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스틸러스 최순호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조형애 기자] K리그 최다 우승팀 성남 FC(7회)의 챌린지 강등 충격에 묻힌 감이 있지만, 'K리그 전통 명가' 포항 스틸러스의 추락도 심상치 않았다.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는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고, 리그에서는 사상 첫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졌다. 생존 경쟁을 하다 최종전에서 성남에 1-0 승리를 거두며 가까스로 클래식 잔류를 확정지었다.

시즌 6경기를 남기고 지휘봉을 넘겨 받은 최순호(54) 감독은 리그를 막 마치고 "포항은 잔류했다고 기뻐해야 할 팀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다음 시즌 명가의 DNA를 소환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그 행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 몇 년에 걸쳐 서포터스의 사랑을 받았던 굵직 굵직한 선수들이 서서히 빠져나갔고, 그 공백에 걸맞는 영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벌써 올겨울 이적 시장에서 문창진(23), 박선주(24), 김원일(30)이 떠났다. 이렇다 할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최 감독에게 물었다. "포항, 클래식 잔류 의지 있습니까?"


Q : 포항이 그리는 선수단 개편 '큰 그림'

최순호 감독은 천천히, 신중하게 입을 뗐다. 그는 "우리는 큰 틀을 건드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팀의 중심이 되는 선수들은 잡아두고, 경기에 못 뛰고 있는 어린 선수들은 임대·트레이드로 기회를 주고, 중진급들은 교체한다는게 최 감독이 설명한 포항 선수단 개편의 '큰 그림'이다.

구체적으로는 "주장 황지수를 비롯해 신화용, 김광석, 양동현이 자리를 지킨다"고 최 감독은 귀띔했다. 이미 황지수와 김광석은 구단과 재계약을 마친 상태다. 양동현은 최대한 함께 간다는 게 구단 방침이다. FA 자격을 얻은 신광훈은 팀을 떠난다. 구단 관계자는 "함께 하고 싶지만, 선수단 체질 개선을 하는 상황에서 연봉이 부담이 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가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지만 최 감독은 "올해보다 전력이 떨어지지는 않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Q : '프렌차이즈' 문창진이 이적 대상이 된 이유

문창진은 연령대별 청소년 대표팀에서 에이스 구실을 한 '슈퍼 엘리트'다. 해마다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무엇보다 포항제철중-포철공고를 졸업한 '포항의 아들'이다. 포항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그가 15일 강원 FC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팬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최 감독은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하는 선수다. 나로서도 기량을 올려보고 싶었다"면서도 "강원이 선수 가치를 인정해줬다"고 말했다.

포항은 지난 10년 동안 7번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선수단 인건비가 높아진 상태다. 최 감독도 이 점은 언급했다. 그는 "기존 선수와 그동안 영입한 선수들의 인건비가 높다"면서 "우리로서는 서보민 선수와 함께 현금을 쥐게 됐다. 이름값으로만 치면 (문창진에)떨어지지만 활용 가치는 있다"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이다. 키워보겠다"고 했다.

▲ 포항 겨울 이적 시장 상황(12월 19일 기준) ⓒ포항 스틸러스 SNS

포항 관계자는 선수단 구성의 큰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에서 문창진을 내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소년 대표팀에서는 정말 잘해줬지만, 구단에서는 확고하게 주전으로 뛰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엄밀하게는 백업자원이었다"면서 문창진이 중진급으로 분류돼 이적 대상이 됐다고 했다.

Q : 팬들은 묻는다 "잔류 의지가 있는가"

수년에 걸쳐 선수들이 빠져나가고, 결국 2016년 강등 문턱까지 간 뒤에도 이적이 줄을 잇자 팬들은 "클래식 잔류 의지가 있느냐"는 말까지 내놓고 있다. 애정에서 비롯된 채찍질이다.

최 감독은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는 "모기업 탓만 할 수는 없다. 로테이션을 잘하고 훈련을 잘 시켜서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며 "이적 면면만 보고 쏟아지는 비판은 감독이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구단 살림을 살찌워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선수 이적을 통해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선수단은 30명 안쪽으로 정리될 것 같다. 리그와 FA컵만 출전하기 때문에 충분하다고 본다. 1차 목표는 상위스플릿 진출"이라고 말했다.

▲ 포항 스틸러스 ⓒ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은 잔류는 물론 선수단 개편으로 명가를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모기업 불황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사실상 구단 운영비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인건비) 총 금액은 유지되지만, 지속적으로 우승하면서 인건비가 계속 올랐다. 팬들이 만족할 만한 큰 영입이 무리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일정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투자가 늘어나지 않는 것을 '투자하지 않는다'고만 보시면 참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을 임대보내는 것도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에서 경험을 쌓은 뒤, 포항이 즉시 전력감으로 쓰기 위한 것"이라며 "일방적인 선수 유출이라거나 예산 절감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포항은 '선수 의사를 듣는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연봉을 깎고 팀에 남아라'라고 할 수는 없다"며 윈-윈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선수 영입은 내달이 돼야 본격적으로 발표가 나올 전망이다. 전력의 핵심이 될 외국인 선수 1,2명 정도는 1월 이적 시장에서 교체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포항은 멀리 보고 있다. 최 감독은 "2018년 2군까지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2018년까지 가는 길. 그 곳에서 명가의 자존심이 얼룩질지, 성공적인 리빌딩이 될지는 2017년 시즌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