성장 두 가지를 함께 노렸다.

선수들의 마음도 헤아렸다. 박건우는 "감독님께서 저랑 (허)경민이가 야구가 한참 안 될 때 따로 불러서 쓴소리를 하셨다. '너희가 분위기를 이끌어야 하는데 처져서 뭐하는 거냐'고 하셨다. 그때 많은 걸 느꼈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원래 그러는 분이 아닌데, 따로 연락을 해 '준비 잘되냐. 잘해 왔으니까 앞으로 더 잘하라고 그랬다'고 하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 두산 베어스를 응원하는 팬들 ⓒ 곽혜미 기자

김 감독은 올 시즌을 마치고 계약 기간 3년, 계약금 5억 원, 연봉 5억 원 등 총액 20억 원에 재계약했다. 구단 역대 최고 대우다. 김 감독은 "두산에서 프로 야구 감독을 맡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고 감독으로서 최고 대우를 받아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했다.

두산은 2년 연속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을 바라보고 있다.

김 감독은 "이제 지난 영광은 잊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두산을 더 강한 팀으로 만들어 한국시리즈 3연속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태룡 단장은 "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팀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늘 잘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며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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