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6일(이하 한국 시간) '1981년부터 'TNT' 소속으로 시청자에게 '농구 속살'을 알렸던 리포터 세이거가 백혈병 투병 끝에 숨을 거뒀다. 화려한 옷차림과 재치 있는 입담, 선수들의 짓궂은 농담도 넉넉하게 받았던 사이드라인 슈퍼스타가 우리 곁을 떠났다'고 말했다.
2년 전 세이거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긴 투병 생활이 시작됐다. 세이거 대신 그의 아들이 코트를 지켰다. 아버지 못지않은 입담으로 빈자리를 메웠다. 그러나 많은 농구 팬이 세이거를 그리워했다. 르브론 제임스, 드와이트 하워드, 그렉 포포비치 샌안토니오 스퍼스 감독 등 여러 선수·지도자가 그의 복귀를 바랐다. 포포비치 감독은 세이거 아들과 하프타임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건강하게 돌아오면 (평소 내 스타일과 달리) 친절하고 풍성하게 답변하겠다"고 언급해 많은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눈을 감기 전 마지막 선물을 받았다. 세이거는 지난 6월 17일 첫 NBA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방송 데뷔 35년 만이었다. 그가 속한 TNT는 파이널 중계권이 없다. 그러나 중계권을 지닌 ESPN·ABC가 '특별한 배려'를 기획했다.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세이거에게 파이널 6차전 사이드라인 리포팅을 맡겼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안방인 퀵큰론즈아레나가 들썩였다. 2쿼터 중반 장내 아나운서가 세이거를 소개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이 백전노장 리포터는 관중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여전히 의상은 휘황찬란했다. 30년 넘게 고수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마지막까지 보였다. 팬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세이거는 '거수경례'로 환호성에 답했다.
'킹' 르브론 제임스는 그와 경기 뒤 인터뷰에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35년 동안 정말 한번도 파이널 무대서 마이크를 잡은 적이 없었느냐. 믿기지가 않는다"며 기분 좋은 농담을 날렸다. 이어 "많이 보고 싶었다. 다시 보게 돼 정말 기쁘다. 당신이 인이어를 끼고 마이크 잡는 모습을 홈 팬들과 함께 볼 수 있어 영광이다"며 돌아온 베테랑에게 경의를 표했다. 세이거는 큰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