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2%'가 모자르다.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지만 공수 밸런스가 뛰어난 팀을 만나면 힘을 쓰지 못한다. 최근 2~3년간 반복된 흐름이다. LA 클리퍼스가 오랜 고민 앞에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창조성'이다. 어떤 공격 플랜으로 경기를 풀어 갈지 모든 팀들이 다 알고 있다. 클리퍼스는 크리스 폴-블레이크 그리핀의 2대2 게임을 중심으로 경기에 나선다. 여기에 스크린을 받고 코트 바깥을 크게 스윙해 슈팅 공간을 확보하는 JJ 레딕, 앨리웁 플레이와 풋백 득점을 책임지는 디안드레 조던이 추가된다. 1쿼터 후반쯤 코트를 밟아 아이솔레이션을 펼치는 자말 크로프드-오스틴 리버스도 있다.

경기 날짜와 유니폼 색깔만 다르다. 유사한 플레이 장면이 경기마다 나오고 있다. 위에 언급한 '선택지'는 모두 매력적이다. 성공률이 빼어나다. 올 시즌 폴은 21.2% 비율로 롱2 지역에서 슛을 쏘고 있다. 외곽슛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 지역에서 야투 성공률이 53.1%에 이른다. 그리핀-조던-모리스 스페이츠-룩 음바아무테 등이 스크린을 선 뒤 롤링하면 질 좋은 'A패스'를 찔러 주거나 그대로 슛을 던진다. 그리핀이 빌드업을 맡으면 자신이 순간적으로 팝 아웃해 공격을 마무리한다.

▲ LA 클리퍼스 블레이크 그리핀(왼쪽)-크리스 폴
폴은 드리블 과정에서 쉽게 공을 거머쥐지 않는다. 즉, '스톱'하지 않는다. 공을 받으러 나갈 때도 대부분 투 카운트로 잡기 때문에 항상 발이 자유롭다. 안정된 볼 핸들링 솜씨를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움직임을 공을 쥘 때도 이어 간다. 클리퍼스는 폴이라는 뛰어난 포인트가드를 보유한 이점을 살려 빅맨 롤링과 날개 공격수의 엔드라인을 타고 들어가는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문제는 따로 있다. 폴이 공을 잡고 패턴을 지시할 때 수비진은 일정 수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최근 4~5년 동안 주전 로스터 변화가 거의 없는 클리퍼스가 지닌 약점이다. 양날의 검이다. 라인업 변동이 적으면 손발을 맞춘 시간이 오래돼 공수 조직력이 극대화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수비수들은 클리퍼스 공격 전개가 익숙하다. 한 박자 빠른 리커버리와 도움 수비로 파괴력을 떨어뜨린다. 지난 8일(이하 한국 시간) 골든스테이트전, 지난달 17일 멤피스전 패배 모두 이러한 한계가 명확이 나타난 경기였다.

골든스테이트와 경기가 뼈아팠다.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하고 대패했다. 리그 최고 1선 수비수 클레이 톰슨이 레딕의 동선을 묶어버렸다. 끈질긴 슛 컨테스트로 성공률을 떨어뜨렸다. 골든스테이트 주전 센터 자자 파출리아와 연계도 나쁘지 않았다. 리그 정상급 슈터 레딕은 전반 동안 무득점에 그쳤다. 8일 경기 통틀어 3점슛 2개 밖에 던지지 못할 정도로 꽁꽁 묶였다.

'인사이드 중심' 그리핀도 고개를 숙였다. 지난 시즌 올해의 수비수 부문 2위에 오른 드레이먼드 그린이 효과적인 자리 선점으로 그리핀을 바깥으로 밀어 냈다. 이후 하이 포스트에서도 촘촘한 대인방어로 피딩을 방해했다. 그리핀은 이날 1쿼터에만 실책 5개를 기록했다. 승리의 추가 골든스테이트 쪽으로 기울어진 3쿼터 중반부터는 안이한 플레이를 연이어 펼쳤다.

54-71로 끌려가던 3쿼터 4분 5초쯤 폴이 레딕에게 첫 패스를 건넸다. 곧바로 톰슨이 레딕 등 뒤로 붙었다. 오른손잡이인 레딕은 몸을 돌려 스텝을 밟아야 하는데 톰슨의 영리한 수비 탓에 슈팅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 의미 없는 패스를 그리핀에게 보내고 오른쪽 45도로 빠져 나갔다. 레딕의 슈터 움직임을 살리려던 폴의 첫 번째 시도가 무위에 그쳤다.

그리핀은 미드 레인지에서 폴에게 안이한 핸드 오프 패스를 건네다 스테픈 커리에게 공을 뺏겼다. 뼈아픈 1인 속공 점수를 허용했다.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폴은 코트 오른쪽 45도에 있던 레딕에게 공을 보냈다. 레딕은 안쪽으로 파고들다 파출리아의 컨테스트 탓에 슛을 시도하지 못하고 바깥으로 킥 아웃했다. 이때 커리가 또 한번 패스 길을 막고 있었다. 클리퍼스 공격이 수(手)를 읽히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USA투데이'는 경기가 끝난 뒤 '골든스테이트는 답안지를 확인한 뒤 시험장에 나선 학생 같았다. 클리퍼스의 정형화된 공격에 한발 먼저 대비하는 수비를 펼쳤다. 닥 리버스 클리퍼스 감독은 탄력적인 전술 운용을 보이지 못했다. 이 점이 안방에서 완패한 이유'라고 말했다.

8일 경기서 클리퍼스가 가장 효과를 본 선택지는 크로포드-리버스의 1대1 전술이었다. 2쿼터 벤치 싸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크로포드는 버저비터를 포함해 두 자릿수 점수를 쓸어 담으며 추격 불씨를 살렸다. 조직적인 패턴 플레이보다 '죽어 있는 공'을 순수 개인 기량으로 살린 뒤 슛을 던지는 공격수가 빛나는 효율성을 나타냈다.

지난 시즌 클리퍼스는 승률 6할대 이상 구단을 만났을 때 3승 13패로 좋지 않았다. 5일 전 크로포드가 보인 생산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호와 마주할 땐 경기 플랜 방향을 재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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