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두라스전에서 아쉽게 득점에 실패한 정승현.
올해 한국 축구의 상징색은 회색이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연임 후 2기 체제 구축을 위한 잰걸음을 했고, 전북 현대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10년 만에 우승 컵을 안았다. 그러나 곳곳에서 다듬고 고칠 일들이 드러났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4강행이 좌절됐고, 울리 슈틸리케 대표 팀 감독은 지도력 논란에 휘말렸다. K리그에서는 심판 매수 사건이 터졌다. 스포티비뉴스는 잿빛 구름 너머 햇살을 꿈꾸는 한국 축구의 2016년을 10대 뉴스로 정리했다.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2012년 런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노린 한국의 출발은 희망 찼다. 한국은 4월 열린 올림픽 본선 조 추첨에서 피지-독일-멕시코와 함께 C조에 편성됐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82위, 올림픽 본선 최약체로 평가 받는 피지와 같은 조에 속한 한국은 조 편성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올림픽 축구 대표 팀을 이끈 신태용 감독은 6월 선수 명단을 확정했다. 손흥민(토트넘)과 장현수(광저우 부리), 석현준(FC 포르투)을 와일드카드로 선정했다. 신태용 감독은 애초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를 뽑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속 팀의 차출 불가 방침으로 공격수 석현준을 최종  낙점했다.  

와일드카드로 2명의 공격수를 합류시킨 전례는 없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으로 올림픽에 나섰다. 와일드카드 이외에도 황희찬(잘츠부르쿠)과 류승우(당시 레버쿠젠) 등 해외파와 권창훈(수원 삼성), 문창진(포항 스틸러스)이 지원하는 공격은 막강했다. 신태용 감독은 “리우에 도착하는 순간 SNS는 금지”라며 훈련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와일드카드 손흥민은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한국의 준결승 진출을 이끌지 못했다.
피지와 첫 경기. 예상과 달리 한국은 피지의 골문을 쉽게 열지 못했다. 피지는 수비를 집중적으로 펼치며 역습을 노렸다. 한국의 선제골은 전반 32분이 돼서야 터졌다. 첫 골이 나오자 피지는 속수무책이 됐다. 한국은 후반전에만 7골을 넣으며 피지를 8-0으로 대파했다. 독일과 조별 리그 2차전을 펼친 한국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한국은 3-2로 앞섰지만 후반 추가 시간 나브리에게 동점 골을 내주고 말았다.  

8강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멕시코전. 한국은 후반 32분 권창훈이 결승 골을 성공하며 1-0으로 이겼다. 권창훈의 골로 한국은 C조 1위에 올랐다. 권창훈의 득점이 없었다면 한국은 C조 2위로 밀려 ‘강호’ 포르투갈과 경기를 펼쳐야 했다. 조 1위로 8강에 진출한 한국은 D조 2위 온두라스와 만났다.

한국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온두라스를 제물로 2회 연속 메달 진출에 한 발짝 더 다가서고자 했다. 그러나 온두라스는 만만치 않았다. 온두라스는 로페즈 루이스 골키퍼가 ‘신들린 선방쇼’를 펼쳤다. 온두라스는 후반 15분 단 한 차례의 역습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선제골을 넣은 온두라스는 침대 축구를 시작했고 한국은 마음이 급해졌다. 한국은 경기 막판까지 동점 골을 노렸지만 결국 골문을 열지 못했다. 
▲ 신태용 감독 ⓒ한희재 기자
준결승 진출 문턱에서 떨어진 한국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손흥민은 식사까지 거르며 울분을 토했다. 손흥민은 “(리우 올림픽) 생각이 계속 난다. 누워도 떠오른다. 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며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귀국 인터뷰에서 신태용 감독은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 이번 대표 팀이 처음 꾸려졌을 때부터 '골짜기 세대'라며 좋지 않은 전망이 많았다. 어려웠던 순간을 잘 극복했고 브라질 입성 때 계획했던 내용을 잘 완수했다. 선수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Again 2012’를 꿈꾼 올림픽 축구 대표 팀의 여정은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애초 와일드카드를 제외한 대부분이 무명 선수로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골짜기 세대’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다닌 한국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리우에서 충분히 보였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